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2025년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다시금 워싱턴으로 쏠리고 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금리를 내린 이번 조치는 노동시장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나온 결정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 수준인 2%를 상회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 인하가 경기 부양 신호인지, 아니면 제한적인 조정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0.25%포인트 인하, 기준금리 4.00~4.25%로 조정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첫 금리 인하다. 연준은 성명에서 “노동시장 둔화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을 상회하고 있어 경제의 균형을 위한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고용과 물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겠다는 의도다.
이번 결정은 이른바 ‘데이터 중심(data-dependent)’ 접근 방식에 기반한다. 연준은 경제 지표에 따라 추가 금리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며, 특정 방향성을 미리 제시하기보다는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차가 있었다. 다수는 0.25%포인트 인하에 동의했지만, 일부 위원은 경기 하강 위험이 크다며 0.50%포인트 이상의 공격적 인하를 주장하기도 했다.
노동시장 둔화가 만든 정책 전환
연준이 금리를 내린 가장 큰 배경은 노동시장의 약화다. 최근 미국의 고용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고, 실업률은 4.3% 수준으로 상승했다. 팬데믹 이후 회복 국면에서 장기간 유지되던 ‘탄탄한 고용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은 줄고 있으며, 일부 업종에서는 감원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표도 나타나고 있다.
고용 둔화는 소비심리 약화와 직결된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둔화되면 경기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다. 연준 입장에서는 이러한 하방 위험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연준의 고민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9%로,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핵심물가(core inflation) 역시 안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일부 서비스 요금, 임대료 상승 등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어 인플레 압력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고용 리스크가 물가보다 더 긴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준 성명에서도 “고용 시장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연준이 물가 안정이라는 전통적 목표를 유지하되, 단기적으로는 경기 방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다.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
금리 인하 발표 직후 뉴욕 증시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다우존스지수와 S&P500, 나스닥 모두 상승 마감하며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금리 인하로 인해 기업의 차입 비용과 소비자의 대출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채권시장은 복잡한 반응을 보였다. 단기 국채 금리는 하락했지만, 10년물 등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는 금리 인하로 단기 유동성은 완화되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통제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장기물 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 장기 차입 비용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에서는 즉각적으로 프라임 레이트(기준대출금리)를 인하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는 기업 대출과 개인 신용대출 금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소비와 투자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전망과 불확실성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가 시작점일지, 일회성 조정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시장에서는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몇 가지로 나누어 보고 있다.
첫째, 고용 둔화가 지속되고 물가가 완만히 안정된다면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연내 한두 차례 더 인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둘째, 물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경우 연준은 당분간 동결로 선회하거나, 심지어는 재차 인상을 고려할 수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유가 상승, 무역 분쟁 등 외부 요인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셋째, 고용이 예상을 깨고 빠르게 회복될 경우에도 추가 인하 필요성은 줄어든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면 금리 인하 사이클은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부는 지금이 경기 하강 위험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 시점이라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물가가 확실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인하는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과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미국의 금리 인하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은 달러 강세 완화와 함께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가 커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장기 금리가 높게 유지될 경우, 글로벌 자금 흐름이 다시 안전자산 선호로 기울며 신흥국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증시는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IT, 반도체, 2차전지 등 금리 민감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미국과 얼마나 조율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 금리 인하가 국내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도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고심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리
2025년 9월 연준의 금리 인하는 노동시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변수 속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방어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인플레이션 불씨가 남아 있어 정책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연준이 향후 어떤 속도로 금리 조정을 이어갈지는 고용지표와 물가 흐름이 결정할 것이다. 결국 투자자와 시장은 매달 발표되는 경제 데이터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