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랜드공국,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다 위 자칭 국가

시랜드공국,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다 위 자칭 국가

영국 동부 해안에서 불과 11km 떨어진 북해 한가운데, 테니스코트 두 개 크기의 철제 요새가 있다. 바로 **시랜드공국(Principality of Sealand)**이다. 면적은 0.004㎢에 불과하지만 헌법, 국기, 우표, 화폐, 국가까지 갖추고 스스로를 공국이라 칭한다. 1967년부터 오늘날까지 58년간 유지된 이 작은 자칭 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이크로네이션이다.


시랜드공국의 탄생 배경

시랜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을 막기 위해 영국이 세운 해상 요새 HM 포트 러프스에서 시작됐다. 전쟁 후 버려진 이곳을 1967년 해적방송 사업가 패디 로이 베이츠가 점거하면서 독립을 선포했다. 그는 스스로 ‘공(公)’의 칭호를 올리고, **E Mare Libertas(바다로부터의 자유)**라는 좌우명을 내걸며 시랜드공국을 세웠다. 이후 우표와 주화를 발행하고 1975년에는 헌법을 제정하며 국가의 외형을 갖췄다.


시랜드공국의 법적 지위와 국가 요건

1968년 영국 법원은 시랜드가 당시 영국 영해 밖에 있다며 관할권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일부는 사실상 독립국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식적으로 시랜드를 국가로 승인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1987년 영국이 영해를 12해리로 확장하면서 시랜드는 영국 영해 안에 들어가 국제법상 ‘국가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시랜드는 국제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마이크로네이션으로 분류된다.


시랜드공국의 역사적 사건들

  • 1978년 쿠데타: 독일계 사업가 알렉산더 아헨바흐가 무장 인력을 투입해 시랜드를 점거했지만, 며칠 뒤 마이클 베이츠가 헬리콥터를 동원해 재탈환했다. 이 사건은 시랜드가 ‘외교 교섭’을 받았다는 유일한 사례로 기록됐다.
  • 2000년대 데이터 해븐: 시랜드는 IT 기업가들과 손잡고 ‘헤이븐코(HavenCo)’라는 서버 호스팅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정부 간섭이 없는 데이터 저장소를 표방했지만 2008년 중단됐다.
  • 2006년 화재: 구조물 일부가 불에 타 보수 공사가 필요했다. 2007년에는 매각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랜드공국 현재 상황

초대 국부 로이 베이츠는 2012년에 사망했고, 현재는 아들 마이클 베이츠가 시랜드의 운영을 맡고 있다. 실제 상주 인구는 관리인 1명 정도이며, 베이츠 가문은 영국 본토에서 거주한다. 주요 수익원은 기념품 판매, 문장(紋章), 그리고 ‘로드·레이디·남작’ 같은 작위 증서 판매다. 관광은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특별 허가 없이는 방문할 수 없다.


시랜드공국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

  • 여권 발급: 과거 자체 여권을 발급했지만, 위조 사건에 연루되면서 현재는 효력이 없다.
  • 영토의 실체: 자연섬이 아닌 인공 구조물로, 끊임없는 보수가 필요하다.
  • 국가 승인 여부: 어떤 나라도 시랜드를 독립국으로 승인하지 않았다.

시랜드공국이 던지는 의미

시랜드는 국제법의 회색지대를 상징하는 존재다. 국가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반세기 넘게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라는 상징성을 유지하고 있다. “바다로부터의 자유”라는 모토처럼 시랜드는 자유와 독립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지금도 다큐멘터리, 뉴스, 대중문화 속에서 꾸준히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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