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최근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대규모 불꽃놀이 퍼포먼스를 진행한 이후, 브랜드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자연 존중’ 가치가 단 한 번의 무리한 연출로 뒤흔들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마케팅 실패가 아니라 기업 철학의 모순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 파장은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히말라야에서 펼쳐진 ‘승룡 쇼’
아크테릭스가 기획한 이번 이벤트의 이름은 ‘승룡(昇龍)’. 히말라야 해발 4천600m에서 5천500m에 이르는 산등성이 약 3km 구간에 걸쳐 불꽃 장치를 설치하고, 순차적으로 점화해 용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장대한 연출이었다. 총 145여 개의 발사 장치가 동시에 불을 뿜으며 붉은색·노란색·파란색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고, 일부 구간에서는 흰색과 주황빛이 어우러지며 불길이 산 능선을 따라 흐르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번 쇼는 세계적 아티스트 차이궈창이 참여해 예술적 의미를 강조했지만, 현지 주민과 여행자들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거대한 폭발음과 화염이 고산 생태계를 뒤흔든 장면으로 각인됐다. 참가자들은 ‘압도적인 광경’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자연에 대한 폭력’이라는 비난을 동시에 내놓았다. 퍼포먼스 영상이 공개되자 국제 사회는 즉각 반응했고, 불과 하루 만에 SNS와 주요 언론을 통해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환경 훼손 우려
히말라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생태 환경 중 하나다. 산소가 희박한 고산 지대는 식생이 복원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만큼 회복력이 약하다. 이번 불꽃놀이에 사용된 재료가 생분해성이라는 주장이 있었으나, 전문가들은 잔여 화학 물질, 색소 분말, 폭발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토양과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특히 겨울철 빙하와 눈에 쌓인 오염물질이 봄 해빙기와 함께 강으로 유입될 경우, 티베트 고원의 수자원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폭발음은 주변 생태계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 야생 동물은 예민한 청각으로 생존을 유지하는데, 강력한 소음은 번식기나 먹이 활동에 치명적이다. 일부 주민들은 가축을 미리 대피시켰다고 하지만, 수천 마리에 달하는 가축을 단기간에 완벽히 보호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크테릭스 측은 “모든 절차가 안전하게 진행됐다”고 해명했지만, 현지 조사 결과에 따라 오히려 환경 파괴의 증거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화적 무감각 논란
환경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비판은 문화적 무감각에서 비롯됐다. 히말라야와 티베트 지역은 오랜 세월 불교적 성역으로 여겨져 왔다. 그곳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종교와 전통,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상업적 목적의 불꽃놀이를 벌였다는 사실 자체가 지역민과 종교계에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퍼포먼스가 과거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의 마케팅 행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독창성 부족 논란까지 불거졌다. ‘빛의 용’을 구현한 선례와 지나치게 닮았다는 비판은 아크테릭스의 기획 의도가 단순히 모방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사과문 역시 불신을 키웠다. 아크테릭스는 사건 직후 중문판과 영문판 사과문을 각각 발표했는데, 중문판에서는 “환경 평가와 제3자 검증을 받겠다”는 구체적 조치를 약속한 반면, 영문판은 다소 모호한 표현만 담아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여론은 “브랜드가 중국 팀만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해외 소비자들도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평가를 내렸다.
브랜드 위기와 파장
논란 직후 아크테릭스는 불꽃놀이 영상을 삭제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히말라야는 지구인의 상징적 성역과도 같은 장소인 만큼, 사건의 상징성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정체성은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데서 비롯되는데, 정작 자연을 훼손한 행동을 선택했다는 모순은 소비자 신뢰를 뿌리째 흔들었다.
경제적 충격도 나타났다. 아크테릭스와 연계된 기업의 주가가 홍콩 증시에서 급락하며 수조 원대 시가총액 손실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단순한 이미지 타격을 넘어 기업가치 하락으로 연결된 것이다. 여기에 현지 당국이 조사팀을 파견하면서 법적 절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만약 환경 피해가 공식 확인된다면, 브랜드는 거액의 벌금과 국제적 불매 운동이라는 이중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자연 존중을 내세운 브랜드의 아이러니
아크테릭스는 지금까지 친환경 소재와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을 강조하며 고가의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해 왔다. 소비자들은 ‘자연과의 조화’를 아크테릭스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이미지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광고 속 메시지와 실제 행동이 모순될 때, 소비자는 배신감을 느끼고 등을 돌린다.
이번 불꽃놀이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아웃도어 업계 전체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브랜드 가치를 표현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무거운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예술적 표현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생태와 문화적 맥락을 철저히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위선적 마케팅’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다.
아크테릭스는 앞으로 장기간 신뢰 회복 작업에 나서야 한다. 투명한 환경 영향 조사, 지역 사회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 글로벌 소비자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과와 책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위기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