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계에서는 전통 수학 도구인 주산(주판) 교육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기기와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시대에 웬 주산일까 싶지만, 실제로 “주산 배우기”는 단순한 계산 연습을 넘어 암산 능력, 집중력, 뇌 발달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현대 수학 학습에 필요한 모든 영역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
■ 주산 배우기의 대표적 장점 6가지
1. 빠르고 정확한 암산 능력
구슬을 조작하며 수를 시각·촉각으로 동시에 인지하는 주산 학습은 정신적 주산(mental abacus) 능력을 키운다. 일본의 한 챔피언은 세 자릿수 15개를 단 1.7초 만에 더한 기록을 세워 화제를 모았다. 이는 주산이 기억력과 계산력을 동시에 자극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2. 뇌 발달 및 인지 기능 강화
주산은 양손을 사용해 구슬을 움직이며 계산하기 때문에 좌뇌·우뇌를 동시에 자극한다. 이는 논리력과 창의력, 시각화 능력을 강화하며 기초 수리 논리를 체계적으로 습득하게 돕는다.
3. 학습장애 아동에게도 유익
시각·촉각 기반 학습법은 수학적 기초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보조 도구 역할을 한다. 추상적인 숫자를 눈앞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4. 수업 몰입도 및 재미 증가
주산은 손으로 직접 구슬을 움직이는 ‘활동적 학습 방식’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심어준다.
5.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
숫자를 구슬로 시각화하는 과정은 작업 기억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다. 장기 기억으로의 전환을 유도해 집중력 훈련에도 효과적이다.
6. 문화적 가치
주산은 중국의 ‘산판(算盤)’, 일본의 ‘소로반(そろばん)’ 등으로 이어진 전통적 교육 도구로, 단순 계산기를 넘어 문화 정체성과 교육 전통을 이어가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 하지만 단점도 있다
- 고등 수학의 한계: 주산은 덧셈·뺄셈·곱셈·나눗셈, 심지어 제곱근까지도 가능하지만, 미적분이나 확률 같은 고차원적 문제에는 적용이 어렵다.
- 효율성 부족: 전자 계산기와 비교하면 계산 속도가 뒤처질 수 있고, 휴대성이 떨어진다.
- 학습 혼란 가능성: 교육 방식이 다양해 초보자는 혼동될 수 있으며, 일관된 훈련과 충분한 연습이 뒷받침되어야 효과를 발휘한다.

■ 국내외 학습 프로그램 사례
● 국내 단계별 주산 학습
일부 주산 학원은 5세~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1단계: 주판 조작법, 기초 수 개념
- 2단계: 두 자리 수 이상의 연산, 자리값 이해
- 3단계: 곱셈·나눗셈, 암산 주산
- 4단계: 제곱근·세제곱근, 주산 대회 준비
특히 암산 주산은 주판 없이 머릿속에서만 구슬을 떠올리며 계산하는 훈련으로, 집중력과 시각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
● 일본 소로반 교육
일본은 주산 교육의 중심지로,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 소로반을 도입하거나 지역별 주산 교실(そろばん塾)을 운영한다. 일본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소로반 교육을 받은 아동은 수학적 사고력과 기억력에서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 글로벌 기업 UCMAS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운영되는 UCMAS(Universal Concept of Mental Arithmetic System)는 주산 기반 교육을 표준화해 제공한다. “주판 사용 → 암산 전환 → 고속 암산 게임”으로 이어지는 수업 방식은 경쟁심을 자극하고 학습 지속성을 높인다. 실제로 UCMAS 출신 학생들은 국제 대회에서 10자리 이상의 숫자를 몇 초 만에 계산하기도 했다.
● 온라인 주산 플랫폼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주산 학습도 늘었다. 전용 앱과 화상 강의로 구슬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고, 게임화 요소를 결합해 아이들의 흥미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 주산 배우기, 지금도 유효하다
전문가들은 “주산 배우기의 장점은 기초 학습 능력 강화와 두뇌 발달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고등 수학이나 실용적 계산에서는 계산기 등 현대적 도구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결국, 주산은 어린이 기초 수학 학습과 집중력 향상에 탁월한 교육 도구다. 더 나아가 국제 프로그램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면서, 단순한 전통 도구가 아닌 뇌 발달 훈련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