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매일 벌어지는 은밀한 중독”

매일 사용하는 주방 세제가 정말로 우리 몸속에 들어올까? 최근 일부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년에 한 사람이 설거지 세제를 소주잔 한 잔 정도 섭취한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과연 이 주장은 사실일까, 그리고 세제 잔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세제 잔류, 얼마나 남을까?

식기 표면에 남는 세제의 양은 설거지 방법과 헹굼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충분히 헹군 경우 잔류량은 0.1~0.5mg 수준으로 매우 미미하다. 그러나 헹굼이 불충분하면 표면에 남은 세제가 음식과 함께 입으로 들어올 수 있다.

스웨덴의 한 실험에서는 접시 표면 약 5400㎠에 1.4g/L 농도의 세제를 사용했을 때, 잔류량이 약 2.25mg으로 측정됐다. 이를 일상 생활에 단순 환산하면, 매일 설거지를 할 경우 1년 동안 약 0.8g~1g 정도의 세제를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소주잔(50ml) 한 잔의 무게인 약 50g에 비해 극히 적은 양이다. 즉, ‘소주잔 한 잔’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비교로 볼 수 있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

잔류 세제는 대부분 미량이어서 인체에 큰 해를 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장기적·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잠재적인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 연구팀은 세제 잔류물이 포함된 물을 2~3개월 섭취한 실험쥐에서 간의 항산화 방어 능력 저하, 염증 반응 증가를 관찰했다. 또, 스웨덴 연구진은 식기세척기 린스제 잔류가 장 상피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런 결과는 고농도의 세제에 장기간 노출된 상황에서 나타난 것이며, 일반 가정에서 충분히 헹군 식기의 세제 잔류량은 허용 일일 섭취량(MTDI) 이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안전하게 설거지하는 팁

  1. 헹굼은 최소 3회 이상
    미지근한 물보다는 흐르는 따뜻한 물로 여러 번 헹구는 것이 잔류 제거에 효과적이다.
  2. 세제는 적정량 사용
    거품이 많다고 더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다. 과다 사용은 잔류량만 늘린다.
  3. 친환경 세제 활용
    식물성 원료, 무인산, 무색소 세제를 선택하면 화학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4. 자동식기세척기 린스제 주의
    린스제는 표면에 얇게 남아 물 얼룩을 방지하지만, 동시에 화학물질 노출을 늘릴 수 있다. 사용량을 줄이거나 무첨가 제품을 사용하자.
“주방에서 매일 벌어지는 은밀한 중독”

설거지 세제가 인체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잔류량은 세제 사용 습관, 헹굼 횟수, 물 온도 등에 따라 달라지며, 습관 개선만으로도 대부분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헹굼과 적정량 사용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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