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모기까지 숨었다?… 2025년 여름, 대한민국에서 모기가 사라진 진짜 이유

폭염에 모기까지 숨었다?… 2025년 여름, 대한민국에서 모기가 사라진 진짜 이유

올여름, 유난히 조용하다. 평소 같으면 퇴근 후 창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던 날카로운 ‘윙’ 소리가 사라졌다. 모기향과 전자모기채, 벌레 퇴치제가 불티나게 팔리던 7~8월이지만, 올해는 이런 제품들의 판매량이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길거리에서도, 공원에서도, 심지어 야간 낚시터에서도 모기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폭염이 불러온 모기 ‘휴업 선언’

모기의 활동 최적 온도는 대략 15~30도다. 그러나 7월 말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었고, 일부 지역은 37~38도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기온이 높아지면 모기는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날개짓과 흡혈 활동에 드는 에너지가 급격히 늘어나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에, 그늘이나 서늘한 곳에 숨거나 활동을 멈추게 된다. 쉽게 말해 ‘여름잠’ 상태에 들어간 셈이다.

장마의 변화, 산란지 급감

과거에는 장마가 길게 이어져 논과 밭, 하천 주변, 도시의 웅덩이 등에서 모기가 알을 낳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장마 기간이 평년보다 짧았고, 비가 내려도 짧은 시간에 집중호우 형태로 쏟아졌다. 강한 비는 모기 알과 유충을 그대로 쓸어내 버렸고, 이후 이어진 고온 건조한 날씨는 웅덩이를 빠르게 말려버렸다. 결과적으로 번식 환경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도시 방역 강화도 영향

최근 몇 년간 지자체들은 하수구, 빗물받이, 공원 연못 등에 대한 방역을 강화해왔다. 살충제를 주기적으로 살포하고, 빗물받이 구조를 개선해 고인 물을 줄였다. 특히 올해 초부터 서울·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는 유충 구제 사업을 확대해 성충이 되기 전에 개체 수를 줄였다. 이러한 방역 활동이 누적되면서 모기 개체 밀도 감소에 기여했다.

한파보다 무서운 폭염, 생존 한계

모기는 서늘한 저녁 시간대에 주로 활동한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밤 기온도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잦았다. 낮뿐만 아니라 밤까지 고온 환경이 이어지면서 알 산란과 부화 주기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웠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도심에서 채집된 모기 수는 최근 10년 평균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9월 이후 ‘역습’ 가능성

전문가들은 모기 감소가 영구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9월 이후 기온이 25도 안팎으로 내려가고 가을 장마가 찾아오면 모기 개체 수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가을 모기는 여름 모기보다 체력이 좋고 흡혈 빈도도 높아 더 큰 불편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모기가 적다고 방심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후변화와의 연관성

모기는 일본뇌염, 말라리아, 지카바이러스 등 다양한 전염병을 옮긴다. 올해처럼 개체 수가 줄면 질병 위험도 낮아지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모기 서식지가 이동하거나 더 강한 종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 기온과 강수 패턴이 불규칙해질수록 모기 개체 수 예측은 더 어려워진다.

모기 없는 여름의 그늘

모기는 일부 곤충과 조류의 먹이원 역할을 한다. 개체 수가 급격히 줄면 생태계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모기 피해가 줄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방역 예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향후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올여름 대한민국의 모기 실종 현상은 폭염, 장마 변화, 도시 방역 강화라는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이 평온이 오래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가 높아지면 모기는 언제든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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