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많다. 실내 온도를 낮춰도 개운하지 않고, 자꾸 깨는 수면 패턴이 반복된다. 특히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한밤에도 25도를 웃도는 고온다습한 환경은 체온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6~9월 사이 불면증 진료 인원이 급증한다. 문제는 이 같은 수면장애가 단순한 피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력 저하, 우울감, 기억력 저하, 체중 증가 등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이상이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여름밤에도 숙면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체온 조절, 빛과 소음 차단, 생활습관 변화 등 과학적으로 검증된 수면 전략을 정리했다.
■ 1. 체온 낮추는 ‘루틴’부터 만들자
사람은 체온이 떨어질 때 졸음이 유도된다. 특히 심부 체온(몸속 온도)의 저하가 수면 개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수면의학센터는 수면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습관이 수면 유도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찬물 샤워는 오히려 교감신경을 자극해 몸을 각성시킬 수 있다. 샤워 후에는 물기를 충분히 제거하고, 통기성이 좋은 잠옷을 착용해야 체온이 안정적으로 떨어진다.
■ 2. 수면 1시간 전 스마트폰 사용 중단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 특히 취침 직전까지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 뇌가 각성된 상태를 유지하게 돼 잠이 잘 들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이 많을수록 수면 효율은 떨어지며, 수면 시작 시간이 늦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취침 1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 태블릿, TV 화면을 멀리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 3. 열대야 속 침구는 ‘냉감 소재’로
수면 중 체온은 약간 낮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더운 여름에는 이불과 매트리스에서 발생하는 열이 체온 하강을 방해한다. ‘접촉냉감’ 기능이 있는 침구류는 피부에 닿았을 때 열을 흡수해 시원한 감촉을 준다.
냉감 베개 커버나 매트 커버, 여름 이불 등을 활용하면 더위를 덜어낼 수 있다. 다만, 인위적인 냉기 자극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감기나 근육 긴장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거리와 시간 조절이 필요하다.
■ 4. 에어컨은 ‘수면 모드’로… 온도 24도, 습도 50% 유지
수면에 적합한 실내 온도는 22~26도 사이, 습도는 40~60%가 적당하다.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기보다는 수면 타이머를 활용하거나 약풍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습도가 70% 이상이면 땀이 증발하지 않아 끈적임과 불쾌감이 심해지고, 반대로 40% 이하로 떨어지면 호흡기나 피부가 건조해져 수면 중 각성이 잦아진다.
제습기, 에어컨, 선풍기를 상황에 따라 조합하면 쾌적한 수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 5. 낮잠은 20분 이내, 오후 3시 이전에만
피곤하다고 낮잠을 과도하게 자면 밤잠이 방해받는다. 특히 오후 늦게 자는 낮잠은 수면 사이클을 흐트러뜨리고 멜라토닌 분비를 지연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낮잠을 꼭 자야 한다면 점심 식사 후 20분 이내로 제한하라고 권장한다. 30분 이상 수면이 지속되면 깊은 수면 단계에 진입해 오히려 더 피곤하거나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 6. 밤 9시 이후 카페인·술은 금물, 식사는 가볍게
시원한 맥주나 아이스커피가 당길 수 있지만 수면에는 해롭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졸음을 유도하지만 수면의 깊이를 방해하며 중간에 깨게 만든다. 카페인은 6시간 이상 각성 효과가 지속되므로 오후 3시 이후에는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한 취침 직전 과식은 위산 역류나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식사는 최소 수면 3시간 전에 마치고, 배가 고프다면 따뜻한 우유 한 잔이나 바나나 정도로 간단히 마무리한다.
■ 7. 암막커튼·화이트노이즈로 침실 환경 최적화
빛과 소리는 수면을 방해하는 대표적 외부 자극이다. 특히 여름철엔 해가 길어지고 새벽 햇살이 일찍 들어와 수면을 방해한다. 암막커튼이나 수면 안대는 외부광을 차단해 수면 리듬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는 화이트노이즈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정한 소리를 배경으로 제공해 외부 소음을 덮고 뇌를 안정시킨다. 전용 기기나 앱으로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으며, 수면 중 각성 빈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다.
좋은 수면은 ‘환경과 습관’에서 온다
여름밤은 길고 더우며 쉽게 뒤척이기 쉽다. 하지만 수면은 회복과 재생의 시간이므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체온을 낮추는 습관, 자극을 피하는 저녁 루틴, 쾌적한 침실 환경. 이 세 가지가 잘 맞물릴 때, 다음 날 아침이 달라진다. 더운 밤이 계속되는 요즘, 오늘부터 꿀잠 루틴을 시작해보자. 아침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