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질문을 던지면 답은 이미 화면 안에 있다. 최근 구글에서 나타나는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미디어 생태계 전반을 뒤흔드는 구조적 전환이다. 바로 ‘제로클릭 검색(Zero-Click Search)’의 급격한 확산이다. 이제 이용자들은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도 검색 결과 페이지(SERP)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즉시 얻는다. 언론사와 콘텐츠 기업이 쌓아온 ‘클릭 기반 수익 모델’이 무너지는 이유다.
클릭 없는 검색, 어떻게 작동하나
제로클릭 검색은 사용자가 구글 검색창에 입력한 질문에 대해 결과 화면에서 바로 답을 얻는 형태를 뜻한다. 예를 들어 ‘서울 날씨’, ‘아이폰 16 스펙’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사용자는 첫 페이지에서 바로 정보를 확인하고 종료한다. 사이트를 클릭하지 않아도 구글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정리해 보여주는 것이다.
검색 결과 상단의 ‘지식패널(Knowledge Panel)’, ‘피처드 스니펫(Featured Snippet)’, ‘사람들이 함께 묻는 질문(People Also Ask)’ 박스, 그리고 최근 등장한 ‘AI 요약(AI Overview)’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구조 덕분에 사용자는 클릭 없이 답을 얻지만, 반대로 언론사와 블로거, 정보 제공자는 방문자 유입을 잃는다.
왜 클릭이 사라지는가
첫째, 검색엔진이 답변형 구조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인공지능 기반으로 문맥을 이해하고, 사용자가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미리 요약해준다.
둘째, 모바일 중심 환경이 이를 가속했다. 작은 화면에서 빠른 답을 원하는 이용자 특성상, 굳이 링크를 누르고 사이트를 열 필요가 없다.
셋째, AI의 요약 기능 강화가 결정적이다. 구글은 현재 AI가 직접 답변을 생성하는 ‘AI Overview’를 본격적으로 도입 중이며, 이는 사용자의 클릭을 실질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검색의 절반 이상이 ‘클릭 없는 결과’
2024년 기준 미국과 유럽의 구글 검색 중 절반 이상이 사이트 방문 없이 종료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약 58%의 검색이 ‘제로클릭’ 형태로 끝났으며, 이는 전년 대비 상승한 수치다.
즉, 이용자 10명 중 6명은 구글 검색만으로 정보를 얻고 사이트를 떠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언론사, 쇼핑몰, 블로그 등은 검색 상위 노출에도 불구하고 실제 유입이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론사·미디어 기업에 닥친 현실
- 트래픽 감소
AI가 만든 요약문과 주요 문장이 기사 일부를 대체하면서, 원문을 클릭하는 사용자가 급감하고 있다. 이는 광고 기반 수익구조에 직격탄이다. - 데이터 손실
사용자가 사이트에 들어오지 않으면 체류시간, 이탈률, 유입경로 등 핵심 데이터가 사라진다. 이는 마케팅 분석 및 광고 세분화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 SEO 전략의 무력화
단순히 ‘1위 노출’만으로는 더 이상 트래픽을 보장할 수 없다. 상위 노출 자체가 클릭으로 이어지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 브랜드 인지도 저하
기사 내용이 요약만으로 소비되면, 독자는 어느 언론사 기사를 읽었는지조차 모른다. 브랜드 신뢰도와 충성도가 떨어지는 구조다.
미디어가 살아남기 위한 해법
① 콘텐츠의 차별화
단순 정보성 기사나 요약 가능한 내용은 AI가 대신한다. 언론이 살길은 심층 해석, 현장 취재, 전문가 분석처럼 ‘검색엔진이 대체할 수 없는 정보’에 있다.
② 검색 결과 내 존재감 확보
클릭이 줄어들더라도, 검색 결과에서 브랜드 노출이 유지되면 영향력은 살아남는다. 제목, 요약문, 메타데이터를 구조화해 ‘지식패널’이나 ‘스니펫’에 자사명이 함께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③ 성과지표 재설정
단순 페이지뷰 대신 ‘검색 노출수’, ‘브랜드 언급률’, ‘SERP 가시성(Visibility)’을 핵심 KPI로 삼아야 한다. 클릭보다 ‘보여짐’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④ 트래픽 다변화
검색 유입 의존도를 낮추고, SNS·포털 외부채널·뉴스레터·앱 푸시 등으로 분산해야 한다. 직접 구독형 모델(Direct Subscription) 역시 대안이 될 수 있다.
⑤ SEO의 패러다임 전환
이제 SEO는 단순한 순위 경쟁이 아니라 ‘검색 의도(Intent) 대응’과 ‘구조화 데이터(Schema Markup)’의 정교함으로 옮겨가고 있다. 구글이 AI를 통해 읽을 수 있도록 콘텐츠의 기술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클릭 대신 ‘가시성’을 경쟁하라
제로클릭 시대는 언론사와 콘텐츠 기업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클릭을 받았는가’가 아니다.
‘검색 결과 안에서 얼마나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냈는가’다.
사용자가 기사를 클릭하지 않아도, 브랜드와 콘텐츠가 검색 첫 화면에서 명확히 인식된다면 그것이 곧 새로운 유입 통로가 된다. 검색엔진을 단순한 트래픽 통로로 보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검색 결과 안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만이 독자를 붙잡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