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처럼 온도가 35도를 웃도는 날씨엔 사람이든 기계든 버티기 힘들다. 특히 직사광선을 고스란히 맞는 야외 주차장에 하루 종일 방치된 차량은 ‘이동식 찜질방’ 수준이다. 문제는 단순히 뜨겁기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차량의 주요 부품들이 손상되거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각 자동차 커뮤니티와 SNS에는 “주차 하루 했는데 핸들이 녹았다”, “내비게이션이 꺼지더니 이후 작동 안 된다”, “대시보드가 갈라졌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수리비 수십만 원이 드는 고장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 차 안 온도, 생각보다 훨씬 더 뜨겁다
기온이 35도일 때, 햇볕 아래 30분 이상 주차된 차량 내부 온도는 60~75도까지 치솟는다. 실내 공기뿐 아니라 대시보드, 스티어링휠, 변속기 손잡이, 가죽 시트 등의 표면 온도는 체온을 훨씬 초과한다. 특히 어두운 색 차량일수록 복사열 흡수가 더 높아, 피해가 더 심하다.
문제는 이런 고온 환경이 차량 내부 전자장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차량용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HUD 등은 대부분 섬세한 전자회로로 구성돼 있어, 제조사 기준 작동 한계 온도는 보통 60도 전후다. 이를 초과하면 자동 종료되거나 내부 회로가 손상돼 복구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 블랙박스·내비는 고장 나도 보험 안 되는 경우 많아
차량 전자기기 고장은 보통 자동차 보험의 일반 자기차량손해 항목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특히 폭염, 자연열에 의한 전자장비 손상은 대부분 면책 사항에 해당돼 보상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무더위에 하루 주차했다가 수십만 원짜리 블랙박스를 교체해야 했다는’ 사례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전자기기 고장은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내부 회로가 손상돼 몇 주 후 작동 불량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더 위험하다.
■ 차량 외장과 타이어도 손상
장시간 햇빛을 받은 차량 외장은 열에 의해 페인트층이 변색되거나 도장이 일어나는 ‘도막 박리’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현상은 특히 수입차 고급도장 차량에서 잦은 편인데, 차량 전체를 재도장하려면 최소 수백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타이어의 공기압은 기온 상승과 함께 내부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질 수 있어, 주행 중 타이어 파열 위험이 높아진다. 타이어 제조사들은 여름철 장시간 주차 후에는 반드시 공기압 점검을 권장한다.
■ 여름철 야외주차, 이렇게 하면 차량을 지킬 수 있다
차를 움직일 수 없다면 차량을 지키는 방법이라도 확보해야 한다. 다음은 실제로 효과가 입증된 여름철 차량 보호법이다.
- 차량용 햇빛가리개(선쉐이드) 필수 사용 — 전면유리, 후면유리, 대시보드 노출 면에 반드시 설치
- 창문 1cm 열기 — 밀폐된 차량 내부에 뜨거운 공기가 정체되지 않도록 미세한 통풍 유지
- 대시보드 위에 전자기기 방치 금지 — 블랙박스 외 다른 기기는 반드시 보관함에 넣기
- 햇빛 방향 고려해 주차 — 가능하다면 건물 그늘 방향으로 차량 앞면을 돌리기
- 차량 전용 커버 사용 — 복사열 차단 효과 있음, 외장 보호에도 효과적
이외에도 핸들 커버, 시트 쿨링 패드 등의 제품도 체감온도 완화에 도움을 준다. 특히 아이를 태우는 가정의 경우,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차 안 온도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 차 안에 놔두면 ‘폭탄’ 되는 물건들
여름철 차량에 절대 두고 내리면 안 되는 품목들도 있다. 휴대폰, 보조배터리, 향수병, 라이터, 스프레이형 화장품 등은 고온에서 폭발하거나 폭발성 가스를 방출할 수 있다. 특히 선크림, 립밤, 알코올 손소독제는 내부 압력이 높아져 차량 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근 실제로 라이터 폭발로 차량 유리창이 파손된 사례가 경기도에서 보고되기도 했다. 작고 가벼운 물건들이지만, 여름철엔 자동차 안에서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무더위에 차 망가졌다’는 말,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차량은 고온에 의외로 취약하다. 특히 한국처럼 여름철 직사광선이 강하고, 아스팔트 지면에서 반사되는 복사열까지 합쳐지면 차량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괜찮겠지 하고 넘겼다가 고장·손상·수리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처럼 더위가 극심한 날, 그늘 하나 없는 야외에 주차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대비는 꼭 해야 한다. 차를 지킨다는 건 결국 나의 지갑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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