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넘어지는 아이, 알고 보니 ‘이 병’… 평범한 걸음이 간절한 순간”

"자꾸 넘어지는 아이, 알고 보니 '이 병'… 평범한 걸음이 간절한 순간"

“초등학생인데 자꾸 넘어져요”
“발목이 자주 꺾이고, 발 모양도 이상해요”

이런 증상, 단순한 성장통이나 운동부족이 아닐 수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병(Charcot-Marie-Tooth disease)’, 일명 CMT. 다소 생소하지만,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 유전병인데 생각보다 흔하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말초신경에 이상이 생겨 근육이 점점 위축되고 감각이 둔해지는 병이다. 유전성 질환이며, 2500명당 1명꼴로 발병한다. 희귀병으로 분류되지만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발견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증상이 서서히 진행돼 초기엔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 청소년기부터 증상이 나타나지만, 성장기 흔한 걸음걸이 문제로 치부되기 일쑤다.

◆ ‘다리 힘이 빠지는 느낌’… 대표적인 증상은?

대표 증상은 발과 손의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것이다. 걸을 때 발끝이 끌리거나 발목이 자주 꺾이고, 계단을 오를 때 힘이 부친다. 발 모양이 변형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발 아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요족’이 나타날 수 있다.

감각이 무뎌지는 것도 주요 증상이다. 발에 가벼운 상처가 생겨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거나, 발끝의 온도 감각이 사라지기도 한다. 손가락 감각도 둔해져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게 된다.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며, 개인차가 크다. 어떤 사람은 거의 증상이 없기도 하고, 어떤 이는 휠체어 없이는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기도 한다.

◆ 원인은 유전자 이상

CMT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나 중복으로 인해 발생한다. 가장 흔한 유형인 CMT1A는 PMP-22라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긴다. 부모에게서 유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가 증상이 없더라도 새로운 유전자 변이로 인해 아이에게 발병할 수 있다.

CMT는 단일 질환이 아니라 유전자의 유형에 따라 수십 개로 나뉜다. 유전자마다 증상의 경과나 심각도가 달라 정밀검사가 중요하다.

◆ 진단은 어떻게 하나?

CMT는 유전자 검사로 확진할 수 있다.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검사를 통해 신경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또한 가족력, 증상 진행 양상, 신체검진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증상이 본격화되기 전에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현재까지 CMT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치료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보조기구 사용, 정형외과적 수술 등으로 증상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 치료제는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는 방식으로, 조만간 임상 2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전기 자극을 활용한 ‘전자약’ 개발도 활발하다. 동물실험에서 말초신경의 회복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사람 대상 연구로 이어질 경우 기대가 크다.

◆ 사회적 인식과 지원도 절실

CMT는 진행성 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증상 인식 부족, 진단 지연, 치료비 부담 등으로 많은 환자와 가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희귀질환 지원 확대, 유전자 검사에 대한 보험 적용, 정기검진 시스템 마련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치료제는 아직 없지만, 과학은 분명 진보하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걷는 자세나 발 모양에 이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걸음’이 간절한 꿈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