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이 목에 걸려 숨이 막힐 때, 누군가의 등을 세게 치거나 배를 감싸 올리는 “하임리히법(Heimlich maneuver)”이 떠오른다. 하지만 최근 응급의학계에서는 잘못된 하임리히법 시행이 오히려 기도를 손상시키거나 흉부 압박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정확한 하임리히법은 무엇이고,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시행해야 할까?
1. 하임리히법이란?
하임리히법은 1974년 미국 의사 헨리 하임리히(Henry Heimlich)가 고안한 응급 처치법이다.
음식물, 사탕, 작은 장난감 등으로 기도가 막혀 숨을 쉬지 못하는 질식(기도폐쇄) 상태에서, 횡격막 아래를 압박해 폐의 공기를 이용해 이물질을 밖으로 밀어내는 방법이다.
대한응급의학회와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르면, 이는 기도 폐쇄 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1차 응급처치법으로 인정된다.
2. ‘하임리히법’이 필요한 상황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시행이 권장된다.
- 갑자기 말을 하지 못하고 얼굴이 붉거나 창백해짐
- 양손으로 목을 잡는 ‘질식 제스처’를 함
- 숨소리나 기침 소리가 거의 안 남
- 청색증(입술·손끝이 파랗게 변함)
- 의식이 점차 흐려짐
이런 경우 기도가 완전히 막힌 ‘완전폐쇄’ 상태일 가능성이 높으며, 1분 이내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뇌 손상 위험이 발생한다.
3. 정확한 시행 방법 (성인 기준)
대한적십자사와 소방청 응급처치 매뉴얼 기준:
- 환자 뒤에 서서 두 팔로 허리를 감싸 안는다.
- 한 손은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 부분을 환자의 배꼽 바로 위, 명치 아래에 댄다.
- 다른 손으로 주먹을 감싼 뒤, 위로 강하게 밀어 올리듯 압박한다.
- 이 동작을 이물질이 배출되거나 환자가 숨을 쉴 때까지 반복한다.
-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즉시 **119 신고 후 심폐소생술(CPR)**로 전환한다.
※ 너무 강한 압박은 내장 파열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성인의 경우 평균 5회 내외로 제한하며, 1회마다 호흡 상태를 확인한다.
4. 연령별·상황별 주의사항
– 영유아(1세 미만)
- 하임리히법 금지!
- 대신 등 두드리기(등압박법) 시행
- 아기를 팔 위에 엎드리게 하고 머리를 낮춘다.
-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양쪽 견갑골 사이를 5회 강하게 두드린다.
- 이물질이 나오지 않으면 아기를 뒤집어 가슴 중앙을 2~3cm 깊이로 5회 압박한다.
– 임산부·비만자
- 복부 압박이 어렵기 때문에 흉부(가슴 중앙) 압박법으로 대체한다.
- 양손을 가슴뼈 중간 지점에 대고, 빠르고 강하게 안쪽으로 밀어 올린다.
– 혼자 있을 때
- 단단한 의자나 탁자 모서리에 복부(명치 아래)를 강하게 눌러 ‘스스로 하임리히법’을 시도할 수 있다.
- 숨이 막혀 말을 못 하더라도, 핸드폰 음성 명령(“119 신고”) 기능을 활용해 즉시 구조 요청해야 한다.
5. 잘못된 시행 시 부작용
전문가들은 하임리히법을 잘못 시행할 경우 다음과 같은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갈비뼈 골절 및 복부 장기 손상
- 위·비장 파열
- 심근 손상 (특히 노인, 심질환자)
- 기도가 완전히 막히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 시, 오히려 이물질이 더 깊숙이 들어감
따라서 환자가 기침을 할 수 있다면 하임리히법을 바로 하지 말고 기침을 유도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또한, 소아·노인·임산부는 반드시 흉부압박법으로 대체해야 한다.
6. 최근 ‘하임리히법 오용 사고’ 증가
소방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음식물 질식으로 119에 신고된 사례는 약 6,800건에 달했다.
그중 약 23%는 보호자나 주변인이 잘못된 하임리히법으로 응급환자를 악화시킨 사례였다.
전문가들은 “유튜브나 SNS의 불완전한 영상 정보로 배우는 응급법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방청은 전국 보건소 및 초·중·고, 직장 단체를 대상으로 ‘응급처치 교육(하임리히+심폐소생술)’ 확대 운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7. 하임리히법 시행 후 주의사항
- 이물질이 배출되어도 환자가 계속 기침하거나 목 통증을 호소하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 기도나 식도 내에 잔여 이물이 남아 2차 질식을 유발할 수 있다.
- 의식이 없거나 호흡이 약한 경우 즉시 CPR과 119 신고 병행이 원칙이다.
8. 전문가 코멘트
“하임리히법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기술이지만, 올바른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
그는 또 “학교·직장 등에서 정기적인 응급처치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1년에 한 번만 익혀도 생명을 구할 확률이 수배로 높아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