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소고기를 구워 먹으려 할 때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소고기를 프라이팬이나 불판에 올리기 전, 식용유를 둘러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습관처럼 식용유를 두르곤 하지만, 이 작은 행동 하나가 당신의 소중한 소고기 맛을 완전히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육즙이 가득하고 고소한 풍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이 사소한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마블링이 좋은 소고기, 기름은 독이 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고기, 특히 마블링이 좋은 고급 소고기를 구울 때는 식용유를 쓰지 않는 것이 정답입니다. 왜냐하면 소고기 자체에 이미 충분한 지방이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마블링’이라 불리는 소고기 근육 사이의 흰 지방은 열을 받으면 녹아내리면서 기름 역할을 합니다. 이 천연 기름이 프라이팬이나 불판에 코팅을 입히고 고기가 타거나 달라붙지 않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식용유는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오히려 방해꾼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고기의 천연 풍미를 가립니다. 소고기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지방의 고소한 맛은 그 어떤 식용유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풍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식용유를 더하면 고기 본연의 맛이 희석되거나 식용유 특유의 향이 섞여 온전한 맛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또한 불필요한 기름이 많아지면 소고기가 ‘튀겨지는’ 듯한 식감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바삭하게 구워진 겉면과 촉촉한 속을 기대했는데 눅눅하고 기름진 느낌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숯불이나 직화로 소고기를 구울 때 식용유를 사용하면 기름이 숯에 떨어져 불길이 치솟는 ‘플레어업’ 현상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이 불꽃이 고기를 태워 쓴맛이 나게 하고 발암 물질을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식용유는 절대 쓰지 말아야 할까?
물론 소고기의 부위와 상태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등심이나 안심, 채끝처럼 마블링이 잘 되어 있는 부위는 굳이 기름을 두를 필요가 없지만, 지방이 거의 없는 홍두깨살, 우둔살 같은 부위는 달라집니다. 이런 부위들은 지방이 부족해 불판에 달라붙기 쉽습니다. 이럴 때는 고기를 올리기 전 불판에 식용유를 아주 얇게 코팅하듯 발라주면 좋습니다. 특히 얇게 썬 차돌박이나 대패삼겹살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어떤 기름을 쓰는지도 중요합니다. 올리브오일처럼 발연점이 낮은 기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올리브오일은 열에 약해 쉽게 타면서 연기를 내고 고기 맛을 해칩니다. 발연점이 높은 식용유를 사용해야 합니다. 콩기름, 해바라기씨유, 카놀라유, 포도씨유, 아보카도 오일 등이 적합합니다. 이 기름들은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이라 소고기를 굽는 데 적합합니다.
맛의 비결은 ‘마이야르 반응’, 그리고 불판의 온도
소고기를 맛있게 굽는 핵심은 바로 ‘마이야르 반응’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아미노산과 당이 만나 갈색으로 변하면서 수백 가지의 새로운 향미 물질을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입니다. 소고기를 구울 때 갈색으로 변하면서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이 바로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입니다. 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나려면 고기 표면에 수분이 없어야 하고 불판의 온도가 충분히 뜨거워야 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고기를 굽기 전 키친타월로 핏물과 물기를 제거하고 달궈진 불판에 고기를 올려 겉면을 빠르게 익히라고 조언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고기 자체의 지방이 녹아 나와 자연스럽게 기름 코팅을 만들어 냅니다.
당신의 소고기가 마블링이 풍부한 고급 부위라면 식용유를 과감히 포기하고 소고기 본연의 힘을 믿어 보십시오. 불판을 충분히 달구고 고기를 올려 소금만 살짝 뿌려주면 당신이 그토록 원하던 완벽한 소고기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이 거의 없는 부위를 굽는다면 발연점이 높은 식용유를 아주 조금만 사용해 달라붙지 않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