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함평군의 상징 조형물 ‘황금박쥐상’이 금값 상승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순금 162㎏으로 제작된 이 조형물은 최근 국제 금 시세 기준으로 약 373억 원에 달하는 가치로 평가된다. 2008년 완공 당시 제작비 약 28억 원이 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17년 만에 13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멸종위기종에서 지역 상징으로
1999년 함평군 대동면 고산봉 일대에서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황금박쥐 162마리가 발견됐다. 햇빛에 비치면 털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이 박쥐는 당시 한반도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종이었다.
함평군은 이를 계기로 황금박쥐를 지역의 상징으로 삼고, 2005년부터 순금 조형물 제작에 착수했다. 이후 2008년 완공된 ‘황금박쥐상’은 함평엑스포공원 내 전시관에 설치되어, 황금박쥐 생태와 복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자리 잡았다.
조형물은 가로 1.5m, 높이 2.18m 크기의 원형 고리 구조 안에 6마리의 황금박쥐가 날개를 펼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앞면에는 다섯 마리 박쥐가 ‘오복(五福)’을, 뒷면에는 무한성장과 번영을 상징하는 박쥐가 표현됐다.
앞면 중앙 박쥐는 곡식과 번개 모양을 들고 있는데, 각각 풍년과 디지털 문화를 의미한다. 제작에는 금 162㎏ 외에도 은, 동, 보석이 일부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값 급등, 황금박쥐상 가치 ‘폭발적 상승’
2025년 10월 14일 기준, 국제표준금거래소의 1돈(3.75g) 순금 판매가는 86만5천 원 수준이다. 이를 1g당 단가로 환산하면 약 23만0,667원이다.
황금박쥐상에 쓰인 순금 162㎏(162,000g)을 이 시세로 계산하면 약 373억 8천만 원(정확히 37,381,000,000원) 에 이른다.
이는 단순히 금속 원자재 가격만을 반영한 수치로, 은·동·보석 등의 부속 재료나 제작비, 보관비, 보안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조형물과 함께 제작된 ‘오복포란상’에도 금 19.3㎏, 은 8.9㎏, 동 34.3㎏, 보석 0.19㎏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금속을 같은 시세로 계산하면 추가 약 44억 원 이상의 재료비 가치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황금박쥐상과 부속 조형물 전체의 금속 원자재 가치는 약 417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철저한 보관 체계… “실제 매각 불가한 공공자산”
함평군은 황금박쥐상의 금속 가치 상승에 따라 보안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조형물은 현재 ‘함평추억공작소’ 1층 특별전시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방탄 강화유리 케이스 안에 전시 중이다.
전시장에는 적외선 감지기, 동작·열 감지 센서, 24시간 가동되는 CCTV가 설치되어 있으며, 보험사와의 보상 계약도 체결돼 있다.
다만 이 조형물은 공공자산으로 등록돼 있어 시장에 매매될 수 없다. 따라서 “수백억 원짜리 자산”이라는 표현은 이론적 가치에 한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금박쥐상은 ‘예산 낭비’의 상징에서 ‘보물급 상징물’로 평가가 바뀌며, 지역 자산으로서의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황금박쥐 전시관, 한정 공개로 인기
함평군은 황금박쥐상이 전시된 ‘황금박쥐생태전시관’을 상시 개방하지 않고, 매년 함평나비축제와 국향대전 등 주요 축제 기간에만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전시관 내부는 ‘황금박쥐의 생태’, ‘전통문화 속 박쥐’, ‘희망의 황금박쥐존’ 등 7개 전시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코너와 박제된 황금박쥐 실물 전시도 마련돼 있어 교육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함평군 관계자에 따르면, 전시 기간에는 하루 평균 3천 명 이상이 전시관을 방문한다. 축제 시즌 동안 황금박쥐상은 주요 포토존으로 활용되며, 관광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상징과 논란의 교차점
황금박쥐상은 오랜 기간 논란과 상징의 사이를 오갔다.
2000년대 중반, 지방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으로 조형물을 제작한 결정은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금값이 폭등하면서 “예견치 못한 성공적 자산 투자”라는 평가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럼에도 군은 이 조형물을 단순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
함평군은 황금박쥐를 지역 생태 보존의 상징으로 삼고, 관광·문화 콘텐츠의 핵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형물 자체가 지역 정체성을 드러내는 예술적 상징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