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밤, 잠에서 깨어 몸을 돌릴 때 갑자기 방 전체가 빙글빙글 돈다면?
대부분 사람은 “어지럼증이겠지” 하고 넘기기 쉽지만, 이처럼 짧고 반복되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자주 발생한다면 이석증(BPPV, 양성 돌발성 체위 현훈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 질환은 흔하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낙상 위험을 높이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1. 이석증이란 무엇인가?
- 이석증이란, 내이(속귀)의 전정기관 안에 있어야 할 작은 칼슘 결정체(이석 또는 otoconia)가 원래 위치를 벗어나 반고리관 쪽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이석이 머리 위치 변화에 반응해 반고리관 내부의 액체 움직임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갑작스럽고 짧은 회전성 어지럼(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발생한다.
- 질환명에 포함된 ‘양성(Benign)’이라는 표현은 치명적 병변이 아니라 비교적 예후가 좋다는 뜻이며, ‘돌발성’은 증상이 갑작스럽게 발생한다는 의미, ‘체위성’은 특정 머리 자세 변화에 반응한다는 뜻이다.
유병률 / 빈도
- 이석증은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전체 어지럼 환자의 약 30~40%를 차지한다는 보고가 있다.
-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40만 명 정도가 새롭게 이석증 진단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 또한,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중년~노년 층에서 빈번하다.
2. 증상과 임상 양상
대표 증상
- 특정 자세 변화 시 순간적 회전감 (빙글빙글 도는 느낌)
- 어지럼은 수초에서 약 1분 내외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며, 저절로 사라지는 경향 있음
- 머리 돌리기, 누웠다가 일어나기, 고개 들기, 아래 보기 등의 동작에서 증상이 유발됨
- 동반 증상으로는 메스꺼움, 구토, 안진(눈 떨림), 균형 장애, 두통, 식은땀 등이 있을 수 있다
- 가만히 있을 때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머리를 고정하면 증상이 완화되는 특징 존재
임상 변이와 주의점
- 일부 경우에는 증상이 단일 반고리관뿐 아니라 여러 반고리관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 (혼합형)
- 드물게 전정기관 주변의 뇌중추성 질환이 비슷한 증상을 낼 수 있으므로, 반복 치료에 반응 없거나 비정형 증상이 동반되면 신경학적 평가가 필요하다
3. 진단과 평가
위치 유발 검사 (Positional tests)
- Dix–Hallpike 검사: 가장 대표적인 검사로, 고전적 BPPV (후반고리관형) 진단에 사용됨
- Supine roll test (주로 수평 반고리관형 BPPV 확인용)
- 검사 중 안진 (nystagmus)의 방향, 지연(latency), 지속 시간, 피로감 등이 판단 기준이 된다.
임상 지침 강조점
- AAO-HNS 등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는 불필요한 영상검사 (CT, MRI 등)나 과다한 전정억제제 사용을 제한하도록 권고한다
- 올바른 진단 및 치료로 빠른 호전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4. 치료 전략 및 회전 조작술
주요 치료법
- Epley maneuver (이석정복술): 후방 반고리관형 BPPV에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법으로, 증상 해소율은 약 70~100%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 Semont maneuver 또는 Barbecue rotation maneuver 등도 상황에 따라 선택됨
- cupulolithiasis 병변의 경우 머리 흔들기 (head-shaking) 혹은 유양동 진동(mastoid oscillation) 기법이 단기 효과를 보인다고 일부 연구에서 보고됨
치료 후 자세 제한 여부
- 과거에는 치료 후 일정 시간 머리를 숙이거나 특정 자세를 제한하는 방법을 권장했지만, 최근 메타 분석에서는 이러한 자세 제한이 치료 효과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와 지침에서는 이를 권고하지 않는다.
잔여 어지럼(RD, residual dizziness)
- 이석정복술이 성공한 뒤에도 어지럼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잔여 어지럼이라 한다
- 잔여 어지럼 관리에는 전정 재활 치료 (vestibular rehab), 비타민 D 보충, 일부에서는 베타히스틴 사용 등의 보조 전략이 제안된다
추적 관찰
- 환자에게는 치료 후 1~4주 간 추적 평가가 권고된다.
- 또한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주기적인 점검과 증상 발생 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5. 위험 인자 및 재발 예측 요인
- 한국 연구에서는 고령, 여성, 농촌 거주, 낮은 사회경제층이 이석증 재발 위험 요인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골다공증 관련 칼슘·비타민 D 대사 이상과의 연관성도 제시됨
- 또한 일부 연구에서 비타민 D 결핍이 이석증 발생 및 재발과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가 있다
- 외상성 이석증의 경우 임상 양상이 약간 다를 수 있으나, 치료 결과 및 재발률에서는 일반성 이석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6. 예방법 및 생활관리 팁
- 머리 급격한 움직임(낮아지기, 위 보기, 뒤돌아보기 등)을 자제
- 수면 시 머리를 많이 뒤로 젖히는 자세나 높은 베개 사용 피하기
- 규칙적인 칼슘·비타민 D 섭취 유지
- 골밀도 관리 및 뼈 건강 유지
- 재발 가능성 인지하고 증상 초기 대응 유도
이석증은 매우 흔한 어지럼 원인이지만, 올바른 진단과 회전 조작술 중심 치료로 대부분 빠르게 완치가 가능하다. 다만 재발 가능성이 높고 잔여 어지럼이 남을 수 있어, 추적 관리와 생활관리도 중요하다.
어지럼증이 반복되거나 특정 머리 자세에서만 증상이 나타난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의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적절한 치료와 꾸준한 예방 습관이 건강한 일상 복귀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