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아침 출근길 운전자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특히 가을 끝자락부터 찾아오는 급격한 한파는 차량에 예상치 못한 이상 신호를 일으킨다. 계기판 경고등이 켜지거나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면, 단순한 ‘날씨 탓’으로 넘기기 어렵다. 겨울 초입에 확인해야 할 자동차 점검 포인트를 미리 챙겨두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냉각수와 배터리, 두 가지가 겨울 차량의 생명선
기온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부분이 냉각수(부동액)와 배터리다. 냉각수는 엔진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부동액이 부족하거나 농도가 낮으면 냉각수가 얼어 엔진이 손상될 수 있다.
정비업계는 부동액의 냉각점이 -25도 이하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권장한다. 오래된 차량의 경우 2년 주기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또한 냉각수 보조탱크의 수위를 ‘MAX’와 ‘MIN’ 사이로 맞추고, 색이 탁해졌다면 바로 교체가 필요하다.
배터리는 기온이 떨어지면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배터리 내부 화학반응이 느려지면서 시동 전압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아침에 시동이 한 번에 걸리지 않거나, 헤드라이트 밝기가 평소보다 약해졌다면 교체 시기를 의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배터리의 수명은 3~4년이며, 겨울철에는 잦은 공회전보다 주행거리 확보가 중요하다.
■ 타이어 공기압과 마모 상태, 미끄럼 사고의 변수
급격한 한파는 타이어 압력에도 영향을 준다. 기온이 10도 떨어질 때마다 공기압은 약 1~2psi 감소한다. 공기압이 낮으면 접지면이 넓어져 연비가 떨어지고, 제동력도 불안정해진다. 반대로 공기압이 지나치게 높으면 도로와의 마찰이 줄어들어 미끄럼 사고 위험이 커진다.
겨울을 대비하려면 타이어 공기압을 평소보다 0.2~0.3bar 높게 설정하고, 트레드(홈) 깊이가 3mm 이하라면 교체해야 한다. 특히 첫눈이나 비가 내린 후 도로는 수막 현상이 심하므로, 타이어 마모가 조금이라도 진행됐다면 스노타이어나 올시즌 타이어로 바꾸는 것이 안전하다.
■ 워셔액, 와이퍼, 히터 – ‘시야’와 ‘체온’을 지켜주는 3대 요소
한파 속에서 운전 시 시야 확보는 생명과 직결된다. 워셔액은 반드시 겨울용 부동액 성분이 포함된 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 여름용 워셔액을 그대로 사용하면 저온에서 얼어버려 노즐이 막히거나 펌프가 손상될 수 있다.
와이퍼는 날이 굳거나 고무가 갈라져 있으면 교체 시점이다. 특히 앞유리 하단에 얼음이 낀 상태에서 억지로 작동시키면 모터가 손상될 수 있다. 외출 전에는 반드시 와이퍼를 세워두는 습관을 들이자.
히터 또한 냉각수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냉각수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따뜻한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 엔진 온도가 정상인데도 히터가 차가운 바람만 내보낸다면 냉각수 부족이나 히터 코어 막힘을 의심해야 한다.
■ 유리 성에와 결로, 운전자 시야를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적’
기온이 급락할 때 차창에 생기는 성에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고의 원인이 된다. 뜨거운 바람을 직접 유리창에 쏘이기보다, 서서히 따뜻한 바람을 순환시키며 온도 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성에를 급히 제거하려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유리가 급격히 팽창해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결로는 외부보다 실내 온도가 높을 때 발생한다. 외기 유입 모드를 켜고, 히터 온도를 낮추면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제습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기나 에어컨을 함께 작동하면 시야 확보가 훨씬 수월하다.
■ 브레이크 오일과 연료 라인, 한파 속 숨은 취약점
브레이크 오일은 주행 중 열을 받아 수분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다. 이 수분이 얼면 제동력이 떨어지고, 브레이크 페달이 ‘푹’ 들어가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2년 주기 교체를 권장하며, 색이 짙어졌거나 냄새가 나는 경우 즉시 점검해야 한다.
연료탱크 역시 절반 이하로 비워두지 않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탱크 내부에 수분이 맺혀 결빙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디젤 차량은 저온에서 연료가 굳을 수 있어, 동절기 전용 첨가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자동차 외부 관리도 중요
차량 외부 세차 후 바로 주행하면 도어 고무 몰딩이나 사이드미러 내부에 남은 물이 얼어붙을 수 있다. 세차 후에는 반드시 문틈을 닦고 실리콘 윤활제를 도포하면 문이 얼어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주차 시 와이퍼를 세워두고, 급격한 한파가 예보된 날에는 배터리 방전을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절연 커버를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장시간 외출 시에는 시동을 주기적으로 걸어주는 것이 방전 예방에 도움이 된다.
■ 한파 대비 자동차 관리 7가지 체크리스트
- 냉각수 농도 확인 – 부동액 비율 50% 이상 유지, 2년마다 교체
- 배터리 전압 점검 – 시동 전압 12V 이상 유지, 3~4년 경과 시 교체
- 타이어 공기압 보정 – 온도 하강 시마다 0.2~0.3bar 추가
- 워셔액 교체 – 겨울용 부동액 성분 포함 제품 사용
- 브레이크 오일 점검 – 색 변질 시 교체, 제동력 이상 시 즉시 정비
- 연료탱크 관리 – 절반 이상 유지, 디젤 차량은 동절기 첨가제 사용
- 와이퍼·히터·성에 관리 – 작동 상태 점검, 얼음 제거 시 무리한 힘 금지
■ 출근길 안전 운전 팁
- 시동 후 바로 출발하지 말고 1~2분 예열
엔진오일이 순환되어 윤활이 충분해져야 엔진 손상을 줄일 수 있다. - 급제동·급가속 금지
노면이 얼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고, 간격을 넓게 유지해야 한다. - 헤드라이트 점검
일출이 늦고 해가 일찍 지는 시기에는 시야 확보가 필수다. 불빛이 약하거나 깜빡이면 전구 교체가 필요하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시기에는 ‘점검 한 번이 사고를 막는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가운 바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방심이다. 미리 점검하고 준비하는 습관이 올겨울 가장 확실한 보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