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11년 만에 중국서 ‘부활’…VPN 없이 베이징·상하이서 접속 확인

카카오톡, 11년 만에 중국서 ‘부활’…VPN 없이 베이징·상하이서 접속 확인

시진핑 방한 직후 풀린 ‘만리방화벽’, 한·중 관계 개선 신호탄 되나

11년 동안 중국에서 차단됐던 한국 메신저 카카오톡이 최근 중국 주요 도시에서 다시 접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양 등지에서는 가상사설망(VPN) 없이도 카카오톡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문자·사진·영상 전송까지 가능하다는 소식이 교민 사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현상은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테러 정보 유통 방지”를 이유로 카카오톡과 라인 등 외국 메신저 앱을 전면 차단했었다. 그로부터 11년 만에 차단이 해제된 셈이다.

◇ 11년 만의 해제, 한·중 정상회담 직후 시작
교민 사회에 따르면 최근 며칠 사이 ‘VPN 없이 카카오톡이 된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베이징 교민 한 모 씨는 “3일 전부터 갑자기 카카오톡이 연결되기 시작했다”며 “별다른 설정이나 우회 접속 없이도 메시지와 사진 전송이 모두 가능했다”고 전했다.

상하이와 다롄, 선양 등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증언이 이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모바일 버전은 문제없이 작동하지만, PC 웹 버전은 여전히 접속이 제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중국 내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 특정 도메인 또는 IP 대역만 부분적으로 차단 해제한 것으로 보인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도 “현재 일부 지역에서 카카오톡이 연결된다는 보고를 접수했다”며 현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 시진핑 방한이 계기?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 직후 발생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국민 간 교류를 확대하고 민의의 기반을 공고히 하자”고 언급했다.
그 직후 중국 내에서 카카오톡 접속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교민 사회에서는 “한·중 관계 개선의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실제 한 교민은 “두 나라 정상이 11년 만에 만나 교류 확대를 논의한 직후라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며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중국의 디지털 통제, 변화 조짐일까
중국은 오랜 기간 외국산 메신저와 SNS를 통제해왔다.
카카오톡과 라인이 2014년 차단된 이후, 네이버 블로그·카페(2018년), 포털 다음(2019년)도 접속이 막혔다.
중국 내 이용자들은 VPN을 통해 우회 접속해야만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일부 서비스의 ‘잠정적 해제’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국 당국은 아직 카카오톡 접속 허용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최근 외교 관계 개선과 함께 인터넷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입국 확대와 관광객 유치 정책에 발맞춰, 해외 플랫폼 접근성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흐름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45개국에 대한 무비자 입국 조치를 2026년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양국 간 인적 교류를 늘리려는 조치로, 카카오톡 접속 재개 역시 이런 맥락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아직은 ‘부분 해제’ 수준
다만 카카오톡의 중국 내 접속이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모바일 앱에서는 메시지, 사진, 영상 전송이 가능하지만, 웹 버전 카카오톡 접속은 여전히 차단되어 있다.
또한 일부 대화방에서는 외부 웹 링크를 보낼 경우 전송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제보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검열 정책은 지역별로 적용이 다를 수 있고, 특정 기간 이후 다시 차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트위터(X),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주요 글로벌 플랫폼의 접근이 수년째 제한되고 있다.

◇ ‘디지털 외교’의 상징이 될까
이번 카카오톡 접속 재개는 단순한 기술적 현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1년간 막혀 있던 한·중 국민 간 직접 소통 창구가 다시 열렸다는 점에서, 향후 민간 교류 확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중국 내 한국 기업과 유학생, 교민들이 불편 없이 가족·지인과 연락할 수 있게 된 것도 실질적 변화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차단을 해제한 것인지, 일시적인 기술적 조정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 교류 확대의 첫 단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다.
경제·문화·관광 등 전방위 분야에서의 협력이 재가동되는 가운데, 이번 카카오톡 해제는 ‘디지털 소통 복원’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교민 사회는 “작은 변화지만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신호”라며 “양국 관계가 다시 활발히 이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로선 일시적 현상인지, 공식적인 차단 해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11년 만에 열린 ‘카카오톡의 문’이 한·중 관계 개선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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