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오면 식탁 위에 가장 먼저 오르내리는 제철 수산물이 있다. 바로 ‘전어’다. 예로부터 전어는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속담으로 불릴 만큼 특별한 제철 음식으로 꼽혀왔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전어의 몸속에 지방이 오르면서 살은 통통해지고 맛은 깊어진다. 그래서 이 시기에 잡히는 전어는 다른 계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풍미를 자랑한다.
가을 전어가 특별한 이유
전어는 여름철 산란기를 지나면서 가을에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지방을 축적한다. 이때 지방 함량이 급격히 늘어나 살은 고소하고 부드러워지며,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까지 풍부해 건강에도 이롭다. 특히 두뇌 발달과 혈액순환에 좋은 DHA, EPA 성분이 많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영양식으로 꼽힌다.
또한 전어는 뼈째 먹는 생선으로도 유명하다. 잔가시가 얇고 부드러워 구워 먹을 때나 회로 즐길 때 별도의 손질이 필요 없고, 칼슘 섭취에도 도움이 된다. 성장기 어린이나 중장년층에게 모두 알맞은 영양원이다.
전어의 다양한 조리법
가을 전어는 구워 먹는 것이 가장 대중적이다. 석쇠 위에 올려 노릇하게 구우면 고소한 향이 진동해 입맛을 절로 당긴다. 특히 비늘째 구웠을 때 풍미가 더 살아난다. 지방이 많아 기름기가 흘러내리며 불꽃이 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가을철 별미의 상징이다.
또 다른 별미는 전어회다. 얇게 썬 회를 양파, 깻잎, 청양고추와 곁들여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남도 지역에서는 전어회무침을 즐겨 먹는데, 신선한 채소와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밥반찬으로도 제격이다.
전어는 조림이나 국물 요리로도 활용된다. 무와 함께 푹 끓인 전어조림은 깊은 국물 맛과 함께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게 한다. 최근에는 전어를 활용한 파스타나 샐러드 같은 퓨전 요리도 등장해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인기를 얻고 있다.
전어 구입과 손질법
전어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구입할 때는 눈이 맑고 비늘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몸이 단단한 것이 좋다. 손질할 때는 내장 제거 후 깨끗하게 씻어야 비린내가 덜하다. 전어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생강, 레몬 등을 곁들여 요리하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보관 시에는 비늘과 내장을 제거하고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하루 이틀 정도는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장기간 보관을 원한다면 손질 후 소분해 냉동하는 것이 가장 알맞다.
지역 축제와 전어 문화
우리나라에서는 가을철 전어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대표적으로 남해안, 서해안 지역 어촌에서 열리는 전어축제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축제에서는 전어구이 시식, 전어회 체험, 어선 승선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단순히 먹는 즐거움을 넘어 지역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다.
특히 서해안의 강화도 전어축제는 수도권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남해안에서는 여수·남해 일대가 전어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직접 현장을 찾으면 시장 골목마다 풍기는 전어구이 향이 가을 정취를 더욱 짙게 만든다.
전어의 경제적 가치
전어는 계절성이 뚜렷한 만큼 가격 변동 폭도 크다. 가을철에는 수요가 몰려 평소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기도 하지만, 제철에 먹는 신선한 전어의 가치는 가격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최근에는 양식 기술과 유통망 발달로 사계절 내내 전어를 만날 수 있지만, 가을철 자연산 전어는 여전히 비교 불가한 별미로 평가받는다.
건강과 맛을 함께 누리는 가을 별미
전어는 고소한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나다. 단백질, 칼슘, 오메가-3 지방산을 비롯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꾸준히 섭취하면 골다공증 예방, 혈관 건강 증진, 두뇌 활동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과식이 잦아지는 가을철에 담백한 전어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건강식이기도 하다.
가을 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맛, 전어는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구운 전어를 나누며 계절의 정취를 느끼는 순간, 그 고소한 향은 세대를 이어온 가을의 풍경을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