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1,700원선 넘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다시 리터당 1,700원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기준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703.9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18.4원이 오른 수치로, 3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1,700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경유 역시 리터당 1,567.3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73.9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으며, 대구는 1,675.7원으로 가장 낮았다. 수도권 인접 지역인 인천과 경기 역시 1,720원대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8월 이후 약세를 보이다가 10월 중순부터 반등세로 돌아섰고, 이후 매주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 유류세 인하폭 축소…세금 부담 증가
이번 기름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유류세 인하폭 축소가 지목된다. 정부는 2022년 유가 급등에 대응해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해 왔지만, 최근 물가 안정 기조와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인하폭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휘발유의 경우 리터당 약 820원이 세금인데, 유류세 인하폭이 줄어들면 이 금액이 다시 올라가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전가된다. 경유와 LPG도 마찬가지로 유류세가 일부 환원되며 가격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세금은 휘발유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로, 유류세 정책 변화는 실질적인 체감 가격에 직결된다.
■ 원·달러 환율 상승세 지속
두 번째 원인은 환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고점을 형성하면서, 정제유 수입에 따른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휘발유는 대부분 수입 원유를 정제한 뒤 공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도매가 인상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환율은 국제 유가와 달리 하루 단위로 빠르게 변동하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을 예측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에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가격을 반영하기 때문에, 최근 환율 상승이 당분간은 기름값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 국제 유가 반등과 산유국 감산 전망
국제 유가의 흐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중단, 러시아·사우디의 감산 지속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현재 두바이유는 배럴당 약 8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9월 말 저점 대비 약 10% 이상 상승한 수치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80달러대 중반을 유지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정유업계는 이 같은 국제유가 상승이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도매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당분간 주유소 기름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주유소별 가격차 확대…직영 vs 자영소 간 편차 뚜렷
최근에는 주유소별 가격 격차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대형 직영 주유소와 브랜드 자영 주유소 간 가격 편차가 커지면서, 같은 지역 내에서도 리터당 100원이 넘는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 인근 주유소, 프리미엄 지역 주유소에서는 1,800원을 넘는 경우도 흔하게 관찰된다. 반면 알뜰주유소나 경쟁이 치열한 지역의 자영 주유소는 가격을 낮춰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유소 간 가격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앱 등을 통해 저렴한 지역을 찾는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 향후 전망…당분간 고점 유지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휘발유 가격이 현재 수준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류세 정책이 추가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은 낮고, 국제유가 상승세가 단기간에 꺾이기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한 연말 소비 시즌을 앞두고 물류·운송 수요가 증가하는 시점에서 정제마진 확대에 따른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11월 말 이후 국제유가가 진정세를 보일 경우 연말에는 다소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으나, 이는 환율과 산유국 정책 변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
■ 소비자 부담 가중…체감물가 영향 불가피
휘발유 가격 상승은 소비자 가계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가 차량 운전자는 물론, 퀵서비스, 택배, 물류업 종사자 등 연료 사용량이 많은 직업군에서는 비용 증가가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더불어 유가 상승은 전체 물가 상승을 유도하는 간접효과도 크다. 유통비용, 생산비용, 운송비가 함께 상승하면 생활물가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곧 체감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알뜰주유소 확대, 유류세 탄력적 조정, 정유사 마진 감시 강화 등의 정책을 운용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기름값 하락을 유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