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전주 급락… 오클로·뉴스케일·UEC 잇단 하락, 과열 기대감 식었다

미국 원전주 급락… 오클로·뉴스케일·UEC 잇단 하락, 과열 기대감 식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원자력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핵심으로 주목받던 원전 테마가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기업인 오클로(Oklo),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 그리고 우라늄 생산 기업 **UEC(유라늄 에너지 코퍼레이션, Uranium Energy Corp.)**이 나란히 조정을 받으면서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앞서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 테마의 주인공들, 급등 후 급락

오클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차세대 원자력 스타트업이다. 대형 원전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개발해 데이터센터나 산업 단지 등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모델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맞물리며 “AI 데이터센터 전용 원자로”라는 콘셉트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이 최대 투자자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반기 동안 오클로의 주가는 400% 이상 폭등했다.

뉴스케일 파워 역시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세계 최초로 SMR 상용 인가를 받은 기업이다. 유타 주정부와 협력해 소형 원자로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미국형 차세대 원전 모델”로 평가받았다. 한때 주가가 2배 이상 오르며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대장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급등은 오래가지 않았다. 10월 들어 두 기업의 주가가 나란히 하락세로 돌아서며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오클로는 불과 5거래일 만에 30% 가까이 급락했고, 뉴스케일도 같은 기간 15% 이상 떨어졌다.


밸류에이션 과열과 실적 공백

하락의 핵심 원인은 지나친 기대감이다. 미국 주요 증권사들은 “두 기업 모두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아직 실질적인 매출이 없고 상업화 시점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오클로의 경우 매출은 ‘0’에 가깝지만 시가총액이 200억 달러를 넘어서며, “기술주 버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뉴스케일은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았지만 첫 상업용 원전 가동이 2027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파트너사들의 재무 상황도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투자자들은 기대보다는 ‘실적’이 중요하다는 현실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최근 투자은행들이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고, 시장은 빠르게 냉각됐다.


UEC, 우라늄 강세 끝나자 동반 하락

원전 건설 기업과 함께 우라늄 생산업체들도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기업인 **UEC(유라늄 에너지 코퍼레이션)**의 주가도 최근 한 달간 약 20% 하락했다.
UEC는 미국 내에서 우라늄을 직접 채굴·정제해 공급하는 기업으로, 원전산업의 핵심 원료 공급망을 담당한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우라늄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주가가 연초 대비 100% 이상 올랐지만, 최근 들어 우라늄 선물가격이 3개월 연속 하락하며 투자심리가 약화됐다.

특히 원전 건설 프로젝트 지연, 에너지 수요 불확실성, 국제 우라늄 공급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수급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일부 투자자들이 “AI 전력 수요=무조건 원전 성장”이라는 단순 논리에 베팅했던 점이 되돌림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이 식은 이유 ① 실적 없는 성장주에 대한 피로감

최근 미국 증시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실적 없는 성장주’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기술주의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고평가된 원전 테마에도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번졌다.
특히 오클로와 뉴스케일은 상업화 이전 단계로, 매출 구조가 아직 불안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난이 심해지면 원전주가 무조건 오른다”는 단순한 기대가 깨진 셈이다.


시장이 식은 이유 ② 정책과 규제 리스크

원자력 산업은 특성상 정부 규제와 정책 의존도가 높다. 미국 내에서는 원전 안전 기준 강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원전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도 진행 중이다.
또한 원전 건설은 인허가 절차가 길고 초기 비용이 막대하다. 소형모듈원자로(SMR)라고 해도 최소 5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이 부각되면서 단기 수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빠르게 이탈한 것이다.


시장이 식은 이유 ③ ‘AI 전력 테마’의 과도한 확장

AI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증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AI 산업이 곧바로 원전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와 전력 효율 기술에도 투자하고 있으며, 원전 의존도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오클로와 뉴스케일이 AI 전력 수요를 주요 성장 논리로 내세웠지만, 실제 계약이나 상용화 일정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그럼에도 남은 ‘핵심 테마’

이번 조정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산업의 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고, 미국과 일본, 한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SMR 기술 개발에 국가 차원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UEC의 경우 우라늄 공급망을 확보한 몇 안 되는 미국 기업으로, 향후 공급 불안이 커질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클로와 뉴스케일처럼 실적이 아직 없는 기업들은 금리 환경 변화, 기술 검증 지연, 정책 변수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


정리

  • 오클로·뉴스케일: 매출 부재·상업화 지연으로 밸류에이션 부담 확대
  • UEC: 우라늄 가격 하락 및 원전 프로젝트 지연 영향
  • 공통 요인: AI 전력 테마 과열, 고금리 환경, 실적 공백
  • 장기적 관점: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산업이지만 단기 조정 불가피

차세대 원전 산업은 여전히 인류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하락은 “기대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시대는 끝났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기술력과 실적, 그리고 정책 환경이 맞물려야만 진정한 원전 르네상스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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