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 날짜 아무 때나 돌리면 고장난다”… 올바른 날짜 조정법 A to Z

“기계식 시계, 날짜 아무 때나 돌리면 고장난다”… 올바른 날짜 조정법 A to Z

기계식 시계(Automatic Watch)는 단순한 시간 표시 장치를 넘어 하나의 예술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시계 애호가들이 ‘날짜 맞추기’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 생각 없이 크라운을 돌리다 보면 내부 기어가 손상돼 수리비가 수십만 원에 달할 수도 있다.
기계식 시계의 날짜는 아무 때나 바꾸면 안 된다. 정확한 시점과 방법을 지켜야만 한다.

◆ 날짜 조정이 왜 위험할까

기계식 시계의 날짜는 단순히 ‘숫자판’이 바뀌는 게 아니다. 내부에는 캘린더 기어(Calender Gear)데이트 디스크(Date Disc) 가 연결되어 있어, 매일 밤 자정 무렵 자동으로 날짜가 넘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문제는 이 날짜 전환 기어가 움직이는 시간대다. 대부분의 기계식 시계는 오후 9시부터 새벽 3시 사이에 날짜 변경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 시간대에 사용자가 수동으로 날짜를 돌리면 내부의 톱니가 겹치거나 마찰이 생겨, 캘린더 기어가 파손될 위험이 높다.

즉, **밤 9시에서 새벽 3시까지는 절대 날짜를 조정하면 안 되는 ‘금지 시간대’**다.

◆ 날짜 맞추기 전 반드시 해야 할 첫 단계

  1. 현재 시각 모드 확인하기
    기계식 시계는 오전·오후 구분이 없다. 현재 시각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모르고 날짜를 바꾸면, 낮 12시에 날짜가 바뀌는 이상한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땐 크라운을 빼서 시간을 천천히 돌려본다. 날짜가 바뀌는 순간이 자정이므로, 그 시점을 기준으로 오전/오후를 구분할 수 있다.
  2. 안전 구간으로 이동
    날짜 조정을 시작하기 전에 시간을 오전 6시~8시 사이로 맞추는 게 안전하다. 이 구간은 날짜 전환 기어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상태라 내부 손상 위험이 거의 없다.

◆ 기계식 시계 날짜 맞추는 올바른 순서

크라운(용두)을 2단계로 뺀다
대부분의 시계는 첫 번째 단계가 날짜 조정, 두 번째 단계가 시각 조정이다. 시계에 따라 반대인 경우도 있으므로 설명서를 확인한다.

시간을 오전 6시로 설정한다
자정 근처의 위험 구간을 피하기 위해 시간은 오전 6시 부근으로 맞춘다.

날짜 조정 단계로 돌아간다
크라운을 한 칸 눌러 날짜 조정 단계로 변경하고, 시계 방향으로만 천천히 돌린다. 반대로 돌리면 기어가 걸릴 수 있다.

필요한 날짜까지 조정한다
어제 날짜로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후 시간을 돌려 자정이 지나가게 하면 자동으로 오늘 날짜로 넘어가며, 오전·오후도 자연스럽게 맞게 된다.

시간을 정확히 설정하고 크라운을 밀어 넣는다
날짜가 맞았다면 시간을 조정해 현재 시각에 맞추고, 크라운을 완전히 밀어 넣어 방수 기능을 복원한다.

◆ 월말, 30일·31일의 차이도 주의해야

기계식 시계는 대부분 ‘퍼페추얼 캘린더(영구 달력)’ 기능이 없는 한 31일까지 자동 계산하지 않는다.
즉, 30일로 끝나는 달(4·6·9·11월)에는 다음 달 1일이 자동으로 31일로 넘어가므로, 사용자가 직접 1일로 바꿔줘야 한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날짜 조정은 오전 6시 이후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 날짜가 잘못 넘어가거나 두 칸씩 건너뛰는 현상은 내부 스프링의 장력이나 기어 위치 문제이므로 억지로 돌리지 말고 전문 시계점에서 점검받아야 한다.

◆ ‘퀵셋(Quickset)’ 기능이 있다면

일부 시계는 퀵셋(Quickset)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날짜만 빠르게 바꿀 수 있다. 이 기능은 편리하지만, 자정 근처에 사용할 경우 역시 내부 기어 충돌이 발생한다. 따라서 퀵셋을 쓸 때도 반드시 오전 시간대에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퀵셋이 없는 구형 시계라면, 시간을 계속 24시간 단위로 돌려 하루씩 넘기는 방식으로 날짜를 바꿔야 한다. 비효율적이지만, 이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 시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본 습관’

  • 날짜 조정은 오전 5시~8시 사이
  • 시계 방향으로만 돌릴 것
  • 시간과 날짜를 동시에 돌리지 말 것
  • 무리한 힘을 주지 말 것
  • 물리기어가 움직일 때 딸깍거리는 느낌이 들면 즉시 중단할 것

이 기본 수칙만 지켜도 수년간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단 한 번의 무리한 조작으로 캘린더 휠과 날짜 기어가 손상되면 수리비가 수십만 원에 달한다.

◆ 전문가 팁: 자주 착용하지 않는 시계라면

기계식 자동 시계는 손목의 움직임으로 태엽이 감긴다. 오랫동안 착용하지 않으면 멈추기 때문에, 보관 시에는 와치와인더(Watch Winder) 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와인더를 사용할 때도 날짜가 바뀌는 시간대에 과도한 회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좋다.

기계식 시계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정교한 기계장치다. 날짜를 바꾸는 단 한 번의 행동이 수백 개의 부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시계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언제’ 돌릴지가 ‘어떻게’ 돌리느냐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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