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맥주·와인에 얼음 넣어 마신다…새로운 음주 트렌드 확산”


“Z세대, 맥주·와인에 얼음 넣어 마신다…새로운 음주 트렌드 확산”

전통적인 음주 문화가 변하고 있다. 글로벌 Z세대 사이에서 맥주나 와인에 얼음을 넣어 차갑게 즐기는 방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주요 확산 경로가 되고 있으며, 더운 기후와 맞물려 이러한 변화는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주류 애호가들은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며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8~35세 젊은 층의 약 30%는 맥주에 얼음을 넣어 마신다고 답했다. 레드 와인에 얼음을 넣는다는 응답도 35%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 수준을 넘어, 실제 음주 습관의 변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의 응답자는 맥주와 와인에 얼음을 넣는 것이 “더 상쾌하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같은 현상은 SNS에서 두드러지게 확인된다. 틱톡을 비롯한 영상 플랫폼에서는 얼음을 넣은 술이 ‘쿨하고 개성 있는 음주법’으로 소개된다. 한 크리에이터는 라거와 라임 주스를 섞은 멕시코식 칵테일 ‘첼라다’에 얼음을 넣고 마시는 장면을 공개했는데, 이는 많은 Z세대의 공감을 얻으며 빠르게 확산됐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전통주의자들은 맥주나 와인 본연의 맛과 향을 해친다며 비판한다. 일부는 “잔을 미리 냉동실에 넣으면 충분히 시원해진다”, “맥주에 얼음을 넣는 건 물을 타는 행위”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조사에서는 영국 응답자의 44%가 와인이나 맥주에 얼음을 넣는 행위를 ‘불필요하고, 무지하며, 역겨운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또 7명 중 1명은 얼음을 달라고 요청했다가 바텐더나 주인에게 비웃음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10명 중 1명은 주변 시선이 두려워 원하더라도 요청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독일이나 미국처럼 전통적인 맥주 생산국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더욱 강하게 금기시된다. 맥주의 품질과 전통을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 깊기 때문이다. 반면 태국과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더운 날씨 탓에 맥주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주류 관계자는 맥주의 최적 음용 온도가 4~7도라며, 냉장 보관만으로 충분히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음이 녹으면 술이 희석되고 거품이 빨리 사라져 ‘김빠진 맥주’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술을 취향대로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특히 더운 여름철에는 얼음을 넣어 순간적으로 시원하게 마시는 것도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한다.

문화적 배경도 흥미롭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로제와 화이트 와인에 얼음을 곁들이는 전통이 있는데, 이를 ‘수영장 와인(vin piscine)’이라고 부른다. 와인을 차갑게 즐기는 방식이 오히려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사례다. 뉴욕의 유명 셰프 데이비드 장은 “얼음을 넣은 술은 맛있다”며 “사람들이 이를 꺼리는 이유는 단순히 요리적 속물근성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에서는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차갑게 즐길 수 있는 음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한 연구자는 “점점 더워지는 여름날씨가 새로운 음주 트렌드를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젊은 세대는 낮 시간에 햇볕을 피해 야외에서 시원한 술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고, 여기에 얼음을 넣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종합하면, 맥주와 와인에 얼음을 넣는 것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Z세대가 스스로 만들어낸 새로운 음주 문화라 할 수 있다. 물론 전통적 가치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술의 맛과 품질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방식이지만, 점점 다양해지는 기후와 생활 패턴 속에서 얼음을 곁들인 음주는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이 트렌드가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지, 아니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Z세대의 개성과 실용성이 반영된 이 방식이 음주 문화를 둘러싼 담론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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