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복절은 한국인에게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자유와 독립의 가치를 되새기는 날이다. 한국 영화계에서도 일제강점기의 고통과 독립을 향한 열망을 스크린에 담아내며 역사적 의미를 전해왔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강렬한 울림을 남긴 세 편의 영화를 꼽아본다.
1. 《암살》(2015)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암살》은 광복을 향한 독립군의 치열한 투쟁을 그린 대표작이다. 1930년대 경성, 임시정부 소속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속사포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황덕삼(조진웅)이 조선 주둔 사령관과 친일파를 제거하기 위해 펼치는 작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실제 역사적 인물들을 모티브 삼아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서사가 영화의 긴장감을 끌어올렸고, 1,27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일제강점기의 첩보전과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대중적으로 재현해 광복의 의미를 새삼 각인시킨 작품이다.
2.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

1919년 3·1운동 이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유관순 열사의 투쟁을 다룬 작품이다. 고아라가 유관순 역을 맡아 차디찬 감옥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정신을 보여준다. 영화는 거창한 전투 장면보다 독립운동가들이 겪은 고문과 옥중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 관객들이 광복의 뿌리가 된 정신적 저항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상업적 화려함보다 역사적 진실성에 집중한 덕분에 학생들과 청소년에게 교육용으로도 많이 상영되며, 광복절마다 다시 조명되는 의미 있는 영화다.
3. 《밀정》(2016)

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독립군과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의 심리전을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1920년대, 의열단은 경성에서 대규모 폭탄 투쟁을 준비하고 일본 경찰 출신 이정출(송강호)은 이들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하면서 내적 갈등을 겪는 그의 모습을 통해 당시 조선인의 복잡한 현실이 드러난다.
유머와 서스펜스가 적절히 섞인 이 작품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광복’이라는 주제를 단순한 승리의 역사로만 그리지 않고, 억압 속에서 갈등과 고뇌를 안고 살았던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
세 영화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광복을 이야기한다. 《암살》은 대중적 오락성과 역사적 메시지를 결합해 독립운동의 치열함을 보여주었고,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희생과 정신적 저항의 가치를 강조했다. 《밀정》은 이념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한 개인들의 모습을 담아내며 역사적 비극의 인간적 측면을 부각했다.
광복을 주제로 한 이들 영화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자유는 어떻게 지켜지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희생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이 이야기들은 세대를 넘어 광복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