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사이에서 ‘비누’가 다시 뜨고 있다. 단순한 세정제 개념을 넘어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MZ세대(18~34세)를 중심으로 고체형 세안제인 샴푸바, 클렌징바, 설거지바 등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플라스틱 용기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로웨이스트’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샴푸바는 액상형 샴푸와 달리 플라스틱 병에 담겨 있지 않다. 대신 종이 포장만으로도 유통이 가능하며, 별도의 펌프나 스프링 구조가 없어 사용 후에도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폼클렌징과 달리 플라스틱 튜브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보존제 등 인공 화학성분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에서 피부 자극도 줄어든다. 자연 유래 성분 위주로 제조되기 때문에 민감한 피부에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30세대가 비누를 택하는 이유는 단지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가격 대비 높은 효율도 한몫한다. 샴푸바 하나로 액상 샴푸 2~3병을 대체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액체보다 유실이 적어, 작지만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고체형 제품의 대세는 설거지 영역까지 확장됐다. ‘설거지바’는 별도의 세제통 없이 주방에서 직접 문질러 사용하면 되며, 유화제나 계면활성제를 최소화해 손에 자극이 적고 세척력은 강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단점도 분명하다. 샴푸바나 설거지바는 사용 후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쉽게 무르거나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따라서 건조 트레이나 전용 받침대를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다. 또 제품에 따라 향이 약하거나 거품이 적어 만족도가 낮은 경우도 있으며, 샴푸바는 린스를 따로 사용해야 할 정도로 모발이 뻣뻣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처음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액체 제품에 비해 거친 사용감에 적응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샴푸바와 설거지바는 빠르게 주류 소비로 편입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가치소비로 무장한 MZ세대의 소비 패턴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이들은 단순히 ‘가격 대비 성능’이 아닌, ‘가치 대비 효용’을 기준으로 제품을 고른다. 누군가에겐 그저 비누 한 장일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작은 실천’이자 ‘자기 철학을 담은 소비’인 셈이다.
제로웨이스트란 단어도 이 흐름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 생산과 소비, 폐기 전 과정에서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철학이다. 샴푸바와 설거지바는 이러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가장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고 있다.

샴푸와 설거지를 고체로 바꿨을 뿐인데, 가치소비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소비가 곧 메시지가 되는 시대, 비누 한 장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