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사과가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엔 ‘홍로’가 있다. 추석을 앞둔 이 시기, 전국 과일 시장과 대형마트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사과가 바로 이 품종이다. 붉은빛이 강하게 감도는 홍로는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 은은한 단맛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꾸준히 받고 있다.

홍로는 1988년 국내에서 육성된 품종이다. 흔히 ‘추석 사과’로 불릴 정도로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출하되며, 본격적인 사과철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 과일로 자리잡았다. 크기는 보통 300g 내외로 적당하며, 타원형에 가까운 둥근 형태에 진한 붉은 줄무늬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외형이 수려해 명절 선물용으로도 수요가 높은 이유다.
맛은 어떨까. 당도는 평균 1415브릭스(Brix) 수준으로 달콤한 편에 속하며, 산도는 0.250.31%로 비교적 낮아 신맛보다는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가 강하다. 과육은 치밀하고 단단한데도 과즙이 많아 한 입 깨물었을 때 입안 가득 사과즙이 퍼진다. 여기에 껍질도 얇은 편이라 별도 손질 없이 바로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보관도 용이하다. 상온 기준으로 약 30일 이상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냉장 보관 시 2개월까지도 신선도가 유지된다. 유통업계에서도 홍로는 ‘관리하기 쉬운 사과’로 분류된다.
올해 작황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홍로 사과의 전년 대비 생산량은 약 19% 증가했다. 물량이 늘어난 만큼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9월 기준 소비자 가격은 지난해보다 13% 가량 하락했고, 도매가는 16% 정도 낮아졌다. 전국 가락시장, 안동, 충주, 문경 등 주요 생산지에서도 수확이 한창이다.
다만 일조량 부족이나 고온으로 인한 착색 지연, 일부 지역의 일소 피해(햇볕에 의한 과피 손상)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 생산 농가에서는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홍로는 단순한 과일 그 이상이다. 매년 이맘때면 ‘사과가 맛있을 때’라는 말 대신 ‘홍로가 나올 때’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쓰일 만큼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지표가 되었다. 추석 상차림부터 도시락, 샐러드, 착즙 주스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며, 가정에서도 보관성이 좋아 사두면 오래두고 먹을 수 있다.
특히 유년 시절부터 먹어온 익숙한 맛이라는 점에서 중장년층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고, 당도 높은 과일을 선호하는 젊은 층에도 반응이 좋다. 사과 소비가 점차 프리미엄 위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도 홍로는 여전히 ‘믿고 먹는 사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맘때 사과를 고민하고 있다면, 다른 복잡한 선택 필요 없다. 올해도 여전히 붉게 물든 그 이름, 홍로 한 알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