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경보가 울렸을 때, 생명을 지키는 단 한 가지 행동 — ‘즉시 대피’

화재경보가 울렸을 때, 생명을 지키는 단 한 가지 행동 — ‘즉시 대피’

건물 안에 울리는 화재경보음은 언제나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은 그 경보를 들었을 때 움직이지 않는다. “설마 진짜 불이겠어?”, “오작동 아니야?”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재 인명 피해는 바로 이 몇 초의 ‘망설임’에서 시작된다. 경보는 괜히 울리지 않는다.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부터는 단 한 가지, ‘살아남기 위한 행동’만 생각해야 한다.


■ 오작동이라도 괜찮다, 문제는 대피하지 않는 것

화재경보가 울릴 때 가장 흔한 반응은 ‘일단 확인해보자’이다. 하지만 불길은 생각보다 빠르다. 1분이면 연기가 천장까지 번지고, 3분이면 시야를 가리며 호흡이 어려워진다. 불꽃이 보이지 않아도 이미 치명적인 일산화탄소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화재경보가 울리면 ‘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밖으로 이동해야 한다. 설령 오작동이더라도 대피하는 것이 정답이다. 실제로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재 사망자 중 70% 이상이 경보음이 울린 후 대피하지 못해 발생했다.


■ 대피의 첫걸음, “엘리베이터 금지”

화재 시 엘리베이터는 ‘함정’과 같다. 열기로 인해 철문이 변형되거나, 정전으로 멈춰버릴 수 있으며, 연기가 유입되면 내부는 순식간에 질식 공간이 된다. 반드시 계단을 이용해 대피해야 한다.
계단을 이용할 때는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다른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낮은 자세로 이동한다. 연기는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바닥에 가까울수록 숨쉬기가 수월하다. 또, 어둠 속에서는 벽을 따라 이동하면 출구를 찾기 쉽다.


■ 문을 열기 전 반드시 ‘손등 테스트’

문을 열기 전 손등으로 문 손잡이를 살짝 만져본다. 뜨겁다면 그 반대편은 이미 불길이 번졌다는 신호다. 이럴 땐 절대 문을 열지 말고, 반대 방향의 대피로를 찾아야 한다. 만약 다른 길이 없다면, 문틈을 젖은 수건이나 옷으로 막아 연기의 유입을 차단하고, 가능한 창문 쪽으로 이동해 구조를 기다린다.

연기가 심한 곳에서는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손전등이나 휴대폰 플래시를 이용해 주변을 비추고, 구조대가 발견하기 쉽도록 창문을 두드리거나 밝은 천을 흔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밖으로 나왔다면 절대 ‘되돌아가지 말 것’

대피에 성공했다면 절대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는 안 된다. 가족이나 동료를 찾기 위해 되돌아가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2차 희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구조는 반드시 소방관에게 맡기고, 자신은 안전지대에서 119에 신고 후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최선이다.

신고 시에는 ‘건물의 이름, 층수, 불이 시작된 위치, 사람들의 대피 여부’를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는 구조대가 진입 경로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평소 준비가 ‘생존 확률’을 높인다

위급한 상황일수록 평소 훈련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아파트와 회사는 최소 6개월마다 정기적인 대피훈련을 실시해야 하며, 소화기, 감지기, 비상등, 유도표시등의 위치를 평소에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는 현관 근처에 손전등과 여분의 마스크, 물수건을 비치해 두고, 가족 모두가 대피로를 숙지해야 한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다면 ‘불이 나면 무조건 엄마, 아빠를 따라 현관으로 나간다’는 단순한 규칙을 반복 교육해야 한다.

또한 단독주택이나 오래된 건물은 단독형 감지기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배터리 잔량은 한 달에 한 번 점검하고, 테스트 버튼을 눌러 경보음을 확인해야 한다. 작동이 미약하면 즉시 교체한다.


■ 연기가 가득한 공간에서는 ‘바닥으로’

연기는 불보다 빠르게 확산된다. 연기 속에는 일산화탄소, 시안화수소 등 독성가스가 포함돼 있어 몇 분 만에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연기가 발생했다면 몸을 낮추고, 바닥을 짚으며 이동한다. 시야가 거의 보이지 않더라도 벽을 따라가면 출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연기가 너무 짙어 이동이 어렵다면, 창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젖은 수건으로 문틈을 막는다. 이후 휴대폰 플래시를 켜서 구조대가 볼 수 있도록 흔들고, 외부와 통화를 유지한다. “○○아파트 8층 ○○호, 연기 가득, 2명 대피 중”처럼 구체적으로 알려야 구조 속도가 빨라진다.


■ 소화기는 ‘초기 불길’에만 사용

불길이 천장까지 번졌다면 이미 소화기로 진압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불이 막 시작된 단계라면 소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때 바람을 등지고, 불의 밑부분(뿌리)을 향해 좌우로 분사해야 한다.
소화기를 쓸 때는 “안전핀을 뽑고, 손잡이를 잡아 불 쪽으로 분사”라는 기본 순서를 기억하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불길이 커지는 조짐이 보이면 즉시 소화기를 버리고 대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불을 끄다 죽는 경우’가 가장 안타까운 사례다.


■ 생존 확률을 높이는 행동의 순서

화재는 공포와 혼란 속에서도 체계적으로 행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소방청이 제시한 대피의 핵심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경보음이 울리면 ‘확인보다 대피’를 먼저 한다.
  2. 엘리베이터는 사용 금지, 반드시 계단을 이용한다.
  3. 낮은 자세로, 입과 코를 가리고 이동한다.
  4. 문을 열기 전 손등으로 열기를 확인한다.
  5. 문틈은 젖은 수건으로 막고, 창문 방향으로 피난한다.
  6. 대피 후 건물로 재진입하지 않는다.
  7. 119 신고 시 위치·층수·인원 정보를 정확히 알린다.

이 7가지만 기억해도 생존 확률은 현저히 높아진다. 실제 소방훈련에서도 이 절차를 숙지한 사람들은 90초 이내에 대피에 성공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평균 3분 이상 걸렸다.


■ 기억보다 습관으로, 안전은 ‘연습의 결과’

화재는 ‘운’이 아니라 ‘준비’의 문제다. 매뉴얼을 머리로만 아는 것은 소용이 없다. 몸이 기억해야 한다. 회사나 아파트에서 실시하는 소방훈련이 귀찮다고 느껴질지 몰라도, 그 경험이 실제 상황에서 생명을 지켜준다.
특히 요즘은 전기화재나 배터리 화재처럼 연소 속도가 빠른 화재가 많아, 초기 2분의 대응이 전체 피해를 좌우한다. 평소 가정에서도 전기 콘센트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멀티탭은 먼지가 쌓이지 않게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모든 안전은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불이 나면 무조건 대피한다.” 이 단순한 원칙이 우리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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