“아무리 닦아도 또 생긴다?” — 변기에 생기는 ‘분홍색 띠’의 정체와 해결법

“아무리 닦아도 또 생긴다?” — 변기에 생기는 ‘분홍색 띠’의 정체와 해결법

집 욕실 변기나 세면대 아래, 타일 틈새 등에 끈적하면서도 분홍빛 도는 얼룩이 생겨 본 적 있을 것이다. 겉보기에 곰팡이처럼 보이지만, 아무리 락스를 써도 다시 생기고, 닦아도 며칠 지나면 또 어김없이 돌아온다. 일명 ‘분홍색 띠’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 분홍색 띠는 도대체 무엇이고, 왜 계속 생기는 걸까. 또 깨끗하게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체는 곰팡이가 아닌 ‘세라티아 마르센센스’라는 박테리아

우리가 흔히 곰팡이로 착각하는 분홍색 물때의 정체는 대부분 ‘세라티아 마르센센스(Serratia marcescens)’라는 이름의 세균이다. 붉은색 색소(프로디지오신)를 만들어내는 이 균은 습기가 많은 욕실 환경에서 매우 잘 자란다.

이 박테리아는 실제로는 토양, 물, 공기 등 자연환경 어디서든 존재할 수 있는 미생물이지만, 따뜻하고 습한 욕실 환경, 특히 샴푸나 비누 찌꺼기 등 유기물에 잘 달라붙어 번식한다. 물속 염소 농도가 낮거나, 장시간 청소가 되지 않은 변기나 세면대 주변에 특히 많이 생긴다.


세균 자체는 독성이 강하지 않지만, 방치하면 감염 위험 존재

세라티아 마르센센스는 면역력이 건강한 사람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지만, 피부 상처나 눈에 들어갈 경우 세균성 결막염, 요로감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나 영유아, 병원 내 입원환자의 경우는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보기 싫은 얼룩 이상의 문제로, 주기적인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


문제는 물이 아닌 ‘습기와 유기물’… 락스만으로는 해결 안돼

많은 이들이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나 변기 세정제를 써서 닦지만, 일시적인 소독 효과에 불과하다. 균의 생장 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번식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특히 변기 물탱크 안, 뚜껑 뒷부분, 바닥과의 경계 틈처럼 평소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세균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표면만 닦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분홍색 띠 제거 및 예방 방법

청소 전 물기를 최대한 제거할 것
세균은 습기를 먹고 자란다. 변기 표면이나 틈새를 청소하기 전, 마른걸레나 종이타월로 물기를 먼저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성 계열 세정제를 사용
락스와 같은 염소계 세정제보다는 구연산이나 식초처럼 산성 계열 세정제가 더 효과적이다. 산은 박테리아의 세포막을 파괴하는 데 유리하며, 특히 석회질 성분과 함께 생긴 물때에도 잘 작용한다.

칫솔이나 작은 솔로 틈새까지 꼼꼼히 문지를 것
단순히 물에 희석해 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래된 칫솔이나 솔을 이용해 변기 시트 뒷부분, 볼트 주변, 바닥 타일 틈까지 세심하게 문질러야 한다.

세척 후 건조 상태 유지
물청소 후 그대로 두면 다시 습기가 차올라 세균이 번식한다. 청소 후 반드시 마른걸레로 닦고 환기를 시켜 욕실 내 습도를 낮춰야 한다. 욕실 내 환풍기가 있다면 매일 일정 시간 틀어주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소독 루틴 만들기
주 1회 정도는 전체 변기 및 욕실 청소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샴푸, 린스, 비누 찌꺼기가 쌓이지 않도록 제품도 깔끔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유 없이 자꾸 생기는 얼룩, 알고 보면 ‘생활습관’ 문제

결국 분홍색 띠는 욕실 위생 관리가 꾸준히 이뤄지지 않을 때 생기는 신호다. 청결하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변기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욕조, 세면대, 샤워기 호스 주변, 실리콘 틈새 등 다양한 곳에 퍼질 수 있다.

특히 여름철이나 환기가 잘 안 되는 계절에는 그 발생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다. 단순히 지우는 데 그치지 않고, 욕실 내 습도 조절과 유기물 찌꺼기 제거, 그리고 주기적인 관리가 병행돼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왜 또 생겼지?’라는 의문이 들기 전, 욕실 청소 루틴을 다시 점검해보자. 깨끗한 공간은 결국 건강한 생활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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