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중순, 강원도 산지에 드디어 첫눈이 내렸다. 설악산 대청봉을 비롯한 고지대에서는 아침 일찍 하얀 눈발이 흩날리며 가을의 끝과 겨울의 시작을 동시에 알렸다. 올해 첫눈은 예년보다 약 일주일가량 이른 시점에 관측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약한 적설까지 기록됐다. 찬 북서풍이 몰아치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눈꽃처럼 흩날린 눈은 계절의 경계를 선명하게 갈랐다.
■ 강원 산지에 내린 첫눈, “올해는 빠르다”
2025년 10월 20일 새벽, 강원도 북부 산지의 대청봉과 소청대피소 일대에서 올해 첫눈이 관측됐다. 오전 8시 기준, 설악산 정상 기온은 영하 1도까지 떨어졌고, 체감온도는 영하 6도 수준이었다. 해발 1,700m 이상 고지대에는 약 1cm 안팎의 눈이 쌓였고, 낮이 되어서야 햇살에 서서히 녹아내렸다.
기상청은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남하하면서 북서풍이 강하게 불고, 기온이 평년 대비 3~6도 낮아졌다”며 “이로 인해 산악지대에서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첫눈은 2024년보다 약 6일, 2023년보다 약 8일 빠른 시점이다. 10월 하순에 첫눈이 관측된 것은 최근 10년 사이에서도 드문 일이다.
■ 설악산부터 오색령까지… 첫눈의 흔적
설악산국립공원 측은 이날 오전 대청봉 일대의 CCTV 영상을 통해 새하얀 눈발이 내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관광객과 등산객들도 새벽 시간대 눈 내리는 풍경을 직접 목격했다. 대청봉과 중청대피소 사이 구간에서는 눈이 얇게 쌓여 등산로가 미끄럽게 얼어붙었다는 신고가 이어졌으며, 관리소는 일부 구간에 대한 출입을 일시 통제했다.
평창, 인제, 양구 등 고지대에서도 눈발이 흩날리는 모습이 관측됐다. 다만 이 지역은 지면 온도가 높아 눈이 쌓이지는 않았다. 해발 1,000m 미만 지역에서는 눈이 아닌 진눈깨비 형태로 나타나면서, 이른 아침 짙은 구름과 함께 늦가을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 첫눈이 의미하는 기후 변화
최근 몇 년간 강원도 첫눈은 점점 빠르게 내리는 경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른 첫눈 현상이 단순한 ‘이벤트성 기상 현상’이 아니라, 기후 패턴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첫째, 북서풍의 조기 남하 현상이 뚜렷하다. 예전에는 11월 초순에야 한랭고기압이 남하했으나, 최근에는 10월 중순부터 찬 공기가 유입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둘째, 대기 중 수증기량 증가가 비에서 눈으로의 전환을 쉽게 만든다. 가을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올 때 기류 불안정이 심화되고 강수 형태가 빠르게 눈으로 변하는 것이다.
즉, ‘첫눈이 빨라졌다’는 것은 단순한 계절 변화가 아니라 기후 불균형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 “올겨울 더 춥고 길 가능성 높아”
이번 첫눈은 올겨울 날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로도 주목된다. 기상 전문가들은 “첫눈이 일찍 내릴수록, 겨울의 시작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한반도 상공에는 북극 한기가 일시적으로 확장된 상태이며, 11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한파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원 산지의 초겨울 눈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평년보다 빠른 첫눈이 내린 해에는 12월 이전부터 눈이 잦고, 강설량도 많은 경향이 있다. 이르면 11월 초부터 스키장 개장 준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관광지에는 활기, 등산로에는 경고등
이른 첫눈 소식에 설악산과 오색령, 미시령 등 강원 주요 산악 관광지는 하루 사이 방문객 문의가 급증했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올가을 첫눈 봤다”, “설악산 정상에서 눈 맞으며 등산했다”는 인증 사진이 빠르게 올라왔다.
하지만 산악당국은 “초기 적설은 지면 결빙이 빨라 미끄럼 사고 위험이 높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대청봉 하산길 일부 구간에서는 등산객이 미끄러져 발목을 다치는 사례가 보고됐다.
기상청 역시 “가을 산행객이 많지만, 1,500m 이상 지역에서는 한파 체감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농업과 생활에도 ‘이른 겨울’ 영향
이번 첫눈은 농촌 지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직 수확이 끝나지 않은 배추, 무, 시금치 등의 노지 작물은 갑작스러운 냉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강원 남부 평창과 홍천 일부 농가에서는 첫눈 직후 비닐하우스 문을 닫고 난방기를 조기 가동했다. 농업기술센터는 “예년보다 이른 냉해 가능성에 대비해, 주간 보온과 야간 난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수도관 동파, 차량 배터리 방전, 난방비 상승 등 생활 속 겨울 대비도 필요하다. 특히 기온 차가 큰 환절기에는 건강 관리가 중요하며, 노약자나 어린이의 외출 시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 첫눈 맞은 강원도, 계절의 문턱에 서다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른 시점에 내린 첫눈은 강원도의 풍경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붉은 단풍 위로 흩날린 눈발이 겹겹이 쌓이면서, ‘설악의 색’은 단 하루 만에 바뀌었다.
관광객들은 눈과 단풍이 공존하는 풍경을 보기 위해 평창과 속초, 인제 등으로 향하고 있다. 지역 상권에도 활기가 돌고 있으며, 숙박 예약률이 주말을 기점으로 15% 이상 증가했다.
■ 이른 첫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겨울 준비 팁
- 겨울용 타이어 교체 시기 앞당기기
강원 지역 운전자라면 10월 말부터 스노타이어나 체인 점검을 미리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 보온 관리 철저히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지면서 난방기구 점검이 필수다. 외출 후 난방기구를 바로 켜면 결로가 생기므로 환기 후 가동하는 것이 좋다. - 산행 전 기상정보 확인
설악산·오색령·대관령 등 고지대는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가 잦다. 기온, 적설, 바람 세기 등을 반드시 확인하고 등산 장비를 챙기자. - 관광객 복장 유의
가벼운 겉옷보다는 방풍 점퍼나 경량 패딩이 적합하다. 특히 새벽과 저녁 시간대에는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장갑과 비니를 준비하자.
강원도의 첫눈은 언제나 그렇듯 한국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찾아온 눈발은 잠시 머물다 사라졌지만, 계절은 이미 겨울로 향하고 있다. 단풍과 눈이 공존하는 이 짧은 시기, 강원도의 자연은 지금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