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마신 다음날 찾아오는 두통은 숙취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까지 울렁거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진통제다. 하지만 숙취 두통에 모든 진통제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약의 성분에 따라 간에 부담을 주거나 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술 마신 다음날 두통이 있을 때 어떤 진통제를 먹는 게 가장 안전할까? 의학적으로 검증된 근거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 숙취 두통, 왜 생기나
술을 마시면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이 체내에 쌓이면 혈관이 확장되고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머리가 욱신거리는 두통이 발생한다. 여기에 알코올로 인한 탈수, 전해질 불균형, 수면 부족 등이 겹치면 통증은 더 심해진다.
결국 숙취 두통은 단순히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 몸이 독성물질을 처리하느라 힘들어하는 신호다.
◆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계열)은 절대 피해야
가장 흔하게 찾는 진통제인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복용하면 매우 위험하다. 이 약의 주요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대사되며, 이 과정에서 NAPQI라는 독성 물질이 생긴다.
보통은 간이 이 물질을 해독하지만, 술을 마신 다음날엔 간이 이미 알코올 분해로 혹사당한 상태다. 이때 아세트아미노펜까지 복용하면 독성물질이 축적돼 간 손상이나 간염, 심할 경우 간부전까지 일어날 수 있다.
즉,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는 숙취 두통에 절대 금물이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면 아무리 머리가 아파도 타이레놀은 피해야 한다.
◆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 이부프로펜·나프록센·아스피린
숙취 두통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계열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약이 이부프로펜(애드빌, 이부펜), 덱스이부프로펜(이부로펜덱스), 나프록센, 아스피린 등이다.
이 약들은 간보다는 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간 부담이 적고, 혈관 확장과 염증을 완화해 숙취성 두통에 효과적이다. 다만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 위 자극 가능성: 술 자체가 위 점막을 손상시키는데, NSAIDs는 위산 분비를 늘리고 점막을 자극해 속쓰림, 위염, 위궤양을 유발할 수 있다.
- 출혈 위험: 술로 인해 혈액 응고 기능이 약해진 상태에서 NSAIDs를 복용하면 위출혈 가능성이 높아진다.
- 신장 부담: 숙취로 인한 탈수 상태에서는 NSAIDs가 신장 기능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계열의 약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식사 후에 복용하고,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 복용 전 체크리스트
숙취 두통에 진통제를 복용하기 전, 다음 항목을 꼭 점검해야 한다.
- 공복 상태인지 확인 – 공복에 NSAIDs를 먹으면 위 손상 위험이 커진다.
- 간 질환 여부 – 간이 좋지 않다면 모든 진통제 복용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기존 복용 약 확인 –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 가능성 확인이 필요하다.
- 탈수 상태인지 확인 – 충분한 수분을 섭취한 뒤 약을 먹는 것이 안전하다.
- 통증이 심하거나 지속될 경우 – 단순 숙취가 아닐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진통제보다 더 중요한 숙취 회복법
진통제는 두통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숙취 자체를 없애주진 않는다. 근본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수분과 전해질 보충이 우선이다. 미네랄이 포함된 스포츠음료나 물을 자주 마시고, 과당이 들어 있는 과일(배, 사과, 바나나 등)을 섭취하면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
또한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식사(죽, 국 등)를 통해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좋다. 커피나 에너지음료는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편이 낫다.
◆ 요약
- 술 마신 다음날 두통엔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아스피린 등 NSAIDs 계열 진통제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은 간 독성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복용하지 않는다.
- 위 자극을 줄이기 위해 식사 후 복용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수다.
- 통증이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된다면 단순 숙취가 아닌 다른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