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란은 오랫동안 ‘고콜레스테롤 식품’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특히 노른자 한 개에 약 180~200mg의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하루에 한 개 이상 먹으면 혈관 건강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하지만 최근 다수의 연구와 식생활 지침은 과거의 경고가 지나쳤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의학계는 계란과 콜레스테롤의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콜레스테롤은 단순히 ‘나쁜 물질’이 아니다. 인체는 세포막을 만들고 호르몬과 비타민D를 합성하기 위해 반드시 콜레스테롤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균형이다. LDL 콜레스테롤(저밀도 지단백)은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어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반면 HDL 콜레스테롤(고밀도 지단백)은 혈관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며,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보호막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총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LDL과 HDL의 비율이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한때 전문가들은 식품 속 콜레스테롤이 그대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인다고 믿었다. 그러나 여러 임상시험 결과, 계란을 포함한 식이 콜레스테롤은 혈중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은 2015년부터 ‘하루 300mg 이하 섭취 제한’을 식생활 지침에서 삭제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심장학회 등 주요 기관들도 계란 섭취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 역시 대한영양학회 권고안에서 건강한 성인은 하루 1~2개의 계란을 먹어도 무방하다고 제시한다.
계란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는 과거의 통념은 점차 힘을 잃었다. 오히려 계란은 완전식품으로서 긍정적인 역할이 많다. 계란에는 고품질 단백질이 풍부하고, 필수 아미노산 조성이 균형을 이룬다. 또한 노른자에는 루테인과 제아잔틴 같은 카로티노이드가 포함되어 있어 황반변성 예방 등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콜린 역시 풍부한데, 이는 뇌세포막을 구성하고 기억력 향상에 기여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이런 이유로 계란은 단순히 ‘콜레스테롤 식품’이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유익한 영양 공급원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 환자나 이미 심혈관 질환을 겪고 있는 고위험군은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계란을 과다 섭취할 경우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 또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유전적 질환을 가진 경우, 계란 섭취가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란을 먹는 방식도 중요하다. 계란 자체는 큰 문제가 없지만, 조리 과정에서 포화지방을 과다하게 첨가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름을 많이 두른 프라이, 베이컨이나 소시지와 곁들인 아침 식사는 LDL 수치를 높일 수 있다. 반면 삶은 계란이나 찐 계란은 불필요한 지방을 줄여 더 건강하다. 최근에는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 기름 사용을 최소화한 요리법도 인기를 얻고 있다.
결국 관건은 ‘적당함’이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하루 두 개 정도의 계란은 오히려 단백질과 필수 영양소를 보충하는 좋은 선택이다. 다만 평소 포화지방 섭취가 많은 사람은 계란보다 함께 먹는 음식, 즉 튀김류·가공육·버터·치즈 같은 식품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계란 한두 개보다 생활습관 전반이 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계란과 콜레스테롤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바뀌었다. 과거에는 무조건 ‘피해야 할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건강한 식단 속에서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할 필수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 이력이 있는 사람은 전문가와 상담해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극단적인 제한이 아니라, 개인의 상황에 맞춘 합리적인 선택이다. 계란은 콜레스테롤의 적이 아니라, 올바르게 먹었을 때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식탁의 동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