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철 대표 수산물로 흔히 꽃게가 떠오르지만, 부산과 남해안 일대에서는 ‘부산청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특별한 게가 있다. 정식 명칭은 ‘톱날꽃게’이며, 날카로운 톱니 모양의 갑각이 특징이다. 생김새와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부산청게는 단단한 살과 진한 풍미 덕분에 현지 어민과 미식가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인정받아 온 별미다.
부산청게의 정체와 특징
톱날꽃게(Portunus sanguinolentus)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발견되는 게로, 몸통 양쪽에 톱니처럼 뾰족한 돌기가 있어 쉽게 구분된다. 껍데기에는 붉은 점이 3개가 박혀 있어 영어권에서는 ‘Three-spot swimming crab’이라고 부른다. 이 독특한 외형 때문에 부산 사람들은 ‘청게’ 혹은 ‘부산청게’라는 애칭으로 불러왔다.
꽃게와 가장 큰 차이는 색감과 체형이다. 꽃게는 전체적으로 푸른빛이 도는 반면, 청게는 어두운 갈색빛에 붉은 반점이 뚜렷하다. 또, 살의 결이 더 단단하고 진해 조리했을 때 뚝심 있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제철과 어획 현황
부산청게는 연중 잡히지만, 본격적인 제철은 가을과 초겨울이다. 특히 9월에서 11월 사이에 잡히는 청게는 살이 꽉 차 있고 풍미가 뛰어나다. 꽃게와 달리 비교적 어획량이 일정해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부산 자갈치 시장이나 남포동, 기장 일대 수산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수도권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
조리 시 빛나는 매력
부산청게는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 찜 요리: 단단한 살결 덕분에 찜으로 조리했을 때 식감이 뚜렷하다. 살을 발라내는 즐거움이 크며, 국물에 배어 나오는 단맛이 뛰어나다.
- 탕 요리: 시원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국물에 스며들어 꽃게탕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부산 지역 식당에서는 청게탕을 별미 메뉴로 내놓는 곳도 많다.
- 게장: 단단한 살은 간장게장이나 양념게장에 담가도 쉽게 물러지지 않는다. 오래 두고 먹어도 탱탱한 식감을 유지해 게장용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 퓨전 요리: 최근에는 청게를 활용한 파스타, 라면, 죽 등 퓨전 메뉴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부산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전통 요리와 함께 이런 변형 요리에도 큰 호기심을 보인다.
꽃게와의 비교 – 담백함 vs 진한 풍미
꽃게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강점이라면, 부산청게는 진하고 깊은 맛이 매력이다. 꽃게가 깔끔한 맛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해산물이라면, 청게는 묵직하고 풍성한 맛을 원하는 이들에게 더 잘 맞는다. 이 때문에 두 게는 서로 대체재가 아니라 각자의 매력을 가진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다.
지역 경제와 부산청게의 가치
부산청게는 단순한 별미를 넘어 지역 어업에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꽃게 어획량이 해마다 변동이 큰 반면, 청게는 비교적 안정적인 어획량을 유지해 어민들의 수입을 보완한다. 또한 ‘부산청게’라는 이름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수산시장에서 청게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부산청게를 즐기는 팁
- 구입 요령: 껍데기가 단단하고 붉은 반점이 선명한 개체를 고르는 것이 좋다.
- 조리 방법: 살이 단단하기 때문에 오래 끓여도 맛이 쉽게 흐려지지 않는다. 국물 요리에 넣으면 시원한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 보관법: 냉장 보관 시 1~2일 내에 조리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손질 후 냉동 보관하면 장기간 활용 가능하다.
부산청게, 즉 톱날꽃게는 꽃게의 아류가 아니라 독자적인 맛의 세계를 가진 또 다른 주인공이다. 꽃게가 대중적인 담백함으로 사랑받는다면, 부산청게는 묵직한 풍미와 단단한 식감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가을과 겨울, 부산을 찾는다면 수산시장에서 부산청게 한 접시를 맛보는 것은 놓칠 수 없는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