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몸에 필수적인 미네랄 중 하나인 요오드(아이오딘, Iodine).
‘목에 좋은 미네랄’로 알려진 이 성분은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요오드는 ‘결핍보다 과다 섭취’가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자주 먹는 식습관이 그 원인이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적할 정도로 한국은 요오드 섭취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금부터 한국인의 요오드 섭취 현실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짚어본다.
요오드는 왜 중요한가
요오드는 갑상선에서 **‘티록신(T4)’과 ‘트리요오드티로닌(T3)’**이라는 호르몬을 만드는 핵심 원소다.
이 호르몬은 체온 유지, 에너지 대사, 성장 발달, 신경계 기능 등 거의 모든 생리 작용에 관여한다.
특히 태아와 영유아 시기에 요오드가 부족하면 지능 발달 저하나 성장 장애를 초래할 수 있어 필수 영양소로 분류된다.
성인 기준 하루 권장 섭취량은
- 세계보건기구(WHO): 약 150㎍
- 임신부: 220~250㎍
- 수유부: 250~290㎍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실제 섭취량은 이 기준을 훨씬 넘는다.
한국인의 요오드 섭취, 세계 평균의 5~10배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요오드 섭취량은 하루 약 500~1000㎍ 수준, 일부 연령층은 2000㎍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이는 WHO 권장치의 최대 10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해조류 중심의 식습관이다.
한국인은 김, 미역, 다시마를 거의 매일 섭취한다.
특히 미역국은 출산 후 산모의 회복식으로, 그리고 생일상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아 전 세대가 자연스럽게 자주 먹는다.
다시마로 낸 국물, 김밥의 김, 각종 젓갈과 멸치육수 속에도 요오드가 풍부하다.
- 마른 다시마 1g: 약 2000~2500㎍
- 미역 1g: 약 500~800㎍
- 김 1g: 약 200~300㎍
이 정도면 작은 양의 해조류로도 권장치를 훌쩍 넘길 수 있다.
요오드 과다 섭취, 어떤 문제가 생길까
요오드는 결핍돼도, 과해도 문제가 된다.
적정 범위를 벗어나면 갑상선 기능이 불안정해진다.
과잉 섭취 시 가장 흔한 문제는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다.
요오드가 너무 많으면 갑상선이 호르몬 합성을 억제하는 ‘자가 방어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로감, 체중 증가, 추위 민감,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일부 사람들은 과다 섭취 후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특히 갑상선 결절이나 자가면역 질환(예: 하시모토 갑상선염, 그레이브스병)이 있는 사람은 요오드 변화에 더 민감하다.
결핍보다 과다가 문제인 나라, 한국
전 세계적으로는 요오드 결핍이 흔한 편이다.
내륙국가나 해조류 섭취가 적은 지역은 소금에 요오드를 첨가해 공급한다.
그러나 한국, 일본, 아이슬란드처럼 해조류를 많이 먹는 나라에서는 오히려 요오드 과다 섭취 국가로 분류된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요오드 농도 중앙값은 500~600㎍/L 수준으로,
WHO가 권장하는 정상 범위(100~299㎍/L)를 크게 웃돌았다.
즉, 한국인은 요오드 부족을 걱정할 필요는 거의 없지만, 과다 섭취에 따른 갑상선 질환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산부·영유아, 무조건 많이 먹으면 좋을까
임신과 수유 시기에는 요오드 필요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한국의 산모들은 이미 평소 식단으로 충분 이상을 섭취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산모가 ‘미역국을 많이 먹으면 모유가 좋아진다’는 속설에 따라 하루 세 끼 미역국만 먹는 식단을 유지하는 경우다.
이는 오히려 태아와 신생아의 갑상선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미역국 한 그릇에 들어 있는 요오드 함량은 약 700~1000㎍.
하루 두세 번 먹으면 권장치의 세 배를 넘긴다.
임신부는 과다 섭취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이 훨씬 중요하다.
요오드 부족, 여전히 예외는 있다
반대로 채식주의자, 유제품이나 해산물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은 요오드가 부족할 수도 있다.
특히 인스턴트식품 중심의 식습관이나 가공염(요오드가 첨가되지 않은 소금)을 주로 쓰는 경우,
하루 섭취량이 권장치에 미달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요오드 강화 소금이나 유제품, 달걀, 생선류를 적절히 섭취해 보충하는 것이 좋다.
갑상선 질환자, 요오드 제한 필요
한국에서 갑상선암이나 하시모토 갑상선염 등 갑상선 질환을 앓는 사람은 전체 성인의 5~10%로 추산된다.
이들은 요오드 섭취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요오드는 호르몬 분비량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질환이 있는 경우 의사의 권고에 따라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이나 미역국, 다시마환 등 ‘천연 요오드 제품’을 복용하는 것은 자칫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적정 섭취 가이드라인
국내외 건강기관은 다음과 같은 요오드 섭취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 성인: 하루 150㎍ (최대 허용치 1100㎍)
• 임산부: 220~250㎍
• 수유부: 250~290㎍
• 어린이: 연령별 90~120㎍
김 한 장에 약 200㎍, 미역국 한 그릇에 700㎍, 다시마국물 한 컵에 300㎍ 이상이 들어 있으므로,
하루 한두 끼만 해조류가 포함돼도 충분하다.
즉, “미역국을 매일 먹지 않아도 요오드는 이미 충분하다.”
균형 잡힌 요오드 섭취가 건강의 열쇠
요오드는 인체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지만,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결핍보다는 과잉이 더 흔한 나라에서 중요한 건 ‘균형’이다.
매일 해조류를 먹는 대신 주 2~3회 정도, 적정량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갑상선 질환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건강검진 시 소변 요오드 농도 검사를 함께 받는 것도 좋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김과 미역은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건강을 지키는 진짜 방법은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먹는 것’이다.
요오드 역시 마찬가지다.
필요한 만큼만, 꾸준히, 균형 있게 섭취할 때 비로소 몸이 가장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