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식물성 고기 기업’ 비욘드미트, 나흘 만에 5배 폭등
미국 나스닥 시장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식물성 고기 브랜드로 유명한 **비욘드미트(Beyond Meat)**의 주가가 최근 단기간에 폭등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에 5배 가까이 상승한 주가는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고, 일각에서는 “2021년 게임스톱(GameStop)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욘드미트는 2019년 상장 당시 식물성 단백질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매출 부진과 적자 지속으로 주가가 90% 이상 폭락한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사이 갑작스러운 폭등세를 보이며 다시 ‘밈주식(Meme Stock)’의 대표격으로 떠오르고 있다.
■ 공매도 세력의 덫, 그리고 ‘숏스퀴즈’의 역습
이번 급등의 핵심은 실적이 아니라 공매도 잔고다. 비욘드미트의 공매도 비율은 유통주식의 약 60%에 달한다. 이는 나스닥 상장사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으로, 그만큼 많은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주가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베팅해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주가가 예상과 달리 오르기 시작하면 상황은 급변한다. 손실을 막기 위해 공매도 세력은 주식을 되사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공매도 청산(쇼트커버)’**이 발생한다. 쇼트커버는 매수세를 더 불러오고 주가를 폭등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실제로 비욘드미트는 불과 며칠 새 거래량이 평소의 2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급히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기회’로 받아들였다. 시장은 순식간에 투기 열기로 가득 찼다.
■ ‘다음 게임스톱’ 외치는 개미들, 온라인에서 결집
이번 현상을 촉발한 또 하나의 힘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집단심리다. 레딧(Reddit), 스톡트윗(Stocktwits), X(구 트위터) 등에서는 “다음 게임스톱은 비욘드미트”라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세력에 맞서 싸우자”는 움직임이 퍼지며, 게임스톱 사태 당시의 ‘개미연합’ 분위기가 다시 형성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비욘드미트 주가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단체 매수 시간을 조율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실제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개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세가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고, 이를 본 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피하려 다시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는 연쇄적으로 폭등했다.
■ 실적은 부진한데…주가만 하늘로
하지만 주가 급등의 근거를 실적에서 찾기는 어렵다. 비욘드미트의 2025년 2분기 매출은 약 7,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나 감소했다. 순이익도 여전히 적자이며, 회사는 올해 연간 매출 전망을 아예 철회했다.
경영 상황은 불안하다. 최근에는 약 11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 교환 계획을 발표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이는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 우려로 해석됐다. 실질적인 성장 동력보다는 재무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주가 폭등은 펀더멘털(기초 체력)과 무관한 투기적 랠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적이 개선되지 않았는데 주가만 급등하는 것은 그만큼 변동성도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비욘드미트는 폭등 직후 하루 만에 40% 이상 하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 게임스톱 사태와의 닮은꼴, 그리고 차이점
2021년 초 전세계를 뒤흔든 게임스톱 사태는 밈주식 열풍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공매도 비율이 140%에 달했던 게임스톱은 개인투자자들이 단체로 매수에 나서며 불과 몇 주 만에 주가가 30배 이상 뛰었다. 헤지펀드들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그 여파는 월가 전체로 퍼졌다.
비욘드미트의 현재 상황도 유사하다. 높은 공매도 잔고, 폭발적인 거래량, 개인투자자 중심의 매수세 등 여러 조건이 일치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도 있다. 게임스톱은 ‘디지털 유통 전환’이라는 스토리가 있었지만, 비욘드미트는 시장 내 입지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식물성 고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고, 경쟁사들의 기술력 향상으로 비욘드미트의 차별성이 줄었다. 원가 부담과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실적 회복 가능성도 낮다. 다시 말해, 비욘드미트의 급등은 희망이 아니라 일시적 착시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 전문가 “투기적 랠리…리스크 인식해야”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비욘드미트의 폭등을 “일시적 과열”로 해석한다. 공매도 잔고가 많아 숏스퀴즈가 발생했을 뿐,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단기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과거 밈주식 열풍에서도 상승 후 폭락으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가 상당수였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세력을 꺾는 심리적 쾌감보다, 냉정한 리스크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욘드미트가 이번 숏스퀴즈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 열기가 장기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매출 하락, 경쟁 심화, 자금 조달 등 현실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밈주식의 귀환’이 남긴 경고
비욘드미트 사태는 밈주식 열풍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SNS에서의 유행, 개인투자자들의 결집,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에 대한 투기적 매수는 여전히 시장의 불씨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투자자들에게 또 한 번의 교훈을 던진다. **“주가가 아니라 기업을 보라”**는 것이다. 단기적인 급등 뒤에는 언제든 급락이 기다리고 있으며, 투자 판단은 감정이 아니라 냉정한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
비욘드미트 주가 폭등은 단순한 뉴스거리로 그치지 않는다. 시장의 심리가 얼마나 빠르게 요동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