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껍데기에 찍힌 숫자의 비밀…‘난각번호’로 알 수 있는 모든 것

계란 껍데기에 찍힌 숫자의 비밀…‘난각번호’로 알 수 있는 모든 것

■ 계란 난각번호란 무엇인가

계란 껍데기에 인쇄된 숫자와 문자는 단순한 표기가 아니다. 이 표시는 ‘난각번호’로 불리며, 소비자가 구매한 계란이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9년부터 모든 식용란에 난각번호 표시를 의무화했다.

난각번호는 총 10자리로 구성되며, 첫 번째 숫자 1자리는 사육환경, 그 다음 4자리는 농장 고유번호, 마지막 5자리는 산란일자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계란의 신선도, 사육방식, 생산 농장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계란의 생산 투명성을 높이고, 살충제 계란 사태와 같은 위생 문제 발생 시 신속한 회수와 유통 차단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 난각번호 구성 방식

난각번호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따른다:

  • ① 사육환경 번호 (1자리)
    • 1: 방사 사육 (닭이 자유롭게 풀밭에서 활동)
    • 2: 평사 사육 (실내 평지에서 자유롭게 활동)
    • 3: 개선 케이지 (넓어진 케이지에서 사육)
    • 4: 기존 케이지 (좁은 철창에서 사육)
  • ② 농장 고유번호 (4자리)
    • 각 농장에 부여된 고유 식별번호. 생산지 추적에 사용됨.
  • ③ 산란일자 (5자리)
    • 예: ‘07121’ → 7월 12일 생산된 계란이라는 뜻.
    • 앞 2자리는 월(MM), 뒤 3자리는 일(DDD)로 구성되어 있음. 실제 산란일자와 유통기한을 비교해 신선도를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난각에 ‘1AB12 07121’이라고 표시되어 있다면, 이는 1번 방사사육 방식으로 AB12 농장에서 7월 12일에 생산된 계란이라는 뜻이다.

■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핵심 정보

  1. 사육환경 번호
    사육환경은 닭의 복지뿐만 아니라 계란의 위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1번과 2번 사육환경은 닭이 보다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자라난다는 의미로, 최근 친환경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반면 4번 기존 케이지는 밀집 사육이 일반적이며, 가격은 저렴하지만 위생 및 스트레스 관련 이슈가 더 많이 제기된다.
  2. 산란일자
    계란은 신선도가 중요하다. 난각번호에 찍힌 산란일자가 가까울수록 신선한 계란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유통기한보다도 산란일자를 우선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부 소비자는 포장지에 있는 유통기한만 확인하지만, 실제로는 산란일자를 확인하는 것이 계란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다.
  3. 농장 고유번호
    문제가 발생한 계란이 어떤 농장에서 생산됐는지를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다. 식품안전 당국은 계란 리콜이 발생할 경우 농장번호 기반으로 전산 추적 및 회수 명령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

■ 난각번호 표시의 법적 근거와 단속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라, 계란을 생산·유통하는 모든 농장 및 업체는 난각번호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또는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식약처는 매년 계란 유통업체 및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난각번호 표시 이행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으며, 유통 중인 계란의 무작위 검사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일부 온라인 쇼핑몰이나 로컬 푸드 매장에서 난각번호를 누락한 계란이 발견되면서,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 요구도 커지고 있다.

또한 산란일자 조작, 사육환경 허위 표기 등의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형사 고발도 가능하다.

■ 소비자 인식과 실효성 문제

난각번호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이 정보를 제대로 읽지 않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체 역시 난각번호에 대한 소비자 이해를 높이기 위한 별도의 안내를 거의 제공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난각번호를 단순 표기에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구매에 반영할 수 있도록 패키지 디자인 개선, QR코드 정보 연계, 매장 내 안내문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프리미엄 계란 브랜드는 ‘방사 사육’, ‘산란 3일 이내 배송’ 등을 강조해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고 있으나, 중소 농장이나 일반 계란 브랜드는 이러한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난각번호가 표기되어 있어도 글씨가 흐릿하거나 쉽게 지워지는 경우가 있어, 표시 품질에 대한 기준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 향후 제도 개선 방향

정부는 향후 난각번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난각번호 디지털화: 산란일자, 농장 정보 등을 QR코드로 연결해 소비자가 모바일로 조회할 수 있도록 개선
  • 사육환경 인증 확대: 단순 숫자 외에 인증 마크 도입 및 사육환경 등급제 도입 검토
  • 표시 의무 강화: 온라인 판매 계란에도 난각번호 사진을 의무적으로 노출하는 방안 논의
  • 표시 기준 통일화: 글자 크기, 색상, 위치 등에 대한 표준화 추진

이러한 조치들은 난각번호 제도를 계란의 ‘신분증’으로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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