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횟감 중에서도 가장 맛이 오른 시기다. 그중에서도 지금이 아니면 제 맛을 느낄 수 없는 대표 생선들이 있다. 횟집에서도 일부러 ‘오늘 입고된 생선’이라고 따로 소개하는 민어, 농어, 전어, 병어, 그리고 찬바람 불기 전 마지막으로 즐겨야 할 돌문어까지.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제철 해산물만 모았다.
여름철 생선이 비린내가 심하다는 건 옛말이다. 제철에 잘 손질된 회 한 점은 입 안에서 쫄깃하게 녹아내리고, 은은한 감칠맛이 끝까지 남는다. 무엇보다 요즘같이 기력이 떨어지기 쉬운 계절에는 몸에 좋은 단백질과 영양소까지 함께 챙길 수 있어 보양식으로도 손색없다.
◆ 민어 — 삼복더위 날리는 ‘귀하신 몸’
민어는 여름 생선 중에서도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다. 조선시대에는 초복부터 말복까지 양반들이 민어를 상 위에 올렸고, 지금도 제대로 된 민어는 한 마리에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 그만큼 여름철 보양식으로는 단연 으뜸이라는 얘기다.
7월까지는 알을 품은 암컷이, 8월엔 산란을 마친 수컷이 맛있다. 회로 즐기면 부드러운 단백질이 입 안에서 녹고, 민어 껍질은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는 ‘껍질 무침’으로 별미다. 뼈와 머리는 맑은탕이나 지리로 끓여내면 기운 없던 몸에 다시 힘이 돌아온다.
민어는 핵산과 비타민,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여름철 원기회복에 탁월하다.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 농어 —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는 고급 횟감
민어가 부담스럽다면 농어가 있다. 여름철 민어 다음으로 손꼽히는 대표 횟감이며, 맛은 물론 영양가도 뛰어나다. 육질은 쫄깃하면서도 담백해 회로 먹기 좋고, 소금구이나 무조림으로도 인기가 많다.
농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군이 많아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생선이다. 무엇보다 가격 부담이 적어 가정에서도 한 마리 구매해 여러 요리로 활용하기 좋다. 8월에는 육질이 단단하면서도 기름이 적당히 올라 회감으로 적기다.
◆ 전어 — 벌써 기름이 오른 여름 전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로 유명한 전어는 가을 생선으로 알려졌지만, 8월부터 본격적으로 제철이 시작된다. 특히 이른 전어는 기름기가 과하지 않고 살이 단단해 회로 즐기기에도 좋다.
가시가 많지만 뼈째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연하며, 칼슘 함량이 높아 성장기 어린이와 어르신 건강식으로도 추천된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관 건강과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전어회는 생강, 쪽파, 마늘과 함께 싸서 먹으면 특유의 풍미가 배가되며, 구이로 즐기면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8월 중순부터는 가격도 안정세에 접어들어, 횟집에서도 전어 메뉴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다.
◆ 병어 — 담백한 맛 좋아하는 사람에겐 제격
병어는 여름 한정 횟감 중 가장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해 뒷맛이 깔끔하며, 회로도 좋고 조림으로도 잘 어울리는 생선이다. 회를 먹기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병어는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제철은 6월부터 8월까지로, 지금이 병어 맛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껍질이 얇고 은빛 비늘이 특징이며, 한 마리씩 개별 포장된 병어회는 마트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구입 즉시 얼음에 보관해 신선도를 유지하면 집에서도 고급 횟집 못지않은 식사를 할 수 있다.
◆ 돌문어 — 식감과 단맛, 두 마리 토끼 잡는 제철 해산물
생물 돌문어는 지금이 가장 맛있다. 흔히 참문어와 혼용되지만, 시장에서는 돌문어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1kg 전후의 문어가 가장 식감이 좋고, 삶았을 때 육질이 단단하면서도 달콤하다.
돌문어는 회보다는 데친 문어숙회로 많이 먹는다. 찬물에 살짝 헹궈 쫄깃함을 더하고, 초장이나 겨자소스를 곁들이면 여름철 입맛을 확 살려준다. 단백질은 물론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기온이 더워질수록 문어는 금세 질겨지기 때문에 구매 후 빠르게 손질해 조리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산지 직송으로 신선한 돌문어를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접근성도 높아졌다.
한여름, 회 먹기 망설여진다고요?
지금 소개한 생선들은 모두 여름이 제철이자 가장 신선한 시기다. 특히 8월에는 수온이 안정되고, 산란을 마친 생선들의 육질이 단단해져 맛이 절정에 이른다. 고단백, 저지방,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제철 횟감으로 더위에 지친 몸과 입맛을 동시에 달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