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잇따른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고수익 취업’ 미끼에 걸려든 비극

캄보디아에서 잇따른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고수익 취업’ 미끼에 걸려든 비극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와 감금, 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겉으로는 ‘고수익 해외취업’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불법 조직이 인신을 구속하고 강제로 범죄에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160일 동안 감금된 한국인 남성 구조

최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숙소에서 두 명의 한국인 남성이 약 5개월간 감금된 채 발견됐다. 이들은 “월 1,000만 원 이상의 수입 보장, 숙식 제공”이라는 취업 광고를 보고 현지에 도착했으나, 도착 직후 여권을 빼앗기고 폭행·전기충격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은 이들에게 불법 온라인 업무를 시키며 “매출 목표를 달성해야 풀려날 수 있다”는 협박을 반복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몰래 구조 요청 메시지를 보내 탈출을 시도했지만, 조직에 들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중국계 조직원 일부를 체포하면서 두 사람은 구출됐다.


피해자 급증, 한 해 300건 넘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지난해 약 200건 수준이었으나 올해 들어 300건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이 “해외취업”, “고수익 알바”, “리모트 마케팅” 등의 문구로 SNS나 구인 사이트에 올려진 허위 광고에서 비롯됐다.

피해자들은 도착 즉시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고, 인터넷 사기나 코인 거래 등 불법 행위에 강제로 동원된다. 도주를 시도하거나 업무 지시를 거부하면 폭행을 당하거나 감금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은 단순 납치가 아닌, 인신매매와 범죄 노동 착취가 결합된 형태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대학생 고문 사망 사건까지…외교적 파장 확대

지난여름에는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실종된 뒤 고문 흔적이 남은 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가족에게 “이상한 곳에 왔다”는 메시지를 남긴 뒤 연락이 끊겼고, 약 2주 후 외곽 지역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지 수사당국은 관련된 중국인 3명을 체포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공동 부검과 수사 협력을 논의 중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국 간 외교 긴장이 고조되었고, 한국 정부는 현지 대사를 불러 강력 항의하는 한편, 여행경보 단계를 상향 조정했다.


캄보디아에서 잇따른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고수익 취업’ 미끼에 걸려든 비극

정부의 대응과 현지 대책

외교부는 “해외취업을 미끼로 한 납치 및 감금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출국 자제를 당부했다. 경찰청은 캄보디아에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코리안 데스크(Korean Desk)’ 설치를 추진 중이다. 이는 현지 경찰과 협력해 신고 접수, 피해자 보호, 신속한 구조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한국 내에서는 취업 플랫폼과 SNS를 대상으로 ‘해외 불법 채용 광고’를 집중 단속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해 피해자 송환 및 조직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조직적 범죄의 특징

이번 사건들은 대부분 중국계 및 동남아 범죄 네트워크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현지 사무실이나 리조트를 빌려 합숙 형태로 피해자들을 가두고, 사기 전화를 걸게 하거나 가상화폐 거래 사기를 수행하게 만든다.

조직은 다단계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윗선이 ‘투자회사’나 ‘온라인 플랫폼’으로 위장해 새로운 인력을 모집하는 것이 특징이다. 피해자는 신분증과 여권을 압수당한 채 임금도 받지 못하고 강제로 범죄에 이용된다.


피해 예방법

  1. ‘고수익 보장’ 문구는 무조건 의심할 것
    월 천만 원 이상, 숙식 제공, 무경력 환영 등은 대부분 허위다.
  2. 계약 전 회사 실체 확인
    현지 사업자등록, 공식 이메일, 전화번호 등 실제 운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3. 출국 전 가족과 일정 공유
    비상 시 연락 가능한 사람에게 여권 사본과 여행 정보를 전달한다.
  4. 현지에서 연락두절 시 즉시 신고
    외교부 영사콜센터(☎ 02-3210-0404) 또는 현지 대사관에 신고해야 한다.
  5. SNS 제안 및 메신저 구인광고 주의
    텔레그램, 디스코드, 인스타그램 DM을 통한 제안은 특히 위험하다.

정부의 향후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범죄가 아닌 국제 인신매매와 사이버 범죄 산업의 결합 형태라고 지적한다.
한국 정부는 피해자 보호뿐 아니라, 현지 사기 조직의 근본적 차단을 위해 국제수사 공조와 법률적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피해는 계속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일부 지역은 사실상 범죄단지화되어 있다. 현지에 체류하거나 취업을 계획하는 국민은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의심스러운 제안은 반드시 정부 공식 채널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