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춥게 자면 살이 빠진다’는 말이 단순 속설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저온 환경에 노출되면 인체가 열을 내기 위해 갈색지방(Brown Adipose Tissue, BAT)을 활성화하고, 이 과정에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입증돼 있다. 이를 비떨림 열생산이라고 부르며, 성인이 추운 환경에 노출될 때 체온 유지를 위해 포도당과 지방을 동시에 연소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국제 당뇨·대사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실내 온도 19℃ 환경에서 1개월간 수면을 취한 그룹은 갈색지방 활성도가 42% 증가, 인슐린 감수성이 10% 이상 개선되었다. 이는 같은 칼로리를 섭취해도 에너지 소비 효율이 높아졌다는 의미이며, 지방 연소가 촉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추운 환경에서 2시간 노출 시 최대 250kcal 수준의 추가 에너지 소모가 확인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운동처럼 직접적 칼로리 소모가 큰 수준은 아니며, 꾸준한 저온 노출이 기초대사 향상에 기여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추위만으로 드라마틱하게 살이 빠진다’는 주장은 과장이며, 지방 연소 시스템을 깨워 체질 개선을 돕는 부스팅 효과에 가깝다.
수면 중 저온이 주는 추가 이점도 있다. 체온이 낮아지면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되며 수면의 질이 높아지는데, 수면의 질이 좋아지면 식욕을 유발하는 그렐린 호르몬은 감소, 포만 호르몬 렙틴은 증가하여 다음 날 식욕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즉, ‘춥게 자면 살 빠진다’의 핵심은 갈색지방 활성 → 기초대사 상승 → 호르몬 균형 개선 → 식욕 안정 → 지방 연소 촉진이라는 연결 구조에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추운 환경에서 자는 것은 위험하다. 전문의들은 적정 수면실 온도 16~19℃, 내복 또는 가벼운 수면복 착용, 머리·손·발 체온 저하 방지, 전기장판 장시간 직접 접촉 금지를 권장한다. 과한 추위는 되레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을 높여 체지방 축적과 면역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결론은 명확하다. 추운 밤이 체지방을 ‘직접 녹이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지방을 태우는 생체 시스템을 자극하는 것이다. 특히 갈색지방 활성화, 호르몬 균형, 기초대사 촉진이 동시에 작동하는 점에서 체중 감량과 체질 개선에 보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겨울철 수면을 조금만 똑똑하게 바꿔도 신진대사가 달라진다. 운동·식단과 함께 저온 환경 수면전략을 병행하면 지방 연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올 겨울은 ‘따뜻하게 데우는 밤’이 아닌, 건강하게 태우는 밤으로 바꿔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