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일어나기 전부터 마음속 어두운 구름이 슬며시 낀다. 하지만 주변에선 “그냥 기분이 안 좋나 보네”라고 지나치기 일쑤다. 이처럼 만성적인 저기분과 무기력감이 2년 이상 지속될 때, 당신이 앓고 있을 수 있는 질환이 바로 기분부전장애다.
이 질환은 흔히 알려진 ‘우울증’보다 증상의 강도는 낮지만, 기간이 훨씬 길고 일상 기능에 미묘하게 영향을 미치며 삶의 만족도를 서서히 갉아먹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병”으로 인식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1. 무엇인가?
기분부전장애는 성인 기준으로 2년 이상 우울하거나 저조한 기분이 대부분의 날 동안 지속되고, 이 기간 동안 다음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나타나야 진단된다.
- 식욕 저하 또는 증가
- 불면 또는 과다수면
- 에너지 저하 또는 피로감
- 자존감 저하 또는 자기비하
- 집중력 저하 또는 결정 장애
- 절망감 또는 비관적인 생각
‘주요우울장애’처럼 단기적으로 강한 삽화가 나타나는 대신, 증상이 완만하고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2. 왜 생기나?
원인은 단일하지 않고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 생물학적 요인: 수면 구조 변화, 호르몬 이상(예: 부신·갑상선) 등
- 심리사회적 요인: 어릴 적부터 낮은 자존감, 만성 스트레스, 인간관계의 불안정
- 성격적 요인: 스스로를 돌보는 대상이 사라지면 쉽게 우울해지는 경향, 무력감이 누적되는 패턴
이처럼 초기부터 “늘 우울했다”는 기억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스스로 “이건 내 성격이다”라고 생각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3. 증상과 경과
기분부전장애 환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 지속적인 우울감 또는 무기력감
- 의욕 저하, ‘예전처럼 살기 힘들다’는 느낌
- 수면이나 식욕의 변화
- 자존감 저하 및 부정적 사고
- 집중력 감소, 의사결정 회피
- 대인관계나 직장·학교 활동에서 점차 관심·열정이 떨어짐
증상 강도가 ‘주요우울장애’보다는 낮아 보이지만, 기간이 길고 누적되기 때문에 결국 삶의 질과 전반적인 기능을 저하시킨다.
더욱이 방치될 경우 ‘주요우울장애’로 발전할 위험이 커지고, 치료가 늦을수록 개선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재발 위험도 높아진다.
4. 어떻게 진단하나?
전용 검사나 혈액검사로 확진되는 질환은 아니다. 자격을 갖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증상 지속 기간, 패턴 및 다른 질환 배제 여부를 종합해 진단한다.
진단 시 고려되는 사항:
- 성인 기준 “2년 이상 우울하거나 저기분 상태가 대부분의 날 지속”
- 그 기간 동안 위 증상 중 2가지 이상 동반
- 주요우울삽화가 있을 수도 있으나 조증·경조증 삽화는 없음
- 약물 사용이나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것 아님
5. 치료 방법
기분부전장애는 “치료하면 나아질 수 있는” 질환이다. 중요한 것은 조기에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히 개입하는 것이다. 주요 치료 전략은 다음과 같다.
- 약물 치료: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등이 흔히 사용된다. 이전에는 삼환계 항우울제 등도 활용됐다.
- 심리사회적 치료: 인지행동치료(CBT), 대인관계 중심 치료, 정서조절 훈련 등.
- 생활습관 교정: 규칙적 수면·운동·식사 습관, 스트레스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 유지 치료: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일정 기간 이상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6. 꼭 기억해야 할 키워드
- 만성성: 짧게 끝나는 우울감이 아니라 ‘오랫동안’의 개념이 중요하다.
- 기능 저하의 미세함: 겉으로는 생활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여도 ‘내 최고 수준’은 아니다.
- 자가진단의 함정: “내 성격이 원래 이래”라고 생각하며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
- 조기 개입의 중요성: 빨리 치료할수록 삶의 회복이 빠르고 재발 가능성도 줄어든다.
7.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체크포인트
- 최근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우울하다”, “의욕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고 느꼈다면
- 수면이나 식욕이 변화했다면
- 자존감, 집중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다고 느낀다면
- “이게 내 문제야”라며 스스로 치유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면
→ 전문의 상담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 기분부전장애는 “큰 병처럼 단번에 확 나아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나아지는 질환”이다. 한 번에 해결되는 게 아니라 꾸준한 전략과 관리가 필요하다. 우울감이 “그냥 지나가겠지”라고 넘겼던 당신이라면, 오늘부터라도 멈춰서 당신의 기분을 돌아보자.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결코 미룰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