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로 환불해달라” — 소비쿠폰 현금화 요구에 자영업자들 ‘속앓이’

“계좌로 환불해달라” — 소비쿠폰 현금화 요구에 자영업자들 ‘속앓이’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 지급된 정부 소비쿠폰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악용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소비쿠폰으로 결제한 후 불만을 이유로 현금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자영업자들은 정책 본래 취지와 달리 피해만 떠안고 있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 쿠폰 환불, 원칙은 ‘쿠폰 복원’…하지만 현장은 다르다

소비쿠폰은 민생회복 지원을 위해 정부가 발행한 목적성 보조금이다. 사용 후 환불이 필요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는 쿠폰 복원 형태로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현장에서는 이를 무시한 채 현금 계좌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에는 “민생쿠폰으로 결제한 고객이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왔다며 계좌 환불을 요구했다”,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현금 환불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음식점뿐 아니라 미용, 네일, 피부관리 등 서비스 업종 전반에서 등장하고 있다. 고객 불만을 명분 삼아 현금 환불을 요청하지만,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쿠폰을 통한 사실상의 ‘현금화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정부 “현금화는 엄연한 위법”…불이익도 따를 수 있어

행정안전부는 소비쿠폰과 같은 목적성 보조금을 개인 간 거래하거나, 원래 취지와 다르게 사용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액 전부 또는 일부 환수, 제재 부가금 부과, 향후 지급 제한 등의 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고거래 플랫폼들에서는 한때 ‘소비쿠폰 판매’ 글이 다수 등록되며 논란이 일었고, 정부 요청에 따라 이들 키워드를 검색 제한하고 관련 게시글을 삭제한 바 있다.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물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음에도 신용카드 결제를 가장해 현금화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소비쿠폰 결제를 현금으로 환불해주는 경우에도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 자영업자 입장에선 “거절이 더 큰 피해”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이러한 요구를 ‘불법’임을 알면서도 선뜻 거절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 때문이다.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에서 낮은 평점과 부정적 후기를 남기는 경우가 많고, 이는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눈치를 보며 원칙을 포기하게 되고, 정책의 취지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현금 환불을 거부하면 고객이 화내고, 받아주면 불법일까 두렵다”는 말이 괜한 푸념이 아닌 셈이다.

■ “소비쿠폰은 혜택이지 현금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소비쿠폰의 목적과 환불 원칙을 더욱 분명하게 홍보하고 계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가 제도를 오해하거나 악용할 수 없도록, 상세한 안내와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가 ‘권리’라는 이름으로 부당한 요구를 반복할 경우,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상점 보호 시스템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비쿠폰은 모두를 위한 회복의 기회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부의 무리한 요구가 지속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다시 자영업자와 지역경제,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에게 돌아오게 된다.
지원금은 혜택이지, 현금은 아니다. 이 단순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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