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건강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비타민C 메가도스(고용량 복용)’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하루 1~2알로는 부족하다며, 수그램(g) 단위의 비타민C를 복용해야 면역력이 강화되고 피로가 사라진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는 무엇이며, 과연 안전한 방법일까?
비타민C는 우리 몸의 면역 방어, 콜라겐 합성, 항산화 작용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하지만 “많을수록 좋다”는 단순 논리로 접근하기엔 주의할 점이 많다.
■ 메가도스 비타민C란 무엇인가
‘메가도스(Megadose)’란 일반 권장 섭취량을 훨씬 초과한 고용량 복용을 의미한다.
일반 성인 기준 비타민C 권장량은 남성 90mg, 여성 75mg 정도지만, 메가도스 요법에서는 하루 1,000mg(1g)에서 많게는 10~20g 이상까지 복용하기도 한다.
메가도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 경구 복용형: 비타민C 분말이나 알약 형태로 하루 여러 번 나누어 섭취
- 정맥주사형(IV 고용량): 병원에서 비타민C를 정맥주사로 직접 투여해 혈중 농도를 급격히 높이는 방식
이 두 가지 모두 ‘면역력 강화’와 ‘항암 보조 효과’를 기대하는 목적에서 사용되고 있다.
■ 면역력과 피로회복에 도움 된다는 주장
비타민C는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이다.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백혈구 기능을 향상시켜 감염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지지자들의 핵심 주장이다.
감기나 독감 시즌에 고용량 비타민C를 복용하면 증상 기간이 줄어든다는 보고도 일부 존재한다.
또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한 피로, 만성 염증, 피부 노화 완화 등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비타민C가 콜라겐 합성에 관여하고, 혈관을 튼튼히 유지하며, 산화 손상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 항암 보조 치료와의 연관성
비타민C 메가도스는 한때 ‘대체의학의 상징’으로 불릴 정도로 항암 보조요법에 주목받았다.
특히 정맥으로 고용량 비타민C를 투여하면 혈중 농도가 빠르게 상승해,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산화 스트레스를 가해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는 연구가 있었다.
일부 임상 실험에서는 항암 치료와 병행했을 때 피로감, 구토, 식욕부진 등 항암 부작용이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다만 이는 ‘보조적 역할’일 뿐, 암을 직접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근거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 과학적 근거는 아직 제한적
비타민C는 분명 인체에 필수적인 영양소지만, 메가도스 요법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감기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도, 일반인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극한 환경(고지대, 극한훈련)에서 활동하는 일부 집단에서만 감염률 감소가 관찰됐다.
또한 코로나19 치료나 중증 감염 환자에서 고용량 비타민C 주입이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는 초기 보고가 있었으나, 이후 대규모 임상에서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즉, 비타민C 자체의 항산화 효과는 명확하지만, 고용량 복용이 일반인의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 부작용과 주의점
비타민C는 수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에 과잉분은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전하다’는 말이 ‘무제한 복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과도한 복용은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 소화기 장애: 설사, 복통, 속쓰림, 복부 팽만 등이 가장 흔하다.
- 신장 결석: 비타민C는 체내에서 옥살산(옥살레이트)으로 대사되며, 과잉 배출 시 칼슘과 결합해 신장 결석을 유발할 수 있다.
- 철 과다 흡수: 비타민C는 철 흡수를 촉진하므로, 철분이 과다한 사람(예: 헤모크로마토시스 환자)은 위험할 수 있다.
- 신장 기능 저하자 주의: 고용량 복용 시 신장에 부담이 가중되어 손상 가능성이 있다.
- G6PD 결핍증 환자 위험: 고용량 비타민C가 용혈성 빈혈을 일으킬 수 있다.
결국 건강한 성인이라도 하루 2,000mg(2g) 이상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 비타민C, 음식으로도 충분하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균형 잡힌 식단만으로도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 오렌지·귤·레몬 등 감귤류
- 키위, 딸기, 파프리카, 브로콜리, 시금치 등은 풍부한 천연 비타민C 공급원이다.
열과 산소에 약한 성질을 고려해, 신선한 채소·과일을 생으로 먹거나 최소한의 조리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 전문가 조언 — “필요 이상의 과잉 복용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영양학 전문가들은 “비타민C는 수용성이므로 어느 정도 초과 섭취는 무방하지만, 장기적 고용량 복용은 신장 부담과 위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정맥주사 형태의 고용량 비타민C 요법은 반드시 의료진의 감독 아래 시행해야 하며, 일반인이 임의로 주사하거나 복용량을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비타민C의 효능은 분명하지만, 그 역할은 ‘균형 잡힌 영양 섭취의 한 부분’으로 이해해야 한다.
■ 결론 — ‘과유불급’이 진리
비타민C 메가도스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일부 연구는 면역 개선과 항산화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된 치료법은 아니다.
일상적인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과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이 우선이며, 비타민C 보충은 그다음의 보조 수단이 되어야 한다.
비타민C는 부족하면 피로가 쌓이지만, 많다고 해서 만병통치약이 되지는 않는다.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만,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진짜 건강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