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하러 가는 이유가 “오늘 밤 술 마시기 위해서”라면, 과연 괜찮은 전략일까?
최근 일부 MZ 세대 사이에서는 “운동하고 술 먹기”가 일종의 건강 밸런스 전략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보면, 운동이 술의 해로운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증거도 일부 존재한다.
하지만 그 경계는 모호하고 맹신은 금물이다.
이 기사는 “술 마시기 전에 운동하는 것”이 실제로 어느 정도 타당한 전략인지, 어떤 한계와 전제 조건들이 있는지를 과학적 근거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1. 운동과 음주의 상관관계
먼저 많은 연구는 신체활동 수준이 높을수록 음주 수준이 높을 가능성을 보고한 바 있다.
- 미국인 대상 역학연구에서는 절주자나 금주자보다 적당 음주자나 과음자 쪽이 신체활동 시간이 더 많다는 상관관계가 보고된 바 있다.
- 이 상관관계는 단순히 “운동 → 술” 또는 “술 → 운동”의 인과관계라기보다는 공통된 성향 요인(예: 활동적 성격, 사회적 라이프스타일 등)이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즉, 운동하는 사람이 술을 더 마신다는 통계적 패턴이 있다고 해서 “술을 위해 운동하는 게 건강하다”는 결론이 자동적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2. 운동이 술의 유해성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 — 과학적 근거
다음은 “운동 → 술 해독 또는 손상 완화” 쪽으로 제시되는 주요 연구 결과들이다.
2.1 간 건강 및 사망 위험 완화
- 2025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미국 NHANES 자료를 분석해, 다양한 음주 패턴에서도 건강한 식습관 + 신체활동 수준이 높을수록 알코올 관련 간 사망 위험이 낮다는 상관관계를 제시했다.
- 즉,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도 규칙적 운동과 좋은 식습관이 병행되면 간 관련 사망 위험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2.2 쥐 실험: 수명 영향 완화
- 2025년 미국 생리학회 보고에서는 쥐 실험을 통해 “일일 운동이 대학생 시절 술 소비가 장기 수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예비 결과가 발표되었다.
- 연구진은 “유산소 운동 트레이닝이 술로 인한 근육 손실, 조직 대사 기능 저하 등을 일부 보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2.3 지질 프로필 및 심혈관 관련 지표
- 최근 발표된 논문은 신체활동(MVPA, 중등도-고강도 운동)과 경도~중등도 음주의 병행 그룹이 HDL(고밀도 지단백) 수치 상승과 동맥성 지수 개선 가능성을 보였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 이는 적절한 운동이 지질 대사 측면에서 술의 일부 부정적 효과를 보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3. 그러나 운동이 술 해독의 만능 키는 아니다
과학적 해석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아래는 주요 유의점들이다.
3.1 과음 또는 폭음의 손상은 상쇄 불가능
- 전문가들은 폭음의 영향은 운동만으로는 상쇄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 즉, 한두 잔 수준의 음주에서 잠재적 보완 효과가 있을 수는 있어도, 과도한 음주에 대한 해독이나 조직 손상은 운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3.2 인과관계 역설 가능성
- 많은 연구가 횡단면 분석 또는 상관관계 연구이며, 인과성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 운동하는 사람이 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 또는 사회적·정신적 요인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일부 연구에서는 운동이 음주량을 줄이는 중재 효과로도 사용되지만, 그 효과는 음주 빈도 유지에는 유의미하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다.
3.3 생리학적 복잡성
- 술은 간, 뇌, 순환계, 면역계 등 다양한 조직에 영향을 준다.
- 운동은 항산화 반응 강화, 미토콘드리아 기능 향상 등 일부 보호 기전을 제공할 수 있지만, 술의 모든 유해 경로(예: 알데하이드 독성, 염증 반응, 세포 돌연변이 등)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 또한 운동 직후 술을 마시는 경우 탈수, 전해질 불균형, 신체 스트레스 증가 등의 위험이 있다.
4. “술을 위해 운동” 전략이 잘 먹히려면
아래 조건을 어느 정도 만족할 때, 운동 전술이 비교적 타당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 음주량을 엄격히 통제할 것
적정 음주 범위(예: 남성 하루 1~2잔, 여성 1잔 이하 수준)를 넘지 않는 범위여야 한다. -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운동 습관
일회성이 아닌, 주 3~5회 이상의 유산소 + 근력 운동이 병행되는 패턴이 바람직하다. - 건강한 생활 습관 병행
균형 있는 식사,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 음주 시점 조절
운동 직후 바로 술을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신체가 회복 중인 상태에서 술이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 개인 상태 고려
간 건강, 가족력, 음주 민감성, 연령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간 기능 저하, 약물 복용자,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운동이 술의 해를 상쇄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술 마시기 위해 운동한다”는 전략은 일부 과학적 근거에 의해 어느 정도 뒷받침될 여지가 있다. 특히 적절한 음주 수준에서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생활습관이 병행된다면, 술의 일부 유해 효과를 완화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전략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과도한 음주나 폭음은 운동으로도 상쇄 불가능하다. 또한 대부분의 관련 연구는 상관관계 중심이며 인과성 또는 장기 효과를 증명하지 못했다.
따라서 만약 “술 마시기 위해 운동하기”를 시도할 경우, 다음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 절제된 음주량 유지
- 지속 가능한 운동 루틴 구축
- 운동 직후 음주 피하기
- 개인의 건강 상태와 유전자 등을 고려
최선은 “운동 = 술 해독 수단”이라는 마음가짐보다는, “술을 줄이고 운동 수준을 높여 건강을 유지”하는 균형 지향적 접근이다.
이 작은 역설은 결국 한계와 전제 조건이 있다. 독자들이 현실적이고 과학 기반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참고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