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 BYD 전량 매각…버크셔 해서웨이의 중국 전기차 투자 종지부

워렌 버핏, BYD 전량 매각…버크셔 해서웨이의 중국 전기차 투자 종지부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중국 전기차 기업 BYD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2008년 약 2억 3천만 달러를 투자해 2억 2,500만 주를 확보하며 시작된 인연은 약 17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번 매각은 단순한 투자 철수가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버크셔 해서웨이와 BYD의 첫 만남

버크셔 해서웨이는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도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본 BYD에 투자했다. 당시 전기차 시장은 걸음마 단계였고, 테슬라 역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전이었다. BYD는 배터리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며 빠른 성장을 거듭했고,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과정에서 버크셔가 보유한 BYD 지분 가치는 한때 90억 달러를 넘어섰다. 40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버핏의 혜안’이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투자 교과서에 남을 만한 성공 사례였다.

점진적 지분 축소와 최종 매각

하지만 버크셔는 2022년부터 서서히 BYD 지분을 줄여 나갔다. 당시부터 글로벌 투자자들은 “버핏이 중국 전기차 시장의 정점 신호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BYD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중국 내 전기차 보조금 축소, 테슬라와의 치열한 가격 경쟁, 수익성 둔화 등 불안 요인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2025년 3월 말 기준, 버크셔의 분기 보고서에는 BYD 지분의 장부가치가 ‘0’으로 기록됐다. 이는 사실상 전량 매각을 의미하며, 세계 금융 시장은 버크셔가 17년간 유지해온 중국 전기차 투자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투자 성과와 수익 구조

버크셔의 초기 투자금은 2억 3천만 달러였으나, 이후 주가 상승으로 보유 지분 가치는 한때 90억 달러에 달했다. 매각 과정에서 정확한 시점과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2024년 말 기준 장부상 가치는 약 4억 1,500만 달러로 줄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투자 기간을 놓고 보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버핏이 강조해온 ‘장기 투자 철학’의 성공 사례이자 동시에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매각 배경에 대한 분석

버크셔의 매각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첫째,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다. BYD는 여전히 판매량 기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테슬라뿐 아니라 니오, 샤오펑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인한 마진 압박도 크다.

둘째, 중국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중국 내 자산을 줄이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버크셔의 이번 결단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셋째, 새로운 투자 기회 탐색이다. 버크셔는 최근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와 보험, 반도체 관련 투자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높은 수익을 거둔 BYD를 정리하고 다른 투자처로 자금을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반응과 파급 효과

BYD 지분 전량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홍콩 증시에서 BYD 주가는 약 3% 이상 하락했다. 버핏이라는 상징적 투자자가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 심리에 큰 충격을 준 것이다. 버핏이 장기간 보유한 기업은 ‘안전한 투자처’라는 신뢰를 얻는데, 이번 매각은 그 상징이 사라진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BYD의 성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버크셔가 떠났다는 사실은 장기적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BYD의 향후 과제

BYD는 여전히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 중 하나로, 자체 배터리 기술과 공격적인 신차 출시 전략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익성 개선, 해외 시장 확대, 테슬라와의 기술 경쟁 등 복잡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또한 중국 내수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한 구조를 벗어나 유럽, 동남아, 남미 등으로 진출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크셔의 매각은 BYD의 근본적 성장 잠재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무조건적인 ‘안전 자산’으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에게 주는 시사점

이번 사건은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 장기 보유의 힘: 버크셔는 17년간 BYD를 보유하며 수십 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 매도 타이밍의 중요성: 아무리 우량 기업이라도 영원히 보유할 수는 없다. 시장 상황과 기업 환경이 변하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 리스크 관리: 중국이라는 특정 지역, 전기차라는 특정 산업에 집중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분산이 필요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세계 투자자들은 버핏의 행보를 단순한 매각이 아니라, 전기차 산업과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BYD 전량 매각은 한 시대의 투자 스토리를 마무리 짓는 동시에, 앞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버핏의 투자 철학이 다시금 주목받는 가운데, BYD와 전기차 산업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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