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지는 흔히 ‘더러운 것’이라 생각되지만, 사실 귀 건강을 지켜주는 중요한 방어막이다. 귀 속의 피지선과 땀샘이 분비한 물질, 탈락한 각질과 먼지가 섞여 만들어지는 귀지는 세균과 먼지의 침입을 막고, 외이도의 건조함을 방지하며, 항균 작용까지 담당한다. 즉, 적당한 귀지는 귀 건강의 필수 요소다.
귀지가 하는 역할
귀지는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귀를 보호하는 필수 물질이다. 외이도는 피부가 얇고 예민해 세균이나 곰팡이에 쉽게 노출되는데, 귀지는 이물질이 깊숙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 귀 내부의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 피부가 마르거나 갈라지는 것을 방지한다. 귀지 속에는 항균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억제하기도 한다.
귀지는 턱을 움직이거나 말을 할 때 자연스럽게 조금씩 밖으로 밀려 나온다. 따라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인위적으로 제거할 필요가 없다.
귀지의 색과 질감으로 알 수 있는 건강 신호
귀지의 색, 냄새, 질감은 귀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 노란색 또는 연갈색, 약간 끈적한 귀지 → 정상적인 건강 상태.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 검거나 딱딱한 귀지 → 오랜 기간 쌓인 산화된 귀지로, 청소가 필요할 수 있다.
• 회색빛, 부서지는 귀지 → 건성 귀지로, 피지 분비가 적거나 체질적으로 건조한 경우다.
• 붉거나 분홍빛 귀지 → 귀 내부에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 노란색 또는 녹색의 액체형 귀지 → 외이도염 등 세균 감염일 수 있다.
귀지의 색이 평소와 다르게 변하거나 통증, 이명, 진물 등이 함께 나타나면 즉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귀지를 너무 자주 청소하면 생길 수 있는 문제
많은 사람이 면봉으로 귀를 자주 청소하지만, 이 행동이 오히려 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면봉을 귀 안쪽까지 넣으면 귀지가 더 깊숙이 밀려 들어가 **귀지 덩어리(귀지 마개)**가 생긴다. 이로 인해 귀가 먹먹하거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귀 내부는 고막과 외이도 피부가 매우 얇아, 강한 자극으로 상처가 나면 염증이 생기거나 세균이 침투하기 쉽다. 귀지는 원래 조금씩 자연 배출되기 때문에, 귀 바깥쪽만 부드럽게 닦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귀지가 너무 많을 때 생기는 증상
귀지가 과도하게 쌓여 배출되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귀가 꽉 찬 듯한 압박감
• 소리가 둔하게 들리거나 청력 저하
• 귀 안쪽 가려움 또는 통증
• 이명, 균형감 상실, 어지럼증
• 귀에서 냄새나 진물 발생
이런 증상은 귀지 축적뿐 아니라 외이도염이나 고막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귀지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
- 자연 배출을 믿기
귀지는 씹거나 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밖으로 밀려나온다. 인위적으로 파지 않아도 된다. - 외이도 바깥만 세정하기
샤워 후 수건으로 귀 바깥을 부드럽게 닦는 정도면 충분하다. - 귀지 연화제 사용
귀지가 딱딱해졌다면,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귀지 연화제를 2~3일 정도 사용해 부드럽게 만들어 배출을 돕는다. - 전문가에게 맡기기
귀지가 너무 많거나 통증, 청력 저하가 있을 때는 이비인후과에서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 귀 안에 물이 들어갔다면 즉시 건조
물이 남아 있으면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드라이기를 멀리서 약한 바람으로 말리거나 부드럽게 닦는다.
피해야 할 잘못된 귀 관리 습관
- 면봉 깊숙이 사용하기: 오히려 귀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 이쑤시개, 핀 등 금속 도구 사용: 고막이나 외이도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 귀 캔들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화상이나 고막 손상 위험이 있다.
- 잦은 세정제 사용: 귀의 보호막을 제거해 감염 위험을 높인다.
귀지 상태로 보는 몸의 신호
귀지는 귀 건강뿐 아니라 신체 상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귀지가 지나치게 적으면 피부 건조나 피지선 기능 저하, 반대로 많을 경우 피지선 과다활동이나 염증 반응을 의미할 수 있다.
또한 귀지로 인해 생긴 막힘은 이명이나 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귀지가 원인인 경우, 제거만으로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귀 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
귀지는 피부의 일부로 생각하고 관리하는 것이 좋다.
•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해 귀 속 건조를 방지한다.
• 이어폰, 헤드폰 사용 후에는 반드시 휴식 시간을 둔다.
• 손을 자주 씻어 세균 감염을 예방한다.
• 균형 잡힌 식단과 충분한 수분 섭취로 피지 분비를 조절한다.
• 청력 이상이나 귀 통증이 느껴질 때는 즉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한다.
귀지는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귀 건강을 지켜주는 보호막이다. 필요할 때만 적절히 관리하고, 과도한 청소를 피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귀지 관리법이다. 깨끗한 귀보다는 균형 잡힌 귀 환경이 진정한 ‘귀지 건강’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