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혈증은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성인 3명 중 1명꼴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 있으며,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지만,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특히 매일 먹는 음식은 수치 조절에 직결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식단 관리가 필수다.
아래에서는 임상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고지혈증에 좋은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들을 정리했다. 단순히 유행하는 식품 목록이 아닌, 과학적 근거와 권장 섭취 방법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식이섬유가 풍부한 곡물과 채소
식이섬유,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는 소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고 담즙산 배설을 촉진한다. 간은 부족해진 담즙산을 보충하기 위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더 사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간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귀리, 보리, 현미 같은 통곡물이 있다. 귀리에 들어 있는 베타글루칸은 LDL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가 입증된 성분이다. 또한 사과, 배, 감귤류 같은 과일과 강낭콩, 렌틸콩, 병아리콩 같은 콩류도 수용성 섬유소가 풍부하다. 하루 25g 이상 섭취하는 것이 권장되며, 매 끼니 곡물과 채소를 충분히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
고등어, 연어, 정어리, 청어 같은 등푸른 생선은 오메가-3 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 성분은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혈액을 묽게 만들어 혈전 형성을 막는다. 또한 HDL(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효과도 있어 전반적인 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주 2회 이상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단, 기름에 튀기기보다는 구이나 조림, 찜 같은 조리법이 더 효과적이다.
3. 견과류의 불포화지방산
아몬드, 호두, 피스타치오 등은 단일불포화지방산과 식이섬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연구에 따르면 매일 한 줌 정도의 견과류를 섭취하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심혈관 질환 위험도 줄어든다.
하지만 열량이 높은 만큼 하루 30g 내외로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금이나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생견과나 구운 견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4. 올리브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
포화지방이 많은 버터나 라드 대신, 올리브유·카놀라유·해바라기씨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면 콜레스테롤 관리에 효과적이다. 특히 올리브유에 풍부한 올레산은 혈관 염증을 완화하고 LDL 산화를 억제한다.
샐러드 드레싱이나 가벼운 볶음 요리에 활용하면 좋으며, 고온 조리보다는 저온에서 사용하는 것이 영양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다.
5. 콩 단백질과 두부, 두유
콩 단백질은 포화지방이 거의 없으면서도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한다. 붉은 고기 대신 두부, 두유, 청국장 같은 콩 가공품을 활용하면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콩 단백질은 혈중 지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다수 보고됐다.
특히 청국장, 낫토 같은 발효 콩 제품은 단백질뿐 아니라 장내 유익균 증식에도 도움이 된다.
6. 녹황색 채소와 제철 과일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같은 녹황색 채소에는 카로티노이드와 비타민C, E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이들은 혈중 지질의 산화를 막아 동맥경화 진행을 늦춘다.
토마토의 라이코펜, 당근의 베타카로틴, 블루베리와 포도의 안토시아닌 역시 혈관 보호 효과가 확인된 성분이다. 하루 권장 섭취량은 채소 350g 이상, 과일 200g 정도로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7. 녹차와 차류
녹차에 풍부한 카테킨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항산화 작용을 한다. 하루 2~3잔 정도의 녹차는 체중 관리와 고지혈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단,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해야 하며, 설탕이나 시럽을 넣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8. 발효 식품
김치, 요구르트, 낫토 같은 발효 식품은 프로바이오틱스를 공급해 장내 세균총 균형을 개선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지방 대사와 콜레스테롤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다만 김치는 염분 함량이 높을 수 있으므로 적정량 섭취가 필요하다.
9. 피해야 할 음식
고지혈증 환자는 좋은 음식만 챙기는 것보다 해로운 음식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많은 패스트푸드, 튀김류, 가공과자
■ 지방이 많은 붉은 고기와 가공육(베이컨, 소시지 등)
■ 버터, 마가린, 라드 같은 동물성 지방
■ 설탕이 많은 음료, 정제 탄수화물
이런 음식들은 LDL과 중성지방 수치를 높여 혈관 손상을 가속화한다.
생활습관과 병행해야 효과
고지혈증 관리를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과 함께 규칙적인 운동, 체중 관리, 금연, 절주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매일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은 HDL을 높이고 체지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단기간 식단 변화로는 수치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는다.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수치를 점검하면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면 의사와 상담 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고지혈증은 관리하기 나름이다. 오늘부터라도 귀리밥을 짓고, 주말에는 연어나 고등어를 구워내고, 매일 아침 사과를 먹는 작은 습관이 쌓이면 수치는 분명 달라진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꾸준히 실천하느냐’가 혈관 건강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