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 왜 이래? 기상청도 예측 못 한 ‘날씨 대혼란’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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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뭔가 이상하다.
장마는 시작했는지 끝났는지 감이 안 오고, 비는 오다가 말다가, 해는 쨍쨍했다가 다시 소나기가 쏟아진다. 기온은 평년보다 높은 날이 계속되는데, 습도는 하늘을 찌른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짜증은 물론이고,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2025년 여름, 대한민국을 덮친 이상기후는 단순한 오차의 문제가 아니다. 기상청조차 올해 장마 예측이 어려웠다고 인정했다. 당초 예보보다 장마는 늦게 시작했고, 예상보다 더 짧게 지속됐으며, 국지성 집중호우와 무더위가 교차하며 예측을 완전히 벗어났다.

기상관측 사상 유례없는 이 ‘날씨의 반란’은 왜 발생한 걸까.

장마는 시작부터 꼬였다

올해 장마는 남부지방 기준 6월 말, 수도권은 7월 초로 예측됐지만, 실제 강수 시작은 지역별로 엇갈렸다. 서울은 7월 1일 장맛비가 관측됐지만, 공식적인 장마 선언은 더 늦었다. 문제는 장마전선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반도 부근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면서 장마전선이 형성돼야 하지만, 올해는 티베트 고기압과 대륙성 고기압, 중국 내륙의 이상 고온 현상이 충돌하면서 전선이 남북으로 출렁였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고르게 비가 내리지 않고, 국지적인 폭우와 소강상태가 반복됐다.

지리산 부근은 하루 만에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반면, 같은 날 수도권은 흐리기만 했고, 대구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장마의 정의조차 흐려진 셈이다.

비보다 무서운 건 ‘찜통 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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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불규칙하다고 해서 날이 시원한 것도 아니다. 7월 중순부터 본격화된 열대야와 폭염은 시민들의 일상을 마비시키고 있다. 수도권은 33도 이상, 체감기온 36도에 달하는 날이 일주일 넘게 지속 중이다.

이런 고온 현상은 단순한 여름 더위가 아니다. 올해는 도심 열섬 현상대기 정체로 인한 고농도 오존까지 겹치면서 건강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 노약자, 야외 근로자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또한, 밤에도 기온이 27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일상화되면서 수면장애, 피로 누적, 면역력 저하 같은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예측 무용지물? 기상청은 왜 못 맞추나

이번 이상기후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장마 예보가 빗나가는 건 물론이고,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나 소나기가 일기예보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는 단순히 기상청의 문제라기보다, 기후 자체가 ‘예측 불가능한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 지구적인 엘니뇨 현상은 올해 들어 약화됐지만, 대기 상층의 불안정성과 해수면 온도 상승, 북극 기온 상승에 따른 제트기류 왜곡 등이 겹치면서 기존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 기후 위기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슈퍼컴퓨터 성능 개선과 AI 기반 모델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하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비 오겠지’ 하고 우산을 챙겼다가 한 방울도 안 오는 날도 있고, 갑작스러운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젖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미 시작된 변화, 이젠 ‘적응’이 답이다

문제는 이런 이상기후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장마패턴이 바뀌고 있고, 폭염 시작 시점도 빨라지고 있다. 게다가 겨울은 짧고 봄·가을이 실종되는 ‘2계절화’ 현상도 가속화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국지성 집중호우, 예측 불가한 폭염,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기상 재난이 더욱 잦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결국 중요한 건 ‘대응력’이다.

☐ 출퇴근 시엔 반드시 접이식 우산을 휴대하고
☐ 에어컨과 선풍기를 병행해 열사병 위험을 줄이고
☐ 수분을 자주 보충하며 체온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 차량에는 얼음물·손수건·스프레이 등 냉방 보조도구를 구비하면 좋다

여름철 건강 수칙만 잘 지켜도 폭염 피해는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날씨를 바꿀 수는 없지만, 대비하는 자세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이제는 날씨도 뉴노멀(New Normal) 시대다. “원래 이맘때는 이랬는데”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기후 속에서, 나와 가족을 지키는 생활 방어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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