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기철이 돌아왔다. 낮에는 한낮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 때문에 바깥놀이가 잦아지는 요즘, 유치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많이 겪는 일이 있다. 외출 후 돌아온 아이의 팔다리, 심지어 얼굴까지 군데군데 부어오르고 긁힌 자국이 생겨 있는 모습이다. 아이는 괴롭다며 울고, 부모는 당황한다. 단순한 모기 물림쯤으로 넘기기엔 아이들의 피부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경우가 많다. 무심코 해왔던 잘못된 대처가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아이가 모기에 물렸을 때,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올바른 대처법과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들, 그리고 일상 속 예방법까지 짚어본다.
아이들이 모기에 물리면 성인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성인의 피부는 이미 여러 자극을 견뎌낸 보호막이 있지만, 유아나 유치원생의 피부는 아직 얇고 연약하다. 모기 타액에 포함된 항응고 성분이 체내 면역반응을 일으키면서 가려움과 붓기를 유발하는데, 이때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부위를 계속 긁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손톱 밑 세균이 피부를 통해 침입하면서 상처가 덧나거나, 염증이 심해져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손등, 발가락, 무릎 뒤, 눈 주변처럼 피부가 얇고 자극에 민감한 부위일수록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모기에 물렸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응급 처치는 ‘냉찜질’이다. 얼음찜질은 가려움과 부기를 줄여주는 데 가장 빠른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얼음을 피부에 직접 대는 것은 금물이다. 반드시 수건이나 거즈에 감싼 뒤 물린 부위에 5~10분 정도 대야 한다. 이 과정만으로도 아이가 긁는 빈도를 줄일 수 있다. 냉찜질 후에는 항히스타민 성분의 연고를 바른다. 어린이 전용 제품으로 출시된 연고들은 대부분 저농도 성분이므로 일시적으로 사용할 경우 비교적 안전하다. 하이드로코르티손 0.5% 이하의 저용량 스테로이드 연고 역시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연속 사용은 5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부모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있다. 성인용 물파스나 쿨링겔을 아이에게 바르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에는 멘톨, 캄파, 살리실산메틸 등 자극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성인에게는 시원함을 주지만, 유아에게는 따갑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눈 근처, 입 주변처럼 민감한 부위에 잘못 바를 경우 강한 자극과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제품 성분을 꼼꼼히 확인하고, 되도록이면 어린이 전용 제품만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긁는 행동을 막는 것도 치료만큼 중요하다. 아이 손톱은 항상 짧게 유지하고, 외출 후 손 씻기를 습관화해야 한다. 낮에는 주의가 가능하지만, 잠자는 밤 사이 무의식적으로 긁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통풍이 잘 되는 긴팔 잠옷이나 얇은 면 장갑을 활용해 피부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긁기 방지용 쿨 패치나 모기 물린 부위 보호용 밴드도 판매되고 있어 이런 제품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다.
모기 물린 부위가 붓고 딱지가 생긴 후 고름이 차거나 누르면 통증을 호소한다면 2차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이럴 땐 병원을 찾아 상처를 소독하고, 필요시 항생제 처방을 받아야 한다. 특히 물린 부위가 점점 퍼지거나 열감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모기 물림이 아닐 수 있으므로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예방이 가장 확실한 치료다. 외출 전 모기 기피제를 바르는 습관을 들이자. 어린이용 기피제는 이카리딘 성분을 주로 사용하며, 6개월 이상 아동부터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사용 시 손에 직접 뿌리지 말고 보호자가 손에 덜어 아이의 피부에 펴 바르는 것이 안전하다. 옷 위에 뿌릴 수 있는 스프레이 타입 제품도 유용하다. 단, 기피제는 눈이나 입 주변에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돌아와서는 반드시 깨끗이 씻겨야 한다.
의외로 중요한 것이 ‘옷 색깔’이다. 모기는 검정, 남색, 회색 등 어두운 색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아이가 외출할 때는 흰색이나 밝은 파스텔톤 옷을 입히는 것이 모기 접근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 땀이 많이 나는 아이들은 땀 냄새가 모기를 끌어들일 수 있으므로 외출 전 땀을 닦아주고, 긴 바지나 양말로 피부 노출을 줄이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방충망이 완전히 닫혔는지 확인하고, 모기향이나 전자 기피기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써야 한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화학 성분보다 레몬그라스, 시트로넬라 등 천연 오일을 이용한 디퓨저나 모기 퇴치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천연이라 해도 모든 성분이 아이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므로 제품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문제는 모기에 물렸을 때마다 아이가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거나, 물린 부위가 지나치게 붓고 통증이 심한 경우다. 이는 ‘벌레물림 알레르기’의 일종일 수 있으며, 이 경우 단순한 연고로는 효과가 없다. 두드러기, 호흡곤란, 구토, 어지럼증이 동반된다면 즉각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며, 아이의 과거 알레르기 이력을 미리 파악해 응급약을 상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벼운 가려움에서 시작된 모기 물림이 심각한 피부염이나 감염으로 번지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하다. 특히 아이들은 통증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 상태가 악화될 때까지 부모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긁는다고 타박하거나, 어쩔 수 없는 일로 넘기기보단 아이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긁지 마”라는 말보다 긁지 않도록 도와주는 실천이, 여름철 부모가 해야 할 가장 강력한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