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3분기 실적 쇼크로 주가 급락… 엘론 머스크 리스크 다시 부각

테슬라, 3분기 실적 쇼크로 주가 급락… 엘론 머스크 리스크 다시 부각

미국 전기차 시장의 상징이자 기술주의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3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급락했다. 어제 미 증시에서 테슬라(TSLA)는 실적 부진과 성장 둔화 우려가 겹치며 시간 외 거래에서 3% 이상 떨어졌다. 그동안 상승세를 이끌었던 전기차 시장의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 늘었지만 순이익은 급감

테슬라의 2025년 3분기 매출은 281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늘었지만, 순이익은 14억 달러로 1년 전보다 37%나 감소했다. 주당순이익(EPS)은 0.50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0.54달러를 밑돌았다.
표면적으로는 매출이 증가했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문제였다. 차량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5% 늘었으나,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그리고 할인 정책이 맞물리며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신형 모델인 사이버트럭의 생산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면서 전체 마진을 끌어내렸다.

테슬라는 올해 초부터 판매 촉진을 위해 가격 인하를 이어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을 낮춰도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영향으로 차량 구매를 미루고 있고, 이는 테슬라뿐 아니라 전기차 업계 전반의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수요 둔화

테슬라 주가 하락에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7,500달러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이 연말 종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3분기 수요가 일시적으로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즉, 이번 분기 판매 호조는 ‘일시적 반짝 효과’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향후 4분기 실적이 오히려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이미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재고 증가 신호를 보이고 있으며, 판매 채널을 확장하기 위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마진 하락과 원가 압박

테슬라의 수익성 악화는 단순히 매출보다 ‘마진’에서 드러난다. 이번 분기 차량 부문 총마진은 17%대까지 떨어졌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25%를 웃돌던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전통 완성차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니켈과 리튬 가격은 지난해보다 안정세를 보였지만, 테슬라가 장기 계약을 맺은 일부 공급사에서 높은 단가가 유지되고 있다. 둘째, 물류비와 인건비 증가다. 특히 미국 내 공장뿐 아니라 멕시코 기가팩토리 신설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셋째, 신제품 개발과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비용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미래 사업 비전, 시장은 ‘의심’

엘론 머스크 CE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사업을 강조했다. 그는 “향후 1년 안에 로보택시 서비스를 본격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투자자들은 “비전은 화려하지만 구체적인 수익 모델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로보택시 프로젝트는 기술적 완성도가 아직 부족하고, 각국의 자율주행 규제도 걸림돌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시제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머스크의 장기 비전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단기 실적이 흔들리면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게 월가의 평가다.

머스크 리스크, 다시 고개 들다

테슬라 주가 하락의 또 다른 이유로 ‘머스크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최근 머스크는 정치적 발언과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논란을 빚고 있으며, X(옛 트위터) 운영에 집중하느라 테슬라 경영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돌발 발언은 주가 변동성을 키운다. 실적 발표 직후에도 그는 “로보택시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 계획이 부족해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웠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여전히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지만, 동시에 테슬라 주가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쟁 심화, 중국 변수도 부담

테슬라는 한때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25% 이상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BYD, 샤오미, 니오, 리오토 등 중국 제조사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하면서 경쟁 구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배터리 공급망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상하이 기가팩토리 생산량을 조정하고, 북미 생산 중심 구조로 재편 중이다. 하지만 미국 내 보호무역 강화,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정책적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

주가 전망과 투자 전략

실적 발표 이후 테슬라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 넘게 떨어졌다. 이미 올 들어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하락은 단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다만 장기 투자자들은 여전히 테슬라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저장장치(ESS), 인공지능 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사업 등 비자동차 분야의 확장이 향후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와 고금리 환경, 경쟁 심화가 주가 반등을 제한할 전망이다.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테슬라의 주가가 조정 구간에 들어섰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200달러 선이 주요 지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반등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마진 회복과 생산 효율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문제는 ‘실적’

결국 테슬라의 이번 주가 하락은 시장의 단순한 실망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술 혁신과 비전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던 시대가 지나가고, 수익성과 실행력이 평가 기준이 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테슬라가 말뿐인 미래가 아닌, 실제 수익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업으로 다시 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엘론 머스크의 비전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실적 부진을 털어내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3분기 실적은 경고음이었다. 성장의 그림자가 짙어진 가운데, 테슬라가 다시 한 번 자신들의 ‘혁신 스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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