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MLB)는 미국 프로야구의 최고 무대이자 세계 야구의 중심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리그는 하나의 이름 아래 두 개의 다른 축으로 나뉜다. 바로 내셔널리그(National League, NL)와 아메리칸리그(American League, AL)다. 두 리그는 같은 MLB 소속이지만, 역사와 규칙, 스타일, 팬 문화까지 미묘하게 다르다. 오늘은 이 두 리그의 차이를 본격적으로 짚어본다.
1. 출발부터 달랐다 – ‘전통의 NL’, ‘혁신의 AL’
메이저리그의 시작은 1876년 창설된 **내셔널리그(NL)**로부터다. 프로야구의 원형을 만든 리그로, 당시 미국 전역의 유망 구단들이 모여 리그를 구성했다. 이후 1901년, NL의 독점 체제를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리그가 등장한다. 그것이 **아메리칸리그(AL)**다.
초창기에는 양 리그가 별개의 조직이었다. 선수 영입 경쟁이 치열해 ‘리그 간 전쟁’이라 불릴 정도였다. 결국 1903년, 두 리그는 평화협정을 맺고 ‘월드시리즈’를 창설하면서 통합된 형태의 MLB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각 리그의 운영 구조와 규칙은 오랫동안 독립적으로 유지되며 뚜렷한 개성을 만들어왔다.
2. ‘지명타자 제도(DH)’가 갈랐던 리그의 성격
가장 상징적인 차이는 지명타자(DH, Designated Hitter) 제도다.
1973년 아메리칸리그는 투수를 대신해 전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했다. 경기의 타격 재미를 높이고, 베테랑 타자의 선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반면 내셔널리그는 오랜 세월 이를 거부했다. 투수도 타석에 서야 한다는 ‘전통의 야구’ 정신을 고수한 것이다.
덕분에 AL은 화끈한 공격 야구, NL은 전략적 경기 운영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NL에서는 투수 타석이 경기 후반 작전의 변수가 되었고, 대타 타이밍과 불펜 운영이 승부를 가르는 요소였다. 반면 AL에서는 강타자 중심의 화력전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차이는 2022년 MLB 전체가 ‘통합 DH 제도’를 시행하면서 사라졌다. 이제 두 리그 모두 지명타자를 사용하지만,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는 “NL식 야구”, “AL식 공격력”이라는 표현이 남아 있다.
3. 리그별 팀 구성과 지리적 구분
현재 MLB는 30개 구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NL과 AL이 각각 15팀씩 나뉜다.
각 리그는 다시 동부·중부·서부 지구로 세분되어 있다.
대표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내셔널리그(NL)
- 동부지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워싱턴 내셔널스, 마이애미 말린스
- 중부지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카고 컵스, 밀워키 브루어스, 신시내티 레즈, 피츠버그 파이리츠
- 서부지구: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콜로라도 로키스

■ 아메리칸리그(AL)
- 동부지구: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탬파베이 레이스
- 중부지구: 시카고 화이트삭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미네소타 트윈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 서부지구: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애틀 매리너스, 텍사스 레인저스, LA 에인절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지리적 균형은 유지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AL 동부는 강팀 밀집 지역, NL 서부는 스타 플레이어가 많은 지역으로 인식된다.
4. 규칙 외에도 다른 점이 있다
예전에는 심판진과 볼 규정, 공 제조사까지 리그별로 달랐다.
AL은 윌슨(Wilson) 사의 공, NL은 롤링스(Rawlings) 사의 공을 사용하며, 공의 바운드와 스핀감이 조금씩 달랐다. 이 차이는 2000년에 MLB 사무국이 두 리그를 완전히 통합하면서 사라졌다.
또한 리그별 심판단도 각각 존재했는데, 지금은 하나의 통합 심판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즉, 오늘날 MLB는 규칙과 심판 체계가 완전히 통합된 하나의 리그로 기능한다. 다만 일정 편성과 포스트시즌 구조는 여전히 리그 단위로 구분된다.
5. 월드시리즈가 만들어내는 ‘리그 자존심 대결’
정규시즌이 끝나면 각 리그의 우승팀이 맞붙는 **월드시리즈(World Series)**가 열린다.
이는 단순한 챔피언 결정전이 아니라, AL과 NL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아메리칸리그가 근소하게 앞서 있다. 2024년까지 AL은 총 69회, NL은 51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뉴욕 양키스(27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1회), 보스턴 레드삭스(9회)가 대표적인 강팀으로 꼽힌다.
특히 2004년 이후 양키스·레드삭스·애스트로스 등 AL 팀들의 전성기가 이어지면서 “AL의 시대”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LA 다저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NL 강호들이 다시 강세를 보이며 균형을 되찾는 중이다.
6. 팬 문화와 경기 스타일의 미묘한 차이
NL 팬들은 여전히 전통과 전략 야구를 중시한다. 투수 교체 타이밍, 대타 카드, 수비 시프트 등 세밀한 작전을 즐기는 성향이다. 반면 AL 팬들은 타격전과 스타 타자 중심의 경기 흐름을 선호한다.
이는 단순한 경기 스타일의 차이를 넘어, 지역 문화와 구단의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뉴욕 양키스의 ‘슈퍼스타 시스템’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팀 야구’는 그 리그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7. 완전한 통합 이후의 시대
2020년대 들어 MLB는 더 이상 ‘두 리그의 분리’가 아닌 ‘하나의 글로벌 리그’로 진화하고 있다. 일정 상호 교류가 늘어나며, 이제는 거의 모든 팀이 서로 맞붙는다. 인터리그 경기가 일상이 된 셈이다.
다만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AL파 야구 vs NL파 야구”라는 정체성 논쟁이 존재한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이제 지명타자 제도나 공인구 차이 같은 제도적 구분을 넘어, 역사와 문화의 차이로 기억된다. 내셔널리그가 지켜온 전통과, 아메리칸리그가 열어온 혁신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MLB를 세계 최고의 무대로 만든 두 축이다.
이 둘의 경쟁이 멈추지 않는 한,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두 리그의 이야기’로 살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