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에 좋은 영양제, 진짜 효과 있을까? 과학으로 본 숙취 해소 성분 총정리]

[숙취에 좋은 영양제, 진짜 효과 있을까? 과학으로 본 숙취 해소 성분 총정리]

술자리 다음날의 고통스러운 숙취. 두통, 구토, 피로감, 입안의 쓴맛까지 겹치면 하루 종일 컨디션이 무너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숙취 해소 영양제’를 찾는다. 하지만 시중의 숙취 보조제나 영양제가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어떤 성분이 과학적으로 검증됐는지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숙취의 생리학적 원리부터 실제로 연구된 영양 성분까지 정확히 정리해본다.


숙취는 왜 생기는가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에탄올)은 간에서 알코올 탈수소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로 변한다. 이 아세트알데히드는 독성이 매우 강하며, 얼굴이 붉어지거나 메스꺼움, 두통, 구토, 심장 두근거림 같은 숙취 증상을 유발한다. 이후 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가 아세트알데히드를 아세트산으로 바꿔 배출하지만, 효소 활성이 약하거나 과도하게 술을 마시면 이 과정이 느려져 독성 물질이 체내에 쌓이게 된다.

게다가 알코올은 체내 수분을 빼앗아 탈수를 유발하고, 혈당을 떨어뜨리며, 염증 반응을 높이고, 위장과 간에 스트레스를 준다. 이런 복합적인 작용이 숙취의 원인이다. 결국 숙취를 줄이려면 간 해독 효소의 부담을 덜고, 탈수와 염증,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숙취 해소에 연구된 주요 영양소

니아신(비타민 B3)과 아연
한 임상 연구에서는 사회적 음주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니아신과 아연 섭취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숙취가 약하게 나타났다. 니아신은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필요한 조효소로 작용하며, 아연 또한 알코올 분해 효소의 활성에 관여한다. 다만 이는 식단 기반의 관찰 연구이며, 보충제를 통해 섭취했을 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L-시스테인과 글루타티온
간 해독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성분이 바로 L-시스테인이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L-시스테인은 글루타티온 합성의 전구체로, 독성 아세트알데히드 제거에 관여한다. 소규모 이중맹검 연구에서는 L-시스테인 1200mg을 복용한 군이 위약군에 비해 두통, 메스꺼움, 불안감 등이 덜하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글루타티온 보충으로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수치가 유의하게 낮아졌다. 이런 결과는 간의 해독 능력을 높여 숙취를 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타민 B군, 비타민 C
알코올을 대사할 때 비타민 B군이 빠르게 소모된다. 특히 B1(티아민), B2(리보플라빈), B6(피리독신)은 에너지 대사와 간 기능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음주 전후에 비타민 B군을 충분히 보충하면 피로와 무기력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타민 C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알코올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간세포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숙취 해소를 위한 결정적 치료제라기보다는 보조적인 지원 역할에 가깝다.

밀크시슬(실리마린)
간 건강 영양제로 잘 알려진 밀크시슬은 식물성 플라보노이드인 실리마린을 주성분으로 한다. 간세포 재생을 돕고 독성 물질로부터 간을 보호하는 항산화 작용이 있으며, 음주로 인한 간 효소 상승을 완화한다는 연구들이 있다. 숙취가 잦은 사람보다는 잦은 음주자나 간 피로가 누적된 사람에게 적합하다.

DHM(디하이드로미리세틴)
중국의 전통 약용식물인 헛개나무에서 추출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다. 간 효소 활성을 촉진하고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일부 연구에서는 DHM이 간세포 보호 효과를 보였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숙취에 특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N-아세틸시스테인(NAC)
NAC는 대표적인 항산화 보충제로, 간에서 글루타티온 생성을 촉진한다. 의학적으로는 아세트아미노펜(해열진통제) 중독 시 해독제로도 사용된다. 숙취의 원인이 되는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일반인이 숙취 해소 목적으로 복용하기엔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


영양제보다 중요한 숙취 관리 습관

숙취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영양제가 아니라 ‘음주 습관’이다.

  • 술을 마시기 전 반드시 식사를 하고 단백질, 탄수화물, 식이섬유가 포함된 음식을 먹는다.
  • 음주 중간중간 물을 자주 마시고, 맥주나 소주처럼 탈수를 유발하는 음료만 계속 마시지 않는다.
  • 잠자기 전 전해질 음료나 이온 음료를 한 잔 마시면 수분 균형 유지에 도움이 된다.
  • 숙취가 심한 날은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바나나, 토스트, 미음, 과일 등 위에 부담이 적은 음식을 선택한다.
  • 커피, 진통제, 재음주는 숙취를 더 악화시킬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또한 평소 간 건강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습관, 단백질 섭취, 적당한 운동이 필수적이다. 간은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있지만, 반복된 폭음은 이 기능을 약화시킨다.


숙취 영양제를 고를 때 유의할 점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숙취 보조제 대부분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 식품 혹은 보충제다. 의약품과 달리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실제 효과가 균일하지 않다. 일부 제품은 L-시스테인, 비타민 B, 글루타티온, DHM 등을 복합 배합하지만, 함량이 낮거나 연구와 다른 조합일 수도 있다.

제품을 선택할 때는 ① 성분과 함량을 확인하고, ② 식약처 인증 여부를 살피며, ③ 과도한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런 제품은 ‘숙취를 없애주는 약’이 아니라 ‘간의 부담을 줄이는 보조 역할’ 정도로 인식하는 게 맞다.


전문가의 조언

의학적으로 숙취는 일시적이며, 체내 아세트알데히드가 해독되면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 따라서 보충제에 의존하기보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하는 것이 근본적이다. 간 질환이나 다른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음주와 영양제 복용 모두 의사 상담이 필요하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숙취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영양제는 니아신, 아연, L-시스테인, 글루타티온, 밀크시슬, 비타민 B군, DHM, NAC 정도지만, 모두 보조적인 역할에 그친다. 숙취는 결국 과음이 원인이므로 ‘예방’이 최선의 해답이다.


요약하자면, 숙취 해소 영양제는 단기적인 도움은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활습관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 숙취는 간이 보내는 경고 신호이기도 하다. 간이 버텨주길 바라기보다, 평소 음주량을 줄이고 몸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진정한 숙취 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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