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에어컨만 틀어도 방 안은 얼핏 시원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축축한 더위’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땀이 마르지 않아 불쾌지수는 치솟고, 냉방병 증상처럼 몸은 무겁기만 하다. 에어컨을 아무리 세게 틀어도 공기가 눅눅하다면, 해답은 따로 있다. 바로 ‘에어컨+제습기’ 동시 사용이다.
실제로 두 기기를 병행해 사용할 경우, 냉방효율이 극대화되고 전기요금도 줄어든다. 단순히 습기를 잡는 걸 넘어 건강, 쾌적함, 가전 효율까지 모두 챙기는 일석다조 전략이다.

1. “에어컨은 냉방, 제습기는 습기 제거” 역할이 다르다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에어컨도 제습 기능이 있으니 굳이 제습기는 필요 없다는 생각. 하지만 이건 반만 맞다. 에어컨의 제습 기능은 부수적일 뿐, 본질은 공기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반면 제습기는 실내 온도 변화 없이 공기 중 습도만 집중적으로 낮춘다. 여름철 불쾌지수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온도’보다 ‘습도’다. 체감온도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주범이 바로 높은 습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내를 진짜로 쾌적하게 만들고 싶다면, 에어컨으로 온도를 낮추고 제습기로 습도를 관리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2. 습도 낮추면 체감온도도 뚝↓…전기요금 절감 효과까지
에어컨만 틀면 실내 온도는 낮아지지만, 습도가 그대로일 경우 체감온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느끼는 시원함은 온도보다 ‘건조함’과 직결되기 때문.
이때 제습기를 함께 가동하면 습도가 60%에서 40%대로 낮아지면서 체감온도가 2~4도까지 내려간다. 같은 실내 온도라도 훨씬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곧 전기요금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에어컨을 덜 강하게 틀어도 되기 때문이다. 제습기만으로도 쾌적함이 유지되니 에어컨 설정 온도를 1~2도 높여도 충분히 시원하게 느껴진다. 냉방비 걱정이 많은 가정일수록 제습기 병행은 합리적이다.
3. 곰팡이, 진드기, 결로…습도 높은 여름철 위협 차단
습한 여름철은 곰팡이와 집먼지진드기의 번식 시즌이다. 특히 장마철이나 열대야가 이어질수록 벽지 뒤, 침구, 매트리스 틈 사이가 습기로 가득 차고, 이는 알레르기나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환경으로 이어진다.
제습기를 활용하면 이런 위험 요소를 미리 차단할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공기 중 세균 번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위생 관리 차원에서도 제습기는 필수에 가깝다.
결로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에어컨을 오래 틀면 실내외 온도차로 인해 창문이나 벽에 물방울이 맺히는 경우가 많은데, 제습기로 실내 습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면 결로도 줄어든다.
4. 빨래 건조, 옷장·신발장·욕실까지…활용도 200%
여름철 실내 건조는 고역이다. 빨래를 널어도 하루가 지나도 마르지 않고, 옷장에서 꿉꿉한 냄새가 올라오고, 욕실엔 곰팡이 흔적이 남는다.
이럴 때 제습기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 빨래 건조 모드를 활용하면 건조기가 없어도 실내에서 빠르게 옷을 말릴 수 있고, 옷장·신발장 안에 제습기를 이동식으로 활용하면 곰팡이와 악취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특히 드레스룸이나 팬트리 등 환기가 어려운 공간에 제습기를 잠시 두는 것만으로도 전체 공간 쾌적도가 급상승한다. 한 대로 다양한 공간에 번갈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어컨보다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5. “에어컨+제습기” 궁합, 잘 맞추는 요령
두 기기를 같이 쓸 때는 약간의 팁이 있다. 먼저 에어컨은 낮 시간대, 제습기는 아침·밤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가동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전력 피크 시간대를 피하면서 냉방과 습도 관리를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간 면적과 습도에 따라 **제습기 용량(리터 수)**도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평 내외 원룸이나 방이라면 10L급, 거실이나 복도까지 커버할 땐 16~20L급 이상이 권장된다.
소음이나 열기 문제로 꺼리는 이들도 있는데, 요즘은 저소음·저발열 제습기도 많아졌고, 이동식이거나 자동습도센서가 탑재된 제품도 있어 상황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에어컨만으론 부족한 여름이다. 특히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날엔 실내 온도보다 습도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온도를 낮추는 것만큼 중요한 건 공기 속 ‘수분’을 빼주는 일이다.
그렇기에 제습기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여름철 필수 가전’**이 됐다. 에어컨으로는 채우지 못한 시원함의 퍼즐 조각, 바로 제습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