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쏟아지면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폭우. 특히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시간당 50mm 이상’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예고 없이 내리는 요즘, 그 피해는 단순 침수 수준을 넘어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에 ‘딱 이것만’ 준비해두면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누구나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폭우 대비 꿀팁을 총정리했다. 서울, 수도권 등 도심 거주자부터 단독주택이나 반지하 주택, 상가 세입자까지 모두가 꼭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다.
■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집안 점검 리스트’
● 하수구, 배수구, 물 빠지는 길목 청소하기
폭우의 1차 피해는 배수가 안 되는 데서 시작된다. 집 주변의 하수구, 베란다 배수구, 빗물받이 등에 낙엽, 담배꽁초, 비닐 쓰레기 등이 쌓여 있으면 물이 역류한다. 맨손으로 긁어내도 좋고, 장갑과 쓰레받기를 활용해 말끔히 비워두자.
● 방충망, 창문 틈, 베란다 실리콘 마감 상태 확인
유리창 틈 사이로 빗물이 스며드는 일이 많다. 오래된 아파트나 빌라일수록 실리콘 마감이 삭은 경우가 많아 물이 실내로 들이치는 원인이 된다. 마감이 헐거워졌다면 실리콘을 새로 도포하거나 방수 테이프라도 붙여 임시 조치하자.
● 전기 콘센트 위치 파악 및 고정
바닥에 설치된 콘센트는 침수 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저지대나 반지하의 경우 특히 콘센트 위치를 미리 파악해두고, 가능한 한 가전제품 코드를 뽑아두는 게 좋다.
■ ‘반지하·1층’ 저지대 주거자 필수 준비사항
● 역류방지 밸브 설치 여부 확인
하수구 물이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밸브. 수도권 일부 지역은 설치 지원도 해준다. 없을 경우 임시로 배수구에 고무마개나 젖은 수건을 밀어 넣어 틈을 막는 것도 방법이다.
● 모래주머니, 수방자루 확보
창틀 아래, 출입문 앞에 쌓아두면 물 유입을 막는 1차 방어선이 된다. 모래주머니는 동 주민센터, 지자체, 소방서에서 무료 배부하거나 대여해주는 곳이 많다. 온라인으로 구매도 가능하다.
● 중요 서류 및 전자기기 고지대 보관
주민등록등본, 보험증서, 계약서, 여권, 졸업장 등은 꼭 방수지퍼백에 넣어 높은 선반이나 상자에 보관하자. 외장하드, 노트북, 스마트폰 충전기 등도 마찬가지다.
■ 폭우 중 반드시 피해야 할 행동
● 차량 운전 시 ‘지하차도’ 진입 금지
2022년과 2023년에도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한 곳이 바로 지하차도다. “30cm면 차량이 뜨고, 60cm면 통제 불가”라는 말이 있다. 앞차가 간다고 해서 따라 들어가면 안 된다.
● 공사장, 산비탈, 하천 산책로 접근 금지
비 오는 날엔 토사가 무너질 위험이 크고, 하천은 갑자기 수위가 불어나 순식간에 휩쓸릴 수 있다. 특히 한강, 탄천 등 도심 하천 산책로는 침수 전에도 출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으니 표지판 확인이 필수다.
● 전선 근처 접근 금지
비로 인해 감전 위험이 크다. 길가에 끊어진 전선이나 전신주, 지하철 역사 주변의 전기함 근처엔 절대 가까이 가지 말 것. 신고가 필요할 경우 119 또는 112로 즉시 연락한다.
■ 차량 보유자라면? 침수 대비 이렇게

● 차량 보험 특약 ‘자차 침수 피해 보상’ 가입 여부 확인
침수 피해는 기본 보험으로는 보상되지 않는다. ‘자기차량손해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하고, ‘자연재해 특약’까지 들어 있어야 보상 대상이 된다. 여름철 시작 전, 꼭 확인하고 특약을 추가하는 게 좋다.
● 주차는 반드시 고지대나 2층 이상에
지하주차장은 침수 시 차량 전체가 수몰되는 경우가 많다. 외부 노상주차라도 경사가 낮은 곳은 위험하다. 인근 고지대 공영주차장 개방 정보는 구청 홈페이지나 행정안전부 ‘행안복지포털’ 등에서 확인 가능하다.
■ 휴대폰에 꼭 설치해두어야 할 앱 3가지
- 기상청 날씨누리 – 지역별 호우경보, 실시간 레이더 이미지 확인 가능
- 안전디딤돌 – 민방위 경보, 재난 문자, 대피소 정보 통합 제공
- 스마트국민제보 – 위험 시설물 발견 시 사진 및 위치를 즉시 신고 가능
이 외에도 네이버 ‘스마트시티’ 지도에서 침수 위험 예보, 하천 수위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 폭우 이후에도 안심은 금물
● 정전 시 촛불 사용 금지
양초는 작은 불씨로도 화재로 번질 수 있다. 정전이 되면 랜턴, 손전등, 스마트폰 플래시를 활용해야 한다. 여분의 건전지를 함께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 곰팡이와 세균 번식 차단하기
침수 후 최소 3일간은 환기와 제습이 필수다. 젖은 가구나 옷은 신속히 버리거나 햇빛에 말려야 곰팡이를 막을 수 있다. 락스 계열의 살균소독제를 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 기억해야 할 비상 연락처
- ☎️ 119: 구조 요청, 감전·침수 사고 발생 시
- ☎️ 112: 치안 관련 긴급 상황
- ☎️ 120 다산콜센터: 서울시 폭우 관련 행정 지원
- ☎️ 구청 재난안전과: 수방 물품 대여, 대피소 안내
기후위기의 시대, ‘폭우는 남의 일이 아니다’.
몇 가지 사전 준비만으로도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당장 하수구부터 한 번 열어보는 건 어떨까.
작은 실천 하나가 다음 침수의 가장 큰 방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